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강화·저금리 상황 맞아 부동산·헤지펀드등으로 다변화

김현민씨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모펀드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LBO(Leveraged Buy-Out)였다. 하지만 그러던 시절도 끝나가고 있는 듯 하다.

요즘들어 사모펀드 업계의 핫이슈는 LBO가 아니라 AUM(Asset under Management), 즉 운용자산이 아닐까 싶다.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행보를 지켜보면, 바이아웃을 더 이상 주도하지 않고 AUM 경쟁으로 바뀌고 있는 양상이다. 투자은행들(IB)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심해지고 헤지펀드와 투자은행들이 영위하던 영역이 사모펀드로 대체되면서, 사모펀드들은 전통적인 수익모델이었던 LBO로부터 벗어나 다변화 전략을 추구하는 추세다.

바이아웃 시장 규모가 크게 줄고 있다. 올해 1·4분기 사모펀드의 LBO 규모는 294억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이는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기준으로 792개였던 사모펀드의 수가 올해 920개로 늘어났다. 사모펀드들이 더이상 전통적인 수익창출 방식인 LBO 비즈니스로는 성장하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사모펀드 수가 늘어 경쟁이 심화됐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환경이 급변하면서 저금리 기조로 더 이상 차입금을 싸게 조달하기 어려워져 예전과 같은 고수익을 실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LBO는 낮은 조달비용과 싼 주식가격을 바탕으로 수익을 올리는 모델이다. 하지만 현재의 저금리 상황에서는 예전처럼 싼 가격에 차입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씨티그룹 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채권의 82% 정도가 1% 미만의 수익률로 거래되고 있고, 작년 유로 지역 평균 LBO 규모는 피인수기업 EBITDA(세전·이자 지급전 이익) 배수 10.0 이상인 수준이다. 이 역시 지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모펀드들은 LBO를 대체할 수익모델을 찾아나설 수 밖에 없다. 그 대체 수익모델은 대략 헤지펀드와 부동산 두가지로 구분된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이 최근 22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헤지펀드 마샬웨이스(Marshall Wace)에 투자, 지분 24.9%를 매입했다. 또다른 글로벌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마그네타 캐피탈(Magnetar Capital)과 세네터그룹(Senator Investment Group)에 각각 136억 달러, 70억 달러의 지분투자를 했다. 이 두가지 예시는 사모펀드들이 헤지펀드로 눈을 돌리는 대표적인 예시에 해당한다.

하지만 사모펀드들은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큰 규모로 자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자산(asset class)이 바로 부동산이다.

블랙스톤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주거용 부동산 자산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면서 현재는 기존의 비지니스 모델에서보다 부동산 투자에서 더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 9월에는 60억 달러 규모의 럭서리 호텔 체인(Strategic Hotels)을 인수했고, 그에 앞서 지난 4월에는 GE캐피탈로부터 230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인수하기도 했다. 블랙스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폭락한 부동산을 꾸준히 매입, 부동산 개발투자를 해왔고, 그 결과 현재 북미 지역 부동산 사모 시장에서 AUM 기준으로 가장 큰 손이 됐다. 2014년 기준으로 블랙스톤 순수익의 43% 이상이 부동산 투자수익인 사실은 최근 사모펀드들의 수익모델 다변화 추세를 잘 보여준다.

투자은행을 옭죄고 있는 미국의 금융 규제가 사모펀드 영역으로까지 미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사모펀드들의 수익모델은 헤지펀드나 부동산으로 계속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용어설명

 

 

 

(김현민씨의 글입니다. 씨티그룹 글로벌캐피탈마켓 뉴욕투자은행부 차장, 前맥킨지&컴퍼니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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