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을 깝깝하게 하는 것들…보건 문제, 노후 주택, 교통 불편, 교육등

[공감신문=박범준 칼럼니스트] 어느 유명한 가수의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함께 한 평생 살고 싶어’라는 노랫말에는 도시민들이 농촌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담겨있다. 도시에서의 팍팍한 삶을 뒤로하고 제2의 인생을 농촌에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자연과 벗하며 멋지게 살아보겠다고 생각하는 귀농귀촌인들에게도 꿈과 환상을 심어주는 노랫말이기도 하다.

실제 우리나라 농촌현실은 어떠한가? 도시 생활과 비교하여 보면, 생활의 측면에서 불편한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참으로 많다. 마을주민의 50%가 넘는 곳도 부지기수고, 삼시세끼 혼자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노인들도 마을 마다 몇 명씩은 있다.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난방은 꿈에도 꾸지 못하고 겨우 비바람을 피할 정도의 집에서 먹고 자고 한다. 여름에는 그나마 견딜만 하지만 겨울에는 진짜로 죽을 맛이다.

나이가 많으신 노인분들이 많다 보니, 그리고 평생을 땅을 파면서 고된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해 오다보니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삭신이 쑤시지만, 약국도 읍내에 나가야 하고, 병원도 멀리 떨어져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읍내에서 마을을 오가는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하루에 많으면 두세번이니, 급하다고 택시를 부를 수도 없고, 마을의 젊은이들이 자기차를 갖고는 있으나, 항상 자기 일 보기가 바쁘니, 노인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때 그때 차를 얻어타기도 하늘의 별따기 마냥 힘들다.

마을 주민의 수가 너무 적다보니, 마을에 변변한 가게도 없어서, 라면 한봉지, 비누 한 조각을 살려고 해도 가까운 소재지나 읍내로 나가야 한다.

마을주변에 학교가 없으니, 젊은 사람들이 농촌마을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이 귀농을 하려는데 가장 크게 주저주저하는 것 또한 자녀의 교육문제 때문이다.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기를 바란다면, 초등학교, 중등학교,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는데, 농촌마을에서는 실질적으로 중등학교부터 가까운 도회지의 학교로 유학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혹시 ‘자녀가 잘못되지 않을까?’라는 노파심에 어차피 돈도 되지 않는 농사를 때려치우고, 도시에서 조그맣게 식당을 하든, 장사를 하든, ‘농사짓는 것 보다 못하겠냐’라는 생각으로 탈농을 하게 된다.

도시생활에 비하여 농촌생활이 깝깝한 것을 다시금 간단하게 요약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보건 건강 문제, 노후된 주택문제, 교통이 불편하고, 물건을 사기도 힘들고, 교육문화의 문제는 결국 젊은 사람들이 농촌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전북 진안군 진안읍 반월마을 마이산 인근 농로에서 노부부가 갓 수확한 벼를 말리기 위해 바쁜 일손을 놀리고 있다. /연합뉴스
농촌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외로움!

온 몸이 쑤시고, 거동이 불편한 농촌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삼시세끼 해결하는 것일까?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농촌에서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불편이고 불편한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노인장? 농촌에서 생활하면서 제일 깝깝한게 무업니까?”라고 여쭤보면,

“말 벗이 없는 거지! 한 참 바쁠 철에는 마실을 다닐 수도 없고, 우두커니 골방에서 TV만 쳐다보지. 어떤 때는 몇 날 며칠을 우두커니 아무말도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지. 도회지로 나간 자식이나 손주들이라도 전화 한통 주면 좋겠는데, 명절 때만 잠깐 올 뿐이지”

“그럼 겨울에는요?”

“겨울에는 조금 낫지. 일도 없고 노인정이나 마을회관에 옹기종기 모여, 화투도 치고, 막걸리도 한 잔씩 걸치고, 어쨌든 사람 얼굴 구경을 할 수도 있고, 왕왕 다투기도 하고 언성도 높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골방에서 우두커니 천장만 바라본다든가 TV만 쳐다보는 것 보다야 훨 낫지”

“혹시 자녀분들이 어르신을 모신다고 안하나요?”

“명절 때면 자식들이 내려와서, ‘형님이 모십시오?’ ‘나는 형편이 조금 그러니 니가 모시면 안되겠냐?” 등등 맨날 싸워”

“그래서요?”

“한 번 은 큰아들이 모시겠다고 하도 우겨서, 서울 아파트로 갔지”

“그러셨어요. 그럼 계속 거기서 살지 왜 내려오셨어요?”

“말도 마! 며느리 눈치 봐야지. 손주들은 아침 일찍 학교가서 학원이며 과외며 저녁 늦게 들어오는 데, 아범보다도 늦는 경우가 더 많아. 그러니 손주들 얼굴 보기도 힘들지. 아범이 회사 출근하고 나면 며느리랑 아파트에 둘이 남아. 그래서 아파트 노인정인가를 나가 봤더니, 아는 사람도 없고 재미도 없어”

“주말에 손주들 얼굴을 보고 한 번 안아볼라치면, ‘할아버지한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하고, 도서관인지 무슨 약속이 있다고 나가버리는데, 암튼 서울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은 완전 감옥생활이고 바늘방석이지”

“아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래서 한 달을 못 버티고, 내려왔어”

“큰아들하고, 며느리는 뭐라고 안해요?”

