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수익 모델도 다양해 질 것”
“업종별로 메타버스 근무형태 다양화 되고 확산될 듯”
"새로운 기술 발전에 따른 법과 제도 보완 필요”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필요에 의한 잠시 잠깐의 유행이라 생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활동에 제약이 생긴 탓에 반짝 수요가 생긴 것이라 여겼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기업들은 이곳에 사옥을 짓고, MZ세대는 놀이공간을 넘어 경제활동을 하는 장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간, ‘메타버스’에 관한 이야기다.

1일 공감신문과 만난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메타버스연구팀장은 “인터넷 시대를 넘어 메타버스 세상이 도래한 것”이라며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도입 초창기에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이메일’ 계정을 현재는 대부분 사람이 최소 1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향후 몇 년 안에는 메타버스 아바타(가상 캐릭터)를 필수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설명이다.

이 팀장은 국내 대표 메타버스 전문가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생소했던 2019년부터 해당 분야를 연구해 왔다. 여러 중앙부처에서 메타버스 자문 활동을 하고 있으며, 다수 기업과 협력을 추진 중에 있다.

대표 저서로는 <메타버스 비긴즈 : 인간×공간×시간의 혁명>이 있고, 최근에는 <메타버스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45 : 메타버스와 NFT 세상에서 일하고 돈 벌기>를 펴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메타버스연구팀장

 

Q. ‘메타버스’라는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 메타버스는 오랜 시간 준비해온 미래였다. 관련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해 왔고, 그 결과물이 메타버스라는 공간에 집약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라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같은 기술이 활용됐고, 공간을 채우는 기술로 인공지능, 네트워크, 블록체인 기반의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등 기술이 쓰였다. 모두 혁신으로 불리는 기술이다.

기술이 진화하면서 (메타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데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가상공간의 중요성이 커졌다. 기술의 진화가 코로나 확산에 따른 비대면 수요와 절묘하게 만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Q. 메타버스라는 기술이 대중화될 요소를 갖췄다고 보는가. 반짝 유행에 그칠 것이란 전망에 대한 견해는.

- 이미 대중화되고 있다고 본다. 2000년대 인터넷 패러다임이 메타버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메타버스를 하나의 기술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메타버스라는 공간만으로는 발전할 수 없다. 채워지는 기술도 있어야 한다. 일련의 모든 것을 큰 패러다임의 변화로 봐야 하는 이유다. 각 기술이 성숙해 가고 있는 과정이고, 이 뒤에 햅틱(Haptic·촉감으로 교감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기술 등 또다른 기술이 기다리고 있다. 즉, 혁명의 시간이 가고 있는 거다. 

인터넷 혁명의 시대가 20년 넘게 이어오면서 PC, 모바일, 태블릿 등 기기가 등장한 것처럼, 메타버스 시대에서도 기술이 발전하는 동시에 다양한 기기가 나올 것이다. 최근 구글은 외국어 실시간 번역이 가능한 증강현실(AR)글래스 시제품을 공개했다. 앞으로 2년 안에 나올 현실이다.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쓰는 것처럼, AR글래스를 쓰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는 순간이 올 것이다.

인터넷에서 메타버스로 바뀌는 커다란 물결의 흐름은 바꿀 수 없다고 본다. 인터넷 초창기에 이메일 아이디를 누가 만들까 했는데 지금 모두가 쓰는 것처럼, 아바타도 기본적으로 하나씩 만들게 될 것이다. 그게 큰 흐름이다. 

Q. 기업과 정부에서 메타버스 관련 강연·자문 활동을 꾸준히 하고 계신다.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도나 관심도는 높은 편인가.

- 각양각색이다. “이게 혁명이라고?” 하는 반응도 있고, 반대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메타버스를 어떻게 활용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곳들도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자동차업계다. 지난해 ‘웨이모’(구글 자율주행 계열사)가 자율주행차를 위한 가상세계를 만들어 관심을 모았다. 현실처럼 바람도 불고 자동차도 끼어든다. 이 환경에서 자율주행차를 움직여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를 모으는데, 오프로드에서 5년을 돌린 것보다 가상세계에서 하루 돌린 데이터 양이 더 많다고 한다. 

