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테스트베드 단계
가장 큰 숙제는 '인증·보안' 문제… 저작권 이슈도 해결 과제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금융권이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 한창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메타버스 플랫폼 상에서 교육이나 회의를 하거나, 대고객 참여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모습. 

이를 테스트베드(Test bed) 삼아 궁극적으로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고객 경험 개선을 통해 금융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이 메타버스 야구장 '신한 쏠 베이스볼 파크'에서 진행한 '추석맞이 쏠야구 대잔치' 이벤트.
신한은행이 메타버스 야구장 '신한 쏠 베이스볼 파크'에서 진행한 '추석맞이 쏠야구 대잔치' 이벤트.

 

현재 ‘메타버스’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 중인 곳은 은행권이다. 

먼저, 신한은행은 지난 7월 메타버스 야구장인 ‘신한 쏠(SOL) 베이스볼 파크’를 자체 구축하는 것으로 첫 발을 뗐다. ‘KBO 리그’ 타이틀 스폰서이기도 한 신한은행은 이 곳에서 다양한 고객 참여형 이벤트를 실시하며 화제를 모았다.

은행 관계자는 “추후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기술 및 서비스 검증을 위한 PoC(기술·사업실증)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퓨처스랩’ 7-2기 선정 기념 웰컴 행사, 신입직원 연수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가졌다. 지난달에는 초등학생 대상 금융교육 프로그램 ‘신한 쏠버스(Solverse) 메타금융스토리’를 개최하기도 했다.

장기적인 목표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모바일 뱅킹 어플리케이션 ‘신한 쏠(SOL)’ 내에 구축해 고객이 메타버스 상에서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게임적인 요소도 추가해 ‘재미’도 함께 추구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행이 보유한 비금융 채널과 연계한 콘텐츠, 이용자들이 재미있게 즐길 만한 게임 요소나 여러 이업종 사업자와의 연계를 통한 제휴 서비스 등을 우선적으로 계획 중에 있다”며 “차후엔 추가적인 콘텐츠들은 물론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들과 연계해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이용자들의 편의와 재미를 추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 'KB금융타운'을 문 열었다. 메타버스에 힘을 준다는 다짐의 의미로 최근에는 '메타버스 걸그룹'을 표방하는 에스파와 모델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 'KB금융타운'을 문 열었다. 메타버스에 힘을 준다는 다짐의 의미로 최근에는 '메타버스 걸그룹'을 표방하는 에스파와 모델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미국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 아예 ‘KB금융타운’을 선보였다. 은행권 첫 시도다. 이 곳에서는 고객이 직원과 화상상담을 하면서 필요 시 비대면 채널을 이용해 상품 가입 등을 할 수 있다.

다만 은행 측은 “KB금융타운의 목표는 금융 서비스 출시가 아닌, 메타버스에 어떻게 금융을 접목할 수 있을까를 실험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를 활용한 가상금융 체험관을 구상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다양한 과제를 통해 메타버스 기술을 경험하고 금융을 접목하기 위한 기술적 과제들을 파악하면서 메타버스 활용 가능성을 실험하는 단계”라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인터넷이나 모바일이 금융의 주요 채널로 자리 잡았듯 메타버스가 새로운 금융채널, 메타버스뱅킹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알렸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금융교육을 진행 중인 하나은행.
메타버스 공간에서 금융교육을 진행 중인 하나은행.

 

하나은행도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중요 고객 접점으로 메타버스를 주목하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시작은 지난 7월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한 것이다. 인천 청라 소재 그룹 연수원인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실제와 같이 구현해 특히 주목을 받았다. 8월에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활용해 MZ세대를 위한 맞춤형 금융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의 메타버스 행보는 지난 8월 신설한 메타버스 전담조직 ‘디지털혁신 테스크포스팀(TFT)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디지털혁신TFT는 ▲원천기술 보유업체와의 비즈니스 협력·투자 방향 검토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위한 세미나·강연 및 상담서비스 ▲MZ세대 고객 위한 체험 공간  구축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영업지원 등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 방법을 모색하고, 수행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하나은행 디지털혁신TFT 관계자는 “단순히 가상의 은행 점포를 만들거나 회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기존 금융권의 접근방식을 넘어, 관련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중장기 과제를 도출해 단계별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메타버스 플랫폼 상에서 신입행원 사령장 수여식을 진행하며 기념촬영 중인 모습.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메타버스 플랫폼 상에서 신입행원 사령장 수여식을 진행하며 기념촬영 중인 모습.

 

우리은행은 연수, 회의 등 내부 직원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로 메타버스를 활용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대고객 대상 서비스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은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의 민관합동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가입해 메타버스 금융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제페토,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과 제휴사업을 발굴하고 글로벌 테크 기업과 혼합현실(MR) 기반 미래금융 서비스 연구개발(R&A)하는 것을 준비 중에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오프라인의 고객 경험 개선을 통해 당행 대면·비대면 채널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디지털 업무 문화 정착을 위한 중장기 과제를 설정해 단계별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의 메타버스 신입사원 교육 수료식 장면
삼성화재의 메타버스 신입사원 교육 수료식 장면

 

2금융권도 메타버스 열풍에 속속 합류 중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은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가입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신한카드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와 손잡고 MZ세대 맞춤형 선불카드를 내놨다. 증권업계는 대고객 세미나 등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물론, 본격적인 '메타버스 금융'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인증, 보안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은 신뢰성과 안전성이 핵심 가치 중 하나로, 메타버스에서 인증이나 보안 기능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인증 부분은 메타버스에 최적화 된 형태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신석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경제 체제의 신뢰와 안정성 보강을 위해서는 가상경제 역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 필수”라며 “특히 디지털파일에 대한 저작권 문제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보편화 등이 핵심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기사는 총 3회로 나눠 보도합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