“큰아들은 그냥 서울에서 살자고 하는데, 며늘아 눈치는 그게 아니고, 작은 아파트에 내가 방하나 차지하고 있으니, 손주들도 불편해하고 그래서 내려온 거지. 시골 내 집에 오니까 꼭 지옥에서 탈출해서 천국에 온 것 같아”

“그러세요? 왜요?”

“일단 공기도 좋지. 아파트에서는 며늘아 눈치 보느라 옷도 제대로 못 입었는데, 여기서는 누가 보기를 하나 간섭을 하나, 웃통을 벗고 있어도 좋고, 소일거리로 농사일도 있고, 만나면 싸우지만 그래도 얘기할 사람들이 몇 명은 있잖아”

“그렇겠네요. 어르신 얘기를 듣고보니”

“우리 노인네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먹는 것도 아니고, 아픈 거야 할 수 없는 거고, 말할 사람이 없다는 것 외로움이 가장 큰 두려움이지”

 

농번기, 그리고 백골이 된 노인

여러해 전 전라남도 화순군 OO마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인데, 이는 OO마을에만 국한된 일은 아닙니다. 아마도 OO마을에서 일어난 일과 유사한 사건이 전국 어느 농촌마을에서나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또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농번기가 지나고 나서 마을 사람들 몇몇이 그늘막에서 막걸리를 한 잔 기울이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한사람이 갑자기

“참! 자네들? 혹시 OO어르신 못봤냐? 거동도 불편하시지만, 뵌지가 하도 오래된 것 같네?”

“그러게! 혹시 지네는 봤는가?”

“아니 나도 OO어르신 얼굴 뵌지가 한 참 된 것 같은데”

“그래! 자! 그럼 우리 이러고 있지 말고 집으로 가보세”

“그럴까?”

이렇게 해서 막걸리를 먹던 마을 주민 여러명이 OO어르신댁을 찾아갔다.

“OO어르신? 계세요?”

아무 소리도 없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마을 주민 하나가 외마디 소리를 지른다.

“아아! 여기, 여기 좀 와봐?”

“왜? 뭔일이야?”

“아니 글쎄. 여기 좀 와보라니까?”

마을 주민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문지방에 백골이 덩그러니 하나 놓여있었다.

아마도 OO어르신의 백골일 터이고, 족히 몇 달은 지난 것 같았다.

마을 주민들은 부랴부랴, OO어르신의 자녀들에게 연락도 하고 해서,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장례를 치루었다.

어느 날 어느시에 돌아가신지도 모르고, 백골이 된 시신을 장례지내는 자식들의 마을주민들에 대한 원망의 눈 길이며, 평생을 한 동네에서 살아온 OO어르신이 죽음을 맞이하여 백골이 다되도록, 마을 주민 어느누구도 몰랐었다는 사실은 마을 주민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고 우울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우울한 상태에서 OO어르신의 장례식을 치루고 나서, 마을청년 및 지도자들 몇몇이 모여서 이야기를 한다.

“그나저나 참으로 큰 일이네. 큰일이야”
“그러게 말이야”

“OO어르신이 우리가 어릴 때, 사탕도 주시고, 마을발전을 위해서 나름 열심히 하셨는데, 저리 돌아가도록 하였으니, 참으로 면목도 없고, 다른 동네에서 이일을 알면 우리 마을을 뭐라고 하겠는가?”

“그러게 말이야. 아무리 먹고 살기가 팍팍하고 농번기라고는 하지만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것이니”

“그나저나 OO어르신일이 우리동네에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고, 차제에 뭔가 대책을 만들어야 하겠네. 대책을”

“그래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OO어른신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뭔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세”

뜻있는 마을지도자 여러명이 몇 차례 모여서, 마을 주민들 중에서 거동이 불편하면서, 삼시세끼 손수 해결하기 힘든 분들이 몇 명인지 조사를 해 보았다. 그랬더니 남자 어르신 7~8여명과 여자 어르신 5~6여명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일단 마을에서 나름 돌봐야할 노인들이 대략 13~14명 정도인 것을 확인한 마을지도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궁리하다가 농촌마을 전문가의 조언을 듣기로 하고, 전문가를 마을로 초청한다.

전문가는 마을 지도자와 통화하면서 “마을내 가장 큰 현안이 무엇입니까?”

마을 지도자는 “실은 농번기에 OO어른신이 백골이 된 사건으로 인하여, 마을주민 전체가 우울한 상태이고,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기가 힘드네요”

“아아! 그런 일이 발생했군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선 마을 주민 다수가 공감하는 문제라면, 저녁 먹고나서 임시마을총회를 개최하면 좋겠군요? 마을 주민 모두가 힘을 합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