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염보라 기자=데이터가 경쟁력인 시대다.

대형 포털사이트가 부동산중개 스타트업과 소송전을 벌이는 것도, 수조원 손실을 내는 기업이 80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보유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이 '데이터'라는 존재의 가치 때문이다. 

20일 공감신문과 만난 정상조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데이터를 석탄·석유에 비유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인 인공지능(AI)의 작동을 돕는 원료로서 데이터를 바라본 것이다.

정 교수는 "1차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이 엔진, 석탄·석유가 엔진을 돌리는 원료였다면, 4차 산업혁명에서는 인공지능이 엔진, 데이터가 원료"라며 "그런 이유에서 4차 산업혁명에서는 좋은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고 인공지능을 잘 만드는 나라(또는 기업)가 최강"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과정에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화할 때마다 대두됐던 실업 증가나 빈부격차 같은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 교수는 '중도실용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보다 정확하게는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리더십이다. 성장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동시에 피해를 보는 계층을 보듬고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는 리더십이 현 시점에서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서울대 법학대학원에서 지식재산권법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으로도 재직 중이다. 최근 관심사는 데이터·인공지능으로, 지난해 책 <인공지능, 법에게 미래를 묻다>를 펴내기도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데이터·인공지능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문제,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법·제도 보완 필요성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니다.

정상조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Q. '네이버'가 '직방'에 이어 '다윈중개'와 데이터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어떻게 보는가.

- (부동산) 매물 정보를 선점한 선발주자와 후발주자 간의 갈등으로, 결국은 데이터를 둘러싼 전쟁으로 볼 수 있다. 

네이버 부동산은 선발주자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 매물 정보를 받아서 포털('네이버')에 올리고, 소비자와 중개업자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후발주자로 직방이 등장했다. 사업 초기에는 다량의 매물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우니까 네이버 부동산 등에 올라온 매물 정보를 '크롤링'(crawling) 방식으로 복사해서 활용했다.

크롤링은 24시간 돌아다니면서 데이터를 복사하는 거다. 새로운 매물 정보가 뜨면 바로 복사한다. 네이버에서는 이 점을 문제 삼은 것인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직방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것이란 생각이다.

일단, 네이버도 어느 웹사이트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 인덱스 (index)를 만들기 위해 크롤링을 한다. 또, 데이터 자체도 네이버가 생산한 데이터가 아니다. 직방과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업체일 뿐인데, 선발주자라는 이유만으로 데이터를 독점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하는 게 제 개인적인 견해다. 후발주자들의 시장에 진입을 해야 데이터베이스도 더 발전하는 것 아니겠는가.

데이터를 둘러싼 전쟁은 부동산중개업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Q. 소송전을 벌일 만큼 데이터가 중요한 것인가.

- 지금은 데이터 경제다. 가장 중요한 재산이다. 예를 들어서 '우버'는 10조여원 매출에 4조원 손실을 내는 기업이지만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4분에 1 규모로 크다. 손실이 4조원씩 나지만 사람들은 우버가 보유 중인 데이터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거다. 

Q. 국가적 차원에서 본다면.

-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AI)으로 제조업을 움직이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1차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이 엔진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에서는 인공지능이 엔진 역할을 한다. 데이터는 인공지능이라는 엔진을 움직이는 원료다. 증기기관의 원료로 석탄과 석유가 쓰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4차 산업혁명에서는 좋은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고 엔진인 인공지능을 잘 만드는 나라가 최강 반열에 들 수 있는 것이다.

Q.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 않나. 그런데 시장에서는 인재 공급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 심각한 문제다. 교육부 규제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는) 정원을 늘리는 것이 힘들고, 정해진 총량(정원) 속에서 A전공을 B전공으로, (인재) 수요가 있는 전공으로 정원을 돌리는 것도 어렵다. 좋은 교수를 모셔오는 것도 쉽지 않다. 중국의 칭화대나 인민대는 임금을 3배, 4배 준다고 하면서 좋은 교수를 모셔가는데, 우리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호봉제로 처음에는 300만원부터 시작하자' 그러니 누가 오겠는가.

합리적이지 않은 규제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칭화대나 미국 스탠포드는 산업협력단에 유능한 '테크놀로지 라이선스' 오피스가 있어서 기업가 정신으로 (교수들이 개발한) 특허를 팔고 창업화 한다. 그런데 우리 교육부 규제는 교수가 (테크놀로지 라이선싱을) 하게 돼 있다. 비즈니스를 해본 사람들이 아니라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칭화대나 스탠포드는 창업으로 1년에 1000~3000억씩 버는데, 서울대는 기껏해야 몇십억에 그친다. 자꾸 이러니 교육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정상조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Q. 저서 <인공지능, 법에게 미래를 묻다>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산업용 로봇 밀도는 1만명당 710대 수준으로 미국·일본·독일보다 두 배 이상 높지만, 2017년부터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해주셨다. 이유가 뭘까.

- 우리나라 제조업의 생산활동이 줄어든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Q. 그러면 산업용 로봇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당연히 우리 제조업의 생산활동을 늘려야 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해야 복지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성장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정치인들도 깨달아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의 생산활동이 늘어날 수 있도록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투자의 유인책을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본다.

