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국 독일, 원전 단계적 폐쇄…태양광등 재생에너지가 미래다

신동한 소장

[공감신문=신동한 에너지전환연구소장]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폭염이 한풀 꺾이고 백로를 지나 찾아온 선선한 가을 바람을 만끽하던 지난 12일 저녁, 경주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온 국민이 불안한 밤을 보냈다. 오후 7시44분33초 경주시 남남서쪽 9km 지점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50분 후 8시32분 규모가 더 커진 5.8의 지진이 뒤를 잇고, 규모 3정도의 지진이 13일 오전 12시37분과 8시24분에 추가로 발생했으며, 첫 발생 이후 모두 200여 차례의 여진이 이어진 다음에야 안정되었다.

기상청이 계기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지진으로 강한 바람 소리를 내며 건물이 흔들리고 탁자 위의 물건이 떨어지자 시민들은 놀란 가슴에 황급히 밖으로 대피하였다. 떨어진 TV와 넘어진 신발장에 사람이 다치고 벽에 금이 가거나 지붕 기와가 떨어지고 수도관이 파손되는 등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이번 경주 지진의 여파를 가장 강하게 맞은 것은 원전이 아닌가 한다. 오후 7시48분 지진 발생을 알리는 속보가 올라온 뒤 발생 사실 외에 관련 보도로는 오후 8시17분 “월성·한울원전 피해 없어”가 처음이다. 이후로도 모든 언론들이 경주 지진을 다루며 원전 안전 여부도 비중 있게 다루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진이 발생한 우리나라 남동부는 경주시 관할 구역 내에 6기를 포함해 부산에 6기, 울진에 6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세계적인 원전 밀집지역이다. 지난 2011년 지진 해일로 인해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우리에게 원전 밀집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경주시내에 있는 월성 1~4호기를 수동으로 정지하고 13일 오전 산업통상자원부 우태희 2차관을 급파하여 지진에 따른 원전의 이상 여부를 직접 점검케 하였다. 정부는 가동 중인 24기의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까지 견디도록 설계하여 안전하며, 이로 인해 원전 정책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울산에 4기 경북 울진에 2기 등 6기이며, 추가로 경북 울진에 2기와 경북 영덕에 2기 등 4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남동부는 모두 34기의 원전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이 된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 광장에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가족이 '노후핵발전소 폐쇄, 신규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문구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원전은 과연 안전한가?

1975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수행한 라스무센 보고서는 ‘원자로에 완전한 노심용융이 일어날 확률은 1년에 1기당 2만 분의 1’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는 1998년 울진 3호기를 첫 한국 표준형 원전으로 가동하면서 무슨 근거인지는 몰라도 중대 사고 확률을 ‘1백만 분의 1’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니 일단 그렇다고 받아주기로 하자.

매주 토요일 저녁 추첨하는 우리나라 로또 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원전 노심 용융 사고 확률보다도 훨씬 희박하다. 그런데 매주 평균 6명이 1등 당첨금을 타간다. 왜일까? 한 주에 5천만 게임 이상의 로또 복권이 팔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6명 이상 당첨되는 게 확률상 맞다.

전 세계에는 50년 이상 약 400기의 원자로가 돌아가고 있으니까 그 동안 스리마일 아일랜드,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3번의 노심용융 사고는 확률상 나오는 값이다. 그것도 2위인 프랑스를 빼고 미국, 소련, 일본 순으로 원자로수가 많은 순서대로 발생했다. 다음에 사고가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일어난대도 어디가 될지는 모르지만 원전의 수가 많은 나라가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북한의 핵무장을 우려하는 건 그 핵무기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지만 혹여 만에 하나라도 실제 사용한다면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핵무기와 원전은 일란성 쌍둥이다. 없으면 속 편하지만 있으면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차라리 핵무기는 쏘아 맞을 곳에 가서 터지지만 원전은 있는 그 곳에서 방사능을 배출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2일 경주 지진으로 매뉴얼에 따라 월성원전 1∼4호기를 수동 정지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월성원전. /연합뉴스

이제 원전에 우리 미래의 에너지를 맡기려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 산업이 경제를 지탱하는 독일의 에너지 정책은 우리의 선배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독일은 경제에서 공업이 담당하는 비중이 높아 유럽 제일의 에너지 소비 대국이다. 하지만 독일은 2022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하고 대신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에 노력해왔다. 그 결과 독일은 현재 28개의 원자로 중 20기를 세우고 8기만 운영하고 있다. 반면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 12.6%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1%대다.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은 지역이다. 따라서 태양에너지도 우리보다 적게 받는다. 그러나 지붕형 태양광 발전의 보급에 힘쓴 독일은 하루 전력 소비량의 절반을 태양광 발전으로 공급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독일이 한 일을 우리가 못 할 이유가 없다.

유럽이 이처럼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데는 화석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려는 의도도 있다. 실제 유럽은 1990년 대비 8%를 감축하기로 한 교토의정서의 약속을 초과 달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파리협정에서도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하였다. 우리나라는 2030년 대비 37%를 감축하기로 약속한 바 실제 감축하기 어려운 11.3%는 해외에서 배출권을 구입하기로 했다. 현재 탄소배출권 가격으로 해도 1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이 돈을 이제부터라도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에 사용한다면 온실가스도 줄이고 에너지 수입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양수겸장의 정책이다. 왜 손 놓고 있다가 허공에 돈을 버리려 하는가?

기록적인 올 여름의 폭염은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을 불러오고 주택용 태양광 발전의 장점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200~500W의 소형 태양광 발전 설비를 지붕이나 옥상, 베란다에 설치할 경우 연간 20만원 이상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누진제의 적용을 피해갈 수 있어 이를 설치하려는 시민들의 문의가 늘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이다. 지진으로 밤을 설친 아침, 재생가능에너지가 우리의 미래임을 다시 확인한다.

 

신동한은
서울대학교 기상학과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도시행정학과에서 공부했다. 기후변화에 관해 연구하면서 기저에 깔린 에너지 문제에 천착하게 되었고, 그런 관심의 일환으로 에너지전환연구소라는 개인 연구소를 열었다.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에도 관심이 있어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해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왜 에너지일까?」-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 전환 시대의 논리 (출판:생각비행)이 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