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 데 있고 다정한 정보’ 포도 따라 달라지는, 개성 넘치는 와인 맛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와인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포도 품종’. ‘와알못’이라도 레드 와인의 포도 품종만 잘 알아둔다면, 와인을 고르는 데 훨씬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다.

와인은 포도 품종과 제조·발효 방법, 지리적 여건, 토질·기후 조건 등에 따라 맛이 천지차이로 달라지지만, 소믈리에가 아닌 이상 와인을 마시고 포도 품종을 알기란 어렵다.

와인병 라벨을 보면 포도 품종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와인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프랑스 와인은 ‘라벨’에 포도 품종을 표시하지 않는다. 와인병을 보고 포도 품종을 알 수 있는 와인은 주로 '신대륙' 와인이라 칭하는 미국,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산이다.

포도의 품종은 와인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unsplash]

와인이 마시고 싶은데 수많은 와인 병 앞에서 머리가 지끈거릴 때, 자신의 입맛에 맞는 포도 품종만 알아 놔도 훨씬 수월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어디 가서 와인을 좀 아는 ‘척’ 할 때도 꽤나 쓸모 있지 않을까.

와인은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로제 와인 등으로 나뉜다. 전 세계에는 2500여종의 포도 품종이 있는데, 그중 와인을 만들 때 쓰이는 품종은 200여종 된다. 

이 중에서도 특히 많이 쓰이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포도 품종들이 몇 가지 있다. 이번 알쓸다정에서는 레드 와인의 포도 품종을 소개하려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포도 농장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까베르네 소비뇽은 ‘레드 와인의 황제’라고 불릴 정도로, 레드 와인에서 제일 널리 알려진 포도 품종이다. 프랑스 레드 와인의 가장 대표적인 포도라고 볼 수 있다.

까베르네 소비뇽은 고급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 지역을 원산지로 한다. 최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등 세계 주요 와인 산지에서도 많이 재배하고 있다.

까베르네 소비뇽은 껍질이 두꺼워서 타닌(tannin)이 많이 함유돼 있다. 타닌은 떫은 맛을 내는 성분이다. 그래서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텁텁하고 쓴 맛이 강해, 전체적으로 진하다는 인상을 준다. 한 모금을 넘겼을 때 묵직하고 힘찬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와인 맛이 바로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에게는 블랙체리, 삼나무, 블랙 후추, 연필심, 민트향, 오크 향, 가죽 등이 까베르네 소비뇽에서 느껴진다고 한다. 장기 숙성할수록 좋은 맛을 내는 포도로, 이런 점 때문에 고급 와인을 만들 때도 많이 쓰인다.

와인은 포도 품종에 따라 질감도 달라진다. 까베르네 소비뇽의 경우 진한 질감을 가지고, 피노 누아는 맑은 느낌이다. [freepik]

■ 쉬라/쉬라즈(Syrah/Syrahs)

쉬라는 프랑스 '론' 지역에서 났다. 그리고 호주로 넘어간 쉬라는 호주의 지리·기후·토질에 맞게 개량돼, 쉬라즈가 됐다. 지금은 호주 와인의 60%를 차지하는 품종인 만큼, 호주만의 스타일로 좋은 품질의 쉬라즈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다.

쉬라는 까베르네 소비뇽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타닌이 많아 쓴맛이 강하고, 강한 질감이다. 까베르네 소비뇽의 타닌이 풍부하게 입안에 들어찬다면, 쉬라의 타닌은 조금 톡 쏘고 날카로운 느낌을 준다.

레드 와인 포도 품종은 대표적으로 까베르네 소비뇽, 멜롯, 피노 누아 등이 있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 멜롯(Merlot)

멜롯은 타닌이 적어 부드러운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멜롯은 과육이 크고 껍질이 얇다. 주로 포도의 껍질과 줄기 등에 함유돼 있는 타닌 성분이 멜롯에는 적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차이로 까베르네 소비뇽과 확연히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멜롯 와인은 부드러운 맛과 우아한 향이 나며, 입 안에서 풍만함을 준다.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와인을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하는 와인이기도 하다. 단 맛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단 맛을 느끼기는 어렵다고 한다. 까베르네 소비뇽과 비교했을 때 단 맛이 포함된 수준이다.

