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

[공감신문] 강문성 칼럼리스트 = 2022년 임인년 국제통상환경은 2021년 제기되었던 다양한 이슈가 지속하면서 다사다난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코로나-19 이후 급락했던 상품무역은 2020년 하반기부터 회복되다가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과 공급망 쇼크 및 병목현상 등으로 20213분기 하락세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의 기저효과, 미국 태평양 연안의 물류 대란의 해결전망 등으로 2022년에는 상품무역의 회복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여기에는 코로나 확산세 지속 여부와 추가적인 변이의 출현 여부, 공급망 위기관리 정도, -중 무역분쟁의 향방 등 다양한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특히, 2022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경제통합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PP)’ 관련 논의가 국내외에서 급박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CPTPP 가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중국과 대만 역시 가입을 신청한 상황에서, 한국은 물론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도 가입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여야 후보 간 치열한 득표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통상 관련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은 작지만, 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가입신청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농어민단체 등의 반발을 한국 정부가 어떻게 CPTPP 가입 협상과 국내 대책에 반영할 것인지 주목된다.

이와 더불어 2022년에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통상정책이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출범 이후 대중 견제 전략에 있어 변죽만 울리던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1월 중순부터 좀 더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노동, 인권, 환경 등 새로운 이슈를 통상 문제와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월 말 온라인으로 개최된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economic framework)’를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구체적인 협의체를 언급한 순간이다. 그 이후 11월 중순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과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한국을 차례로 순방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정부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아직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공급망, 디지털 통상,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을 중심으로 2022년 초에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 행정부는 이러한 경제 프레임워크의 추진이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를 그대로 믿는 전문가는 없다. 왜냐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통상질서 상황이 매우 급변하고 있고 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동맹국을 중심으로 결성된 CPTPP에 중국과 대만이 가입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이 지역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중국이 의도하는 바는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의 무역 규범 설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동시에, 미국과 동맹국의 중국 견제 의도를 사전에 무력화하는 것이다. 대만의 기습적인 가입신청서 제출로 양안 관계가 급속히 악화하여, CPTPP를 둘러싼 국제정치 역학 관계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 아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함과 동시에, 중국의 CPTPP 가입신청으로 중국의 눈치 볼 것 없이 CPTPP 가입을 신청할 상황이 만들어졌으므로 이를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역시 가입신청 후 협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회원국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국 정부의 사전적인 협의에서 일본을 제외한 모든 기존 회원국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현재 가입 협상 중인 영국까지 한국의 CPTPP 가입을 환영하는 상황이다. 일본은 한국의 가입신청 문제를 한일관계, 후쿠시마 수산물 검역 조치 등과 연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그동안 악화되어온 한일관계가 전략적 가치가 높은 CPTPP 가입문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만이 가입하고 한국은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과 여러 산업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대만이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그동안 중국 때문에 국제통상질서에서 제외되었던 대만이 날개를 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대만이 CPTPP를 매개체로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한다면, 한국 첨단산업의 미래는 그야말로 깜깜해질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미 대선 정국으로 연일 정치권이 뜨거운 상황에서 어느 정치인이 나서서 한일관계의 개선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제기되는 이슈가 득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인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섣불리 제기했다가 역풍을 맞지 않을까 다들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8년 전의 상황도 똑같았다. 일본이 TPP가입을 결정했던 2013년 한국 역시 참여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그때에도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빴던 한국의 정치인들은 아무런 컨트롤 타워 없이 통상업무가 외교부에 남느냐, 산업부로 옮기느냐에 골몰했고, TPP 가입신청으로 닥칠지 모를 후폭풍이 두려워 누구 하나 과감하게 움직이지 못했고 집단적 결정 장애에 빠졌다. 지금도 이러한 결정장애 상태다. 현재로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 정부가 다음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유일하다.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한일관계를 풀고 다음 정권이 부담 없이 새출발 할 수 있도록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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