Q.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법과 제도의 정비도 필요할텐데.

-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먼저, 영국이 증기기관 발명을 장려하고 촉진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1차 산업혁명에 성공했듯이,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에서 성공하려면 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청년들이 그 혁신 기술을 활용해 사업화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거다. (앞서 언급한) 교육부 규제는 대학에 한정된 문제이지만, 그런 규저가 도처에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필요한 규제지만, 규제를 최소화 하면서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는 그런 지혜를 짜낼 필요가 있다는 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산업부 장관 시절에 '디지털 공화국법'이라는 걸 만들었다. 정부 데이터는 물론 민간 데이터의 개방을 장려하고, 활용까지 도와줬다. 법 시행 5년째인데, 그 결과 창업이 엄청나게 늘었다. 미국 'CES'(세계가전전시회) 유레카 파크에 가장 많은 창업기업이 참석한 나라도 프랑스였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데이터 3법' 개정은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건(데이터 3법) 하나에 불과하고, 그런 식으로 규제 완화를 해야 우리도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Q. 작년에 모 AI 채팅 서비스의 여성폄하 발언 논란은 데이터의 신뢰성,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데이터의 신뢰성,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아마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세기까지는 정부의 투명성을 많이 이야기 했다. 부정부패가 나라를 망치는 길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부만큼 우리의 삶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존재가 바로 인공지능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생겨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알고리즘은 사실 영업비밀이다.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공개 가능한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영업비밀을 보호하면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느 정도로 공개할 것인가, 그 기준을 찾는 게 우리들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정상조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정상조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Q. 신뢰도가 높으면서 접근이 쉬운 데이터 중 하나가 ‘공공데이터’다. 그런데 법원 판결문의 경우 일부를 제외하고 공개가 막혀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부연설명을 하자면, 헌법상 재판 공개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판결문은 100% 공개한다. 단, 당사자나 이해관계자가 요청을 할 때만 제공하는 형식이다.

이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개라고 말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개는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디지털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문 공개 비율은 약 3%, 지밥법원·고등법원 판결문은 0%대에 그친다.

사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판결문 공개는 필요하다고 본다.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사법 불신을 해결하고 사법 서비스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Q. 인공지능이 판결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사람이 판단해도 사법 불신이 생기는데 인공지능은 더 어렵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기계니까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사람이 만든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해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만든 오류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 자체에 편견이 들어가 있는데, 로봇에게만 편견을 갖지 말라고 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과학자분들은 '오류를 시정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잘 모르겠다. 그 알고리즘도 결국 인간이 만드는 건데, 편견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보장을 누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영원히 남는다. 편견을 없애는 건 결국 인간이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Q.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단기 계약을 맺고 일하는 비정규 프리랜서 ‘긱 이코노미’가 점차 확산되면서 노동법 개정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 산업 구조가 플랫폼 경제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변화다. 막을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노동법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제조업 시대의 노동법은 플랫폼 경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버 운전자 또는 배달 종사자들이 근로자냐 아니냐를 두고 소송까지 하지 않나. 소송을 한다는 건 기존 노동법을 전제로 해서 끼어맞추는 거다. 사실 이건 현재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고용주의 변화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옛날 제조업의 근로자들은 고용주에 의해 감시·감독을 받고 통제됐다. 그런데 플랫폼 경제에서는 알고리즘이 업무지시를 하고 평가를 한다. 알고리즘의 고용주를 대체한 것이다. 노동법의 핵심은 고용주와 근로자의 관계인데, 노사 관계가 아닌 알고리즘과 근로자의 관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된 것이다.

Q. 인공지능, 로봇 발달에 따른 빈부격차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어떤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 과거 김대중 대통령 때는 PC 확산에 따른 빈부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에 PC를 보내고 인터넷 인프라를 굉장히 많이 구축했다. 비슷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토종 인간과 새로운 인간(인공지능·로봇 등을 확보한)의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시장에만 맡기면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상조(왼쪽) 교수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정상조(왼쪽) 교수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Q. 책에서 로봇 개발에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 같은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셨다. 조금 더 설명해달라.

- 의약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임상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감독해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만 허가를 내주지 않나. 앞으로는 로봇의 경우에도 그런 감독과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물론 로봇이라고 하면 범위가 너무 다양하다. 유형화 해서 규제·감독이 필요한 카테고리의 알고리즘을 선별해서 관리·감독을 하자. 그런 논의가 이제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제안을 했다.

Q.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진정한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중도실용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켜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리더십, 동시에 그 과정에서 낙오된 사람들, 변화에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 소외된 사람들을 보듬으면서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리더십이 앞으로는 필요할 것이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정리= 염보라 기자
사진= 이건 기자

※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했습니다.

정상조 교수 프로필

-現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現국가지식재산위원장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방문교수
-미국 워싱턴대 로스쿨 석좌방문교수
-사법연수원 운영위원
-안전행정부 공공데이터제공분쟁조정위원
-서울대 법학대학 학장 겸 법학대학원 원장
-영국 런던대 법학 박사
-영국 런던대 정경대 법학 석사
-서울대 법학 석사
-서울대 법학과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