멜롯 역시 까베르네 소비뇽과 같이 프랑스 보르도가 원산지다. 지금은 미국 캘리포니아, 칠레, 호주, 남아공 등 신대륙 와인에서도 흔히 쓰이는 품종이다. 오히려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나는 멜롯은 보르도 지방보다 품질이 좋다는 평가도 있다. 와인을 입문하는 사람에게 미국산 멜롯을 추천한다.

피노 누아(Pinot Noir) 품종은 재배하기가 까다로워 특정 지역에서 나는 품종만 그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 피노 누아(Pinot Noir)

피노 누아는 레드 와인 중에 가장 가격이 비싼 품종이다. 프랑스 보르도 지역과 양대 산맥인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품종이다. 석회질 토양을 좋아해 재배하기가 까다로워 프랑스 부르고뉴, 미국 오레곤 지역 등 특정 지역에서만 피노 누아 본연의 맛을 느낄 수가 있다.

피노 누아는 다른 레드 와인과 비교해 아주 확연히 연한 색을 보인다. 색만으로도 포도 품종을 확인할 수 있다. 아로마가 풍부한 점은 피노 누아의 최대 장점이다. 체리, 앵두, 제비꽃 등의 화려한 향을 뽐낸다.

또 타닌이 많지 않아 떫은 느낌은 많지 않으며, 산미가 살짝 높다. 질감이 맑기 때문에 ‘라이트’한 느낌을 준다.

피노 누아 와인은 거의 100% 단일 품종으로 만들어진다. 재배가 까다로운 피노 누아로 만든 와인은 그 향과 맛에 있어 다른 와인들보다 섬세하고, 매우 고급스럽다. 이런 점 때문에 최고급 와인을 만들 때도 피노 누아가 많이 쓰인다.

와인의 본고장은 프랑스지만 최근에는 칠레, 미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많은 나라가 각자의 기후와 토양, 지리에 맞는 좋은 와인을 내놓고 있다. 이들을 '신대륙' 와인이라 부른다. [unsplash]

■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소비뇽 블랑은 프랑스 루아르에서 주로 생산되는 품종이다. 현재 칠레, 미국, 호주 등에서도 소비뇽 블랑을 재배하고 있고, 특히 뉴질랜드에서 품질 좋은 와인을 많이 만든다.

소비뇽 블랑은 굉장히 상큼하고 프레시한 향이 나고, 감귤류 풍미의 맛이 넘친다. 그래서 덥고 습한 여름 날씨에 잘 어울리는 와인이기도 한다. 잔디, 그린멜론, 자몽, 라임 등 과일 향이 느껴지며 적당히 산미가 가미돼 약간의 ‘스파이시’한 맛이 느껴져 매력적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글로 읽는 것보다 직접 한 모금 마셔보는 것이, 와인의 맛을 알기 쉬울 테다. [unsplash]

와인은 단일 포도 품종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여러 품종을 ‘블렌딩’하기도 한다. 마치 커피의 블렌딩과 같다. 떫은 맛이 강한 까베르네 소비뇽과 부드러운 멜롯을 적정 비율로 블렌딩해 와인을 만들면, 또 새로운 맛이 탄생한다.

와인은 심오하다. 인류 최초의 술이자 신들이 즐겼던 술이라는 역사와 신화 속에서 와인은 독자적인 세상을 구축했다. 싼 와인도 비싼 와인도, 와인 한 병 당 각자의 시간과 개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와인은 언제나 비싸고 어렵다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도 저가 와인이 많이 수입되면서, 와인을 즐기는 인구도 늘고 있다고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와인을 알고 싶다면, ‘까베르네 소비뇽에서 정말 연필심 맛이 날까?’ 고민하며 한 모금씩 음미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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