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호 칼럼니스트

[공감신문=송영호 프리랜서] 이제 모레면 민족최대 명절이라는 한가위다.

먹고 살려고 달구지를 끌고 전국을 누비다 보니 누구보다도 빨리 명절 분위기를 체감하게 된다. 트럭마다 가득 실린 햇과일과 선물상자들. 평소보다 부적 늘어난 고속도로 통행량과 부척 바빠진 택배트럭. 이런 모습들이 ‘더도 말고 덜도말고 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절대빈곤에 시달리던 과거에는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이맘때면 뜨거운 여름을 보낸 과일들이 서서히 익어 제 맛을 내기 시작한다. 일찍 결실을 맺는 종류의 햇곡식도 어느 정도 추수가 가능해 먹고 사는 근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어서 그런 말이 생겼으리라.

 

현대에 들어서면서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농산물도 대량생산이 가능해짐으로써 인류의 오랜 숙원이었던 절대기근에서 해방되게 되었다. 잉여농산물이 넘쳐나서 지금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조선시대 왕족보다도 근사하게 먹을 수 있는 시기가 됐다. 가뜩이나 먹을 것이 많은데 시기적 혜택으로 먹거리가 넘쳐난다.

불과 40년 전만하더라도 먹을 게 없어 많은 사람들이 꿀꿀이죽, 부대찌개 같은걸로 배를 채웠다. 양을 늘이기 위해 푸성귀같은 부수적인 식재료를 많이 넣다 보니 영양가가 없어 배가 금방 꺼졌다. 그래서 엄마는 배 꺼진다고 뛰지 말라고 했다.

여러 사람의 양을 채우기 위해 부피가 크고 칼로리가 적은 과거 음식들은 현대에 들어와서 웰빙이란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다. 메밀과 고구마는 다이어트식품으로, 감자와 옥수수는 식사를 대용하는 대표 간식으로....

 

과거에는 교통이 발전하지 않아 친족들은 다 모여 살았다. 간혹 떠도는 사람들은 뜨내기니, 장똘뱅이라고 하며 천대하고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경계하곤 했다. 이는 생산력의 원천이 토지에 있었기에 정착민들이 토지경작권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들어오면 새로운 질병과 풍습을 저해할까봐 경계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를 생산하던 원천이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 3차 산업으로 넘어가면서 교통과 통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였다.

우리의 생활도 많이 달라졌다. 땅에 절대적으로 목메어 살던 세대들은, 땅이 아니어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됐다. 새로 생긴 큰길 따라 대도시로 공장지대로 사람들은 일자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인근 30리 이내에서 찾던 신랑신붓감도 뻗어나간 고속도로와 교육의 확장, 넓어진 일자리와 함께 그 반경이 급속도로 넓어졌다.

일자리를 찾아 출향했던 사람들이 명절이 되면 그리운 고향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자가용이 없던 과거에는 가장 유력한 이동수단은 기차와 고속버스였다, 매년 고향 가는 기차와 버스를 타려고 서울역과 고속버스 터미널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빼곡한 인파속에 친척들 나눠줄 선물 보따리를 손에 들고 고향 가는 설레는 맘으로 비좁은 불편을 견디며, 그리운 정을 찾아 바쁜 걸음을 재촉했었다. 휴일도 명절 당일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그 피곤함을 무릅쓰고 그 힘든 귀향길을 다녀오곤 했다.

고속도로 정체

이제는 자동차 보급이 2,000만대가 넘었다. 산술적으로 한 가구에 한 대 이상이 된 것이다. 과거 서울역 광장과 고속터미널을 빼곡이 채우던 인파들이 이제는 자가용을 타고 목적지로 간다. 복잡한 대중교통대신 자가용으로 가다 보니 고속도로가 밤새 정체되어 섰다 가다를 반복하며 고향으로 간다.

예전에는 근방 30리 이내에서 찾던 신랑 신붓감도 뻗어나간 고속도로와 함께 그 찾는 반경이 급속도로 넓어졌다.

그래서 명절과 그 다음날엔 친정간다고 고속도로가 더 정체되는 경우도 있다.

또 자식들이 모두 대도시에 살다 보니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역으로 자식들이 기거하는 대도시로 찾아오는 역귀성도 흔한 풍습이 됐다.

서울역 귀성인파

아마 경쟁에 찌들어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자식들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 주려는 부모님의 따뜻한 배려가 새로운 트랜드가 됐다. 예전처럼 명절 때 친척어른들과 동네 어른들을 찾아 뵙는 모습도 드물어 졌다. 그래서 친척들이 다 모이는 대가족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확대가족의 범위에서 차례를 지니고 명절을 즐긴다.

참 세상 많이 달라졌다. 한 10여년 전부터 명절이 되어 친척들을 만나면 묻지 말아야 할 내용이 생겼다.

“취업은 했느냐....” “결혼은 했느냐.....” “애는.....”

이는 이미 사회의 고통이 된 3불 세대의 고통을 그대로 표현한 말이리라.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잦을 날 없고 달도 차면 기울 듯이, 많은 친척들이 모이면 어찌 모두 다 잘된 사람만 있으랴?

아마 힘들게 살아가는 친척들의 마음을 헤아리자는 마음이겠지.

 

북한핵실험으로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이 민심이 흉흉하다. 어제 발생한 경주지진은 일본지진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어느 정도 통쾌한 마음까지 가졌던 우리 마음에 작은 걱정거리를 생기게 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 한진해운사태와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의 리콜은 휘청거리는 위기에 빠진 우리경제를 보여주는 단면 같아 착찹하다.

 

하지만 모든 근심걱정은 다 추석 뒤로 미루고, 금년에도 밝은 보름달만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추석이 되기를 보름달에게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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