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현 IBK 부행장 겸 경제연구소장
조봉현 IBK 부행장 겸 경제연구소장

[공감신문] 조봉현 칼럼니스트=한국 경제가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이 성장 동력으로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우리 기업의 경쟁력과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투자와 기술개발이 부진하고, 시장 개척과 인재 양성에 소극적이며,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으로 기업가 정신은 재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지만, 70~80년대 창업하여 한국 경제 성장을 주도해온 중소기업이 CEO 고령화로 인해 기업승계라는 높은 벽에 막혀 더 이상 도약을 꺼려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IBK경제연구소가 중소기업 승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승계를 완료한 기업은 3.5% 에 불과하고, 1세대 기업 3곳 중 1개사는 10년 내 세대교체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승계기업(33.2%)으로 파악됐다. 중견기업연합회에서 실시한 설문 결과에 의하면, 중견기업 10곳 중 8곳은 기업을 승계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승계에 직면한 기업들은 하루라도 빨리 후계자에게 물러줘야 하는데, 과중한 상속·증여세, 가업상속 공제요건 충족 곤란, 후계자 부재 등으로 승계의 문턱에 딱 걸려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가업상속 공제 금액을 사업영위기간에 따라 최대 500억 원까지 늘렸고, 요건 및 사후관리기간 등을 점차 완화해 왔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 현장의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괴리가 너무 큰 것 같다. 가업상속 공제제도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는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이 50%로 OECD 35개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다. 기업의 최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상속할 때는 할증과세(20%)가 붙어 상속세 최고세율이 사실상 가장 높은 편이다. IBK경제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승계 기업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분을 매각할 경우에 10개중 2개 기업은 경영권 유지가 곤란하고, 중견기업은 10개중 8개가 경영권 유지가 어려운 것으로 분석되었다. 독일 및 일본 등은 기업 상속에 대해서는 납부 유예를 하고, 일정 기간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증여세 전부를 감면해주는 제도가 있어 기업 승계에 대한 세금 걱정은 별로 없다. 

얼마 전에 만난 중소기업 대표는 70년대 초에 창업하여 꾸준히 투자하고 성장시켜 매출액이 3,000억원에 육박하는 우량한 기업으로 키웠다. 그런데 지금은 기업승계를 위해 굳이 더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하소연 했다. 매출액이 3000억원 넘어가면 가업상속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을 쪼개거나 성장을 멈춰 이익을 내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야할 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과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커 가는 것을 오히려 두려워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기업승계가 원활하지 못해 좋은 기업들이 성장을 멈춘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성장을 후퇴시키는 일이다. 기업승계가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라면 규제혁파의 관점에서 과감하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에 한해, 승계 제도를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제한된 범위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가업상속 공제혜택을 주기보다는, 위법한 행위 외에는 모든 분야에서 기업승계 규제를 없애 장수하는 기업은 가업상속 공제 혜택을 받아 승계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나중에 상속 자산 처분시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기업 상속세를 없애는 선진국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중소·중견기업에 한해 가업승계 공제 한도를 폐지하고, 매출액 제한도 점차 없애는 방향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27.2%에 그치므로, 승계 요건과 사후관리기간은 기업 현실에 맞게 대폭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 가업승계유지 의무인 업종변경 제한을 폐지하는 것은 시대적 트렌드 변화에 기업이 잘 대응하기에 바람직하다. 가업상속공제 최대주주 지분율 완화도 고려해야 한다. CEO 생전에 기업을 계획적으로 승계할 수 있도록 사전 상속(증여) 제도도 대폭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상속‧증여세 혜택을 받는 금액만큼 기업이 투자하도록 조건을 붙이면, 기업은 승계를 순조롭게 하면서 투자도 견인할 수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중소·중견기업 정책과 지원의 중요한 축으로 기업승계를 통한 혁신성장에 더 많은 역점을 둬야 한다. 창업 못지않게 오랜 동안 성장해온 기업이 승계의 원활화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더욱 커 나갈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2세대 3세대 중소·중견기업 CEO들이 참신한 아이디어와 역동성으로 세계 시장을 마음껏 누비는 기업으로 계속 키워 나간다면, 이것이 제2의 창업이자 한국경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또 다른 주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봉현 칼럼니스트
현재 IBK기업은행 부행장, IBK경제연구소장으로 재직중이다. (사)청년창업가협회 자문위원장,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정책 위원회 위원.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동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를 취득하고, 중소기업은행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거쳐 벤처기업을 창업해 경영자로서 경영일선에서 뛰기도 했다.

인제대학교, 중앙대학교 강사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저서로 <나도 청년 빌게이츠 될수 있다>, <가족기업 경영과 승계>(공저), <통일 기업에 기회인가  위기인가>(공저) 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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