요즘은 벌초와 성묘도 쉬워져…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 되길

송영호 프리랜서

[공감신문=송영호 프리랜서] 성묘는 추석전에 조상님들의 묘를 찾아뵙고 여름에 자란 풀을 벌초하여 다음 해까지 묘가 잘 견딜 수 있도록 살피고 약간의 음식과 약식 제사를 지니는 풍습이다. 물론 긴 장마에 무덤의 일부가 손상되었으면 튼튼하게 모양을 다져 다음해까지 무덤의 형태가 잘 이어지도록 다지기도 한다.

예전에 성묘를 가는 것은 참 힘들었다. 교통편이 안 좋아 완행버스를 타고 친척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내려지면, 날자가 정해져 약속돼 미리 모인 친척들과 산에 올랐다.

성묘음식과 묘와 묘지를 보수하는 도구들도 처음부터 같이 가지고 다녔다. 낫, 괭이, 삽, 갈쿠리등....

어린나이에 왜 그렇게 무겁고 힘들었던지. 그리고 성묘음식을 들고 다니던 큰 다라도 성묘를 해야할 모든 산소의 음식을 같이 들고 다녀야 되니 양도 무척 많았다.

친척들과 산과 산을 타고 다니며 순서대로 산소 벌초를 했다.

그리고 성묘가 끝나고 나눠 먹는 음식은 참 별미였다. 햇과일과 송편, 기름진 음식들. 산에 가져간 음식은 다시 가져오지 않는다고 하여 주변의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

예전에는 음력 8월부터 보통 추석 전까지 성묘를 하였다. 설마 그랬으랴 마는, 조상의 묘를 벌초 하지 않으면 제사때 조상이 잡초를 머리에 쓰고 온다는 옛말이 있어서였다. 그래서인가 요즘도 추석을 앞둔 주말에는 미리 벌초하는 성묘객으로 고속도로가 유난히 막힌다.

추석을 앞둔 8월 28일 강원 춘천공원묘원을 찾은 성묘객들이 조상의 묘를 벌초하는 모습. /연합뉴스

요즘은 성묘는 어떤가? 예전에 비하면 많이 편해졌다. 모든 사람들이 최대한 산소에 가깝게 차로 이동을 한다.

차에 내려서는 예전에 모두 손으로 들고 이동했을 음식은 해당 묘에서 사용할 분량만 들고 이동한다. 벌초도 많은 영역을 예초기가 담당한다.

낫과 톱으로 한참 해야 할 벌초와 잡목정리를 예초기 하나가 순식간에 해치운다. 그 뒤로 베어진 풀을 갈쿠리로 슬슬 긁어모아 정리하면 성묘준비가 끝난다. 성묘를 마치면 또다시 다음 벌초할 산소로 차를 타고 이동을 한다.

예전에 비해 성묘음식도 많이 간소해졌다.

얘기를 들어보면 보통 송편과 햇과일. 간단한 생선포, 그리고 차례주로 끝낸다. 실속과 간편함을 좋아하는 현대인들이 차례음식도 진화시켰다.

요즘 멀리 사는 친척들이 많아 사전에 벌초를 하기 어려우면 추석 당일날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추석 당일 시골집에 앉아 있으면, 벌초하는 예초기 소리가 멀리서 웅웅거리며 들려오는 경우가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족들은 추석 차례 지낼 때 조상님이 풀을 머리에 이고 나타나지 않았음을 감사하며 예초기를 돌리고 있으리라...

달구지를 끌고 전국을 약속된 시간에 다녀야 하는 내직업상 명절을 앞둬 꽉 막힌 고속도로는 참 곤혹스럽다.

하나 우리 민족 모두가 즐거워하는 명절에 나 하나의 불편쯤이야....

올해 무척이나 더웠지만 큰 기상재해 없이 추석을 앞두고 있어 아직은 너무나 다행스럽다.

얼마 안 남은 추석 ... 모든 사람들이 가족들과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빌어본다.

예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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