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착오…인증서 사기 위해 비싼 에너지 수입, 태양열 보급 막아

신동한 에너지전환연구소장

[공감신문=신동한 에너지전환연구소장] 지난 10일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국정감사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혼소(混燒)하고 있는 목재 펠릿(pellet)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운천 의원은 재생가능에너지 지원 제도인 공급의무화제도(RPS: 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가 시행된 2012년에 비해 지난해 목재펠릿 혼소량이 3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용한 목재 펠릿의 대부분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수입하며, 열량 당 가격도 유연탄에 비해 2.59배가 비싸다고 한다. 가스발전보다도 비싸다.

그럼 발전사들은 왜 더 비싼 목재 펠릿을 해외에서 사다가 혼소할까? RPS로 대형 발전사들은 올해 발전량의 3.5%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 부족한 양은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로부터 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를 사들여야 한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해주는 것 중에 목재 펠릿이 있다. 목재와 나뭇잎 등을 압축해 만든 목재 펠릿은 바이오에너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발전사로서는 스스로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거나 소규모 인증서를 사 모으느니 자사가 가동해야 하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목재 펠릿을 섞어 때고 목표량을 채우는 게 훨씬 손쉽다. 그래서다.

유사한 경우로 바이오 디젤이 있다. 제주도에 있는 경유 화력발전소는 바이오 디젤을 섞어 때고 REC를 받는다. 바이오 디젤 역시 동남에서 주로 수입한다. 가격도 보통 경유보다 비싸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목재 펠릿이나 바이오 디젤을 혼소할 이유가 없다. 왜 더 비싼 에너지원을 해외에서 사들여야 하는가?

정부에서 수입한 목재 펠릿과 바이오 디젤의 혼소에 REC를 부여하는 근거는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다는 거다. 유연탄이나 경유는 화석연료로서 연소 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바이오에너지는 생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탄소중립적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과제인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는 이 또한 유용한 방법이다. 하여 정부는 지난해 7월말부터 자동차용 경유에 바이오 디젤을 2.5% 섞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에너지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서도 항상 긍정적인 자원인 것은 아니다. 바이오에너지가 탄소중립적이라는 건 식물생태계가 복원 가능한 범위에서만 그러하다. 한해 성장하며 자란 것보다 더 많은 바이오매스를 태워버리면 초과 분량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된다. 자연림을 파괴하고 팜유나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것도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또한 식량 자원과 경합하는 것도 문제이다. 그래서 옥수수로 생산한 바이오 에탄올을 많이 사용하는 미국도 옥수수 알곡이 아니라 옥수수대 등 폐기물에서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바이오에너지가 재생가능에너지가 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바이오에너지로 한정해야 한다. 바이오에너지는 한 해 성장하는 양이 제한되어 있으며, 에너지 밀도도 국경을 넘어 수송할 만큼 크지 않다. 즉, 목재 펠릿을 동남아에서 실어오느니 그 배에 쓴 기름을 때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정책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목재 펠릿에 REC를 부여하는 건 온실가스감축 방안을 재생가능에너지 지원 정책으로 보전하는 방향 착오이기도 하다. 2010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에 의해 발전사들은 할당된 배출량을 초과할 경우 제재를 받으며, 목재 펠릿이나 바이오 디젤의 사용은 온실가스 감축으로 반영된다. 여기에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인증(REC)이라는 혜택이 추가된 것이다.

이런 정책 수단의 방향착오는 정작 RPS로 지원을 받아야 하는 태양광이나 풍력, 지열 등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을 제약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재생가능에너지원 발전량의 부담을 던 만큼 소규모 사업자에게서 사들이는 REC가 줄어들었고, 이는 REC 가격을 떨어뜨려 소규모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의 수익을 하락시켜 보급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재생가능에너지로서 바이오에너지란 국내에서 한 해에 생산하는 바이오매스와 그를 변환한 에너지로 분명하게 인식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더 이상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의 하나라고 하여 해외에서 비싼 돈 주고 재생가능하지 않은 에너지를 사들여 오는 모순과 비효율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목재 펠릿을 만들기 위해 벌채된 고사목이 파쇄돼 쌓여 있다.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의 파쇄장. /연합뉴스
목재 펠릿
목재 펠릿 연소
신동한은
서울대학교 기상학과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도시행정학과에서 공부했다. 기후변화에 관해 연구하면서 기저에 깔린 에너지 문제에 천착하게 되었고, 그런 관심의 일환으로 에너지전환연구소라는 개인 연구소를 열었다.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에도 관심이 있어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해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왜 에너지일까?」-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 전환 시대의 논리 (출판:생각비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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