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안 통과, 망국으로 가는 위헌적 급행열차”
“공수처가 영장청구권 행사하는 것...위헌적 요소 내포하고 있어”

‘공직선거법 및 공수처법 제(개)정안의 위헌성과 대응방안’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김대환 기자
‘공직선거법 및 공수처법 제(개)정안의 위헌성과 대응방안’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김대환 기자

[공감신문] 김대환 기자=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공직선거법 및 공수처법 제(개)정안의 위헌성과 대응방안’ 토론회(자유한국당 박완수 국회의원, 한국정당선거법학회 공동주최)가 열렸다.

지난 4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법 개정안에는 현행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인 의석 비율을 '225(지역구)+75(비례)'로 조정하고, 비례대표 배분은 정당득표율을 50% 연동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정당들은 의석수를 '250(지역구)+50(비례)'으로 수정하고 연동 비율도 일부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법 개정안은 직접선거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연동형 효과도 적다. 특히, 지역구 초과의석 발생 시 보완 제도도 없는 만큼 평등선거 원칙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성우 교수는 “소수 정당이 만족할 만한 숫자의 비례(대표 의석)를 확보하려다 보니 비례대표 투표를 지역구에도 연동시킨 것인데, 원내 제1·2당의 지역구 의원 수가 비례대표에서 받은 비율을 초과하게 될 경우 민주당과 한국당에 던진 표(약 70% 이상)가 모두 사표가 된다”며 “선거법 개정안 통과는 망국으로 가는 위헌적 급행열차”라고 지적했다. 

지 교수는 "선거에서 낙선해도 석패율을 적용해 다시 당선되게 한다. 사실상의 비례대표를 수십석으로 확장하는 것은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선거제의 근본 목적에 배치되는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소수 정당이 본래 득표수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받으면 제1·2당의 안정적 국정운영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법안이 통과된다면 혼란만 야기한 채로 정치실패의 역사적 사례로 지목돼 전 세계 강의실에서 회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김대환 기자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김대환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김구철 경기대학교 교수는 “여권에서 주장하는 비례대표제는 이론적으로 근거가 박약하고, 경험적으로도 논거가 취약하다. 그런데도 굳이 비례대표제를 확대하자는 것은 장기독재 권력을 위한 초석을 깔자는 것에 불과하다는 합리적 의심을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김구철 교수는 “직접 민주주의든 대의제 민주주의든 다수결의 원칙은 불변이다. 선거에서도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된다”며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특성을 부인하는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분 연동형 비례제는 다당제 경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큰다. 하지만 우리 국회와 정부 또는 국회 내 협치·연합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수처법에서도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성천 중앙대학교 전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공수처장에는 정치권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이  임명될 수밖에 없다. 검찰의 정치적 종속성을 이유로 공수처를 설치한다면 검찰보다 구조적으로 더 종속성이 강할 수밖에 없는 조직을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천 중앙대학교 전 법학전문대학원장 / 김대환 기자
김성천 중앙대학교 전 법학전문대학원장 / 김대환 기자

김성천 전 원장은 "공수처의 사건처리는 정치권과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고위공직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법 앞의 평등을 훼손하는 것으로서 실질적인 측면에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국민을 수사?기소할 수 있는 형사사법기관은 원칙적으로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난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색채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정치적 영향 하에 있을 경우에는 국민의 심각한 기본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를 신설하는 대신 기소독점주의 해소와 기소법정주의로의 전환, 형사사법기관 근무자가 법을 왜곡해 권한을 행사할 때 처벌할 수 있는 '법 왜곡죄'의 신설 등을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송태영 충북대학교 박사는 “문재인 정권의 코드 인사와 인재풀로 활용되고 있는 민변이나 우리법 연구회 등 소속의 법조인으로 공수처를 채울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은 인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공수처 장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태영 박사는 “공수처를 통해 삼권분립이 아닌 대통령의 삼권통합 통치가 될 수 있다. 독재나 전체주의 국가에서 볼 수 있는 괴물 통치기구가 될 가능성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가 정권의 보위부나 게슈타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태영 충북대학교 박사 / 김대환 기자
송태영 충북대학교 박사 / 김대환 기자

송 박사는 “선진 민주국가에서 수사권과 기소권 까지 가진 독립기구로 별도의 공직자범죄수사기구를 둔 사례는 없다”며 “공수처는 세계의 어떤 국가에도 없는 괴물 사정기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싱가포르 부패행위조사국의 경우, 압수·수색권과 체포권한은 있으나 기소권은 없고 사건을 검찰총장에게 송부하고 검찰총장이 기소에 관란 결정을 내린다”며 “중국 홍콩특별행정기구인 염정고서도 부패사건 수사권을 갖고 압수·수색 및 체포할 수 있으나, 기소권은 없으며 사건에 대한 수사 후 기록을 검찰에 송치한다”고 설명했다.

송 박사는 “선진민주국가에 없는 제도를 싱가포르나 홍콩의 사례를 도입한다는 자체가 반민주적인 정략적 발상의 시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수처의 수사권과 공소의 제기 및 유지권은 공위공직자에 대한 감시기구로 작동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의 경우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대상인 개별 판사에 대한 영향력이 공정한 재판에 압력과 위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현실화될 개연성이 있다”며 “공수처는 사법체계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어떤 행정부서에도 소속되지 않은 공수처가 검사의 권한을 전제로 한 영장청구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위헌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철 변호사는 “헌법에 따르면 영장은 검사만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검사는 헌법에서 정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임명된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청에 소속된 검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공수처법안이 내포하고 있는 다른 법률과의 충돌문제 및 해석상의 불명확성은 수사기관 간에 힘겨루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독립기구를 만드는 법률안을 제정함에 있어서는 신중의 신중을 거듭해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근본을 훼손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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