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이 탱자 되지 않으려면 재생 에너지 가로막는 淮水의 제도 개정해야

신동한 에너지전환연구소장

[공감신문=신동한 에너지전환연구소장] “독일은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나라지만 제조업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키웠다. 대표적인 것이 에너지 신산업이다. 독일은 태양광 생산량의 65% 이상을 수출하고 있고 풍력발전도 수출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그 결과 독일의 신재생에너지산업은 국내 시장을 넘어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독일이 새로운 산업으로 키운 신재생에너지산업은 기존 산업이 쇠락하면서 감소한 일자리도 채워주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기존 산업에서 감소한 일자리보다 많은 37만개의 일자리가 에너지신산업에서 나왔고 2020년에는 50만개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은 지난 7월 주형환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 언론 기고를 통해 한 말이다. 정부는 올 들어 에너지 신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초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에너지신산업융합얼라이언스’ 개최, 에너지 규제개혁 협의체 구성, 전력 빅데이터 개소 등 다달이 각종 지원 정책과 방안들이 선을 보였다.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여 에너지 체제를 전환하는 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96%의 1차 에너지원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취약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게 첫 번째요,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건 보너스다. 게다가 재생가능에너지를 전기나 열에너지로 변환하고 소비하는 과정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므로 수입에너지원보다 국내 경제와 고용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이제라도 정부가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에 관심을 쏟는 건 반가운 일이다.

주형환 장관은 “독일이 하고 있는 실험을 우리가 못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의지와 실천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과연 독일의 성공을 따라갈 수 있을까? 회수(淮水)를 건너 심은 귤이 탱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회수 이북에서 귤이 탱자가 된 것은 기후 조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조건을 무시하고 그 결과에만 눈을 돌려서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가 없다.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을 꽃피운 토양은 바로 기준가격의무매입제(FIT)이다.

독일 정부는 1990년 ‘재생가능에너지 전력망 접속법(StrEG)’를 제정해 전력공급업체에게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적으로 매입하고 가격은 소매가격을 적용하도록 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기저부하로 받아들이고 아직 생산 비용이 높은 것을 감안해 가격도 석탄이나 원자력발전보다 더 쳐준 것이다.

이 무렵 풍력은 이미 그 정도의 지원으로도 경쟁력을 갖추었지만 태양광 발전은 소매 가격으로는 부족했다. 이를 넘어선 것은 독일 서부의 아헨 시정부였다. 아헨시는 1994년 생산비 보장 매입 제도를 내용으로 하는 조례를 제정하여 시민이나 조합 등에서 태양광발전 같은 고비용의 기술도 과감히 채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2000년 독일의 연방 정부(사민당과 녹색당 연립 정부)는 StrEG의 전력망 접속 우선권과 생산비 보장을 반영한 재생가능에너지법을 제정하였다. 이로써 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기는 생산비를 보장하는 가격으로 15년 동안 우선적으로 매입하는 FIT제도를 완성하였다.

오늘날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원 발전 용량이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1차에너지원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공급 비율이 18%(우리나라는 1%다!)를 넘어선 데는 바로 기준가격의무매입제(FIT)라는 토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토양 위에서 독일의 에너지 신산업은 꽃을 피웠다.

우리나라는 2003년 FIT제도를 도입하여 실시하다 이를 폐지하고 2012년부터 공급의무화제도(RPS)로 바꾸었다. 공급의무화제도란 500MW 이상의 용량을 갖춘 대형 전력회사들에게 일정량의 전력은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것을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이다. 재생가능에너지로 발전을 하는 사업자는 생산한 전력을 한전에 그날 가격으로 판매한 수입과 정부에서 1MWh단위로 발급한 인증서(REC)를 의무공급자에게 팔아 수지를 맞춰야 한다. 즉, RPS제도란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발전한 전기를 모두 사주는 것도 아니고 또 수지를 맞추는 것도 생산자가 스스로 책임을 지는 제도이다.

그러다 보니 석탄화력발전소의 증가로 한전의 전력 구매 가격이 크게 떨어진 데다 REC 가격마저 불안정하게 등락하여 소규모 태양광 발전을 하는 개인이나 조합은 수지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2003년에 FIT를 중단하고 RPS로 갈아탔던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재생가능에너지 전량 매입법’을 제정하여 2012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FIT로 복귀한 이후 일본의 태양광발전 설비량은 6배 이상이 늘어나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용량에서도 세계 6위로 올라서게 되었다.

현재 국회에는 손금주, 고용진, 우원식 의원 모두 71명의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모두 100kW 이하 소규모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에게는 FIT 제도로 지원하자는 내용이다. 19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었었지만 정부의 반대로 깊이 있는 심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폐기된 바 있다.

주형환 장관의 말대로 우리가 독일의 경험을 배워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려면 그 토대가 되었던 기준가격의무구매제도를 다시 도입하여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펼쳐야 한다. 회수를 건넌 귤이 탱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태양광 집전판 /연합뉴스

 

신동한은
서울대학교 기상학과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도시행정학과에서 공부했다. 기후변화에 관해 연구하면서 기저에 깔린 에너지 문제에 천착하게 되었고, 그런 관심의 일환으로 에너지전환연구소라는 개인 연구소를 열었다.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에도 관심이 있어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해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왜 에너지일까?」-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 전환 시대의 논리 (출판:생각비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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