풍량·안전성 검사도 이 공간에서 가능하다. ‘BMW’의 경우 전 세계 모든 공장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옮겨놨다. 제조 과정 자체를 가상화한 것이다. 기존에는 사람이 모여서 기획 회의를 하고, 디자이너가 스케치를 하고, 모형을 만들어 부품을 넣고, 풍량·안전성 검사를 하고, 자동차가 완성되면 홍보팀은 실물 자동차를 기반으로 컴퓨터설계(CAD)나 3D 데이터를 만들어서 팜플릿을 제작하고, 이후 고객의 피드백을 받는 등의 수많은 단계를 거쳤다. 하지만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각각 떨어져 있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가상 체인 안에 올라오게 된다. 차량이 출시되기 전에 고객이 가상세계에서 먼저 시승을 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메타버스연구팀장

 

Q. ‘직방’이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고 메타버스 본사를 만드는 파격 실험을 했다. 생산성 측면에서 성공 가능성을 평가해주신다면.

- 직방이 시범테스트 기간을 거쳐 (지난해 2월) 메타버스 사무실을 오픈한 뒤, 해당 플랫폼을 서비스 하기 위해 명칭을 (기존 ‘메타폴리스’에서) ‘소마’(SOMA)로 변경하고, 올해 4월 미국 법인을 세운 일련의 과정은 사업성이 있다는 확신에 따른 것이다. 현재 20여개 기업이 (무료 서비스 중인 소마 가상오피스에 입점해)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생산성 측면에서 충분히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Q. 이러한 실험이 플랫폼 외 다른 산업군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 연구 결과를 보면, 전체 산업에서 100% 가상근무로 전환할 수 있는 직군의 비중은 30~40% 정도로 나온다. 아무래도 인터넷 기반, 지식 기반의 직종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반면 제조업이나 서비스 기업은 100% (가상근무) 전환이 힘든 산업군이다. 이런 곳들은 하이브리드로 바꾸거나, 오프라인 근무를 하면서 가상 도구의 활용을 늘리는 식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AR글래스를 활용해 불량 부품을 확인하거나 가상공간에서 교육을 하는 식이다. 선택지는 ‘0’과 ‘1’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결국에는 업무 환경에 맞춰 최적의 방식을 선택하면서 일련의 변화를 따라갈 것이라고 본다.

Q. 직방처럼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지 않아도 기존 플랫폼을 활용해 메타버스 사무실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 ‘제페토’(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도 일은 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회의를 하거나 용량이 낮은 자료를 올리는 정도만 가능하다. 대용량 자료나 특수한 프로그램이 연동돼 있는 파일은 실행이 안 된다. 파워포인트도 못쓴다. 그래서 회사로 구축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대안으로는 일단 직방의 ‘소마’가 있다. 일하기 위해 만든 환경이니 (제페토보다) 훨씬 많은 것을 지원한다. 장기적으로는 쏘마처럼 일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관련 정책 사업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Q. 메타버스를 통한 경제활동도 가능한가.

- 그렇다. 예를 들어 ‘로블록스’(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벌써 몇십억원 수익을 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메타버스 속 아이템을 만들어 파는 모델도 작년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제페토에서는 올해 라이브 방송 모델을 공개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강연을 하거나 세미나를 열 수 있다. 아바타를 이용해 드라마 같은 창작물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걸 유튜브에 올리면 간접적인 광고 수익이나 ‘슈퍼챗’(채팅창에서 후원금을 받는 것) 모델로도 연동할 수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라는 공간에서는 돈을 벌 수 있는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단순히 채팅을 하거나 노는 공간을 넘어 경제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확대 중인 것이다. 

Q.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영상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새로 생겼다. 메타버스 세상에서도 새로운 직업이 탄생할 수 있을까.

- 현재도 희귀한 직업이 많다. 대표적으로 로블록스에는 ‘룩 뱅가드’라는 유명한 크리에이터가 있다. 각도에 따라 색상이 바뀌는 패션 (아바타) 아이템을 집중적으로 만드는 분인데, 유명세를 타면서 명품 브랜드 ‘구찌’와도 콜라보레이션을 했다. 로블록스 안에 구찌가 매장을 냈는데, 그 안에 채워질 구찌 아이템을 협업해 만든 것이다. (참고로, 룩 뱅가드가 작업한 ‘디오니소스백’은 실물보다 더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아이템뿐 아니라, 건물만 집중적으로 만들거나 나무를 잘 만드는 분도 있다. 공연장에서 터지는 폭죽을 잘 연출하는 사람도 있다. 가상세계에서 투어 가이드를 해주는 사람도 있고, 미술관 큐레이터도 있다. 현실에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있는 것처럼, 이 세계도 그렇다는 거다. 사람들은 (메타버스의 생태계에 대해) 단순하게 생각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엄청나게 세분화 돼 있다.

이승환(오른쪽)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메타버스연구팀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1일 공감신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승환(오른쪽)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메타버스연구팀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1일 공감신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Q. 최근 쓰신 <메타버스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45>의 2장 제목이 ‘메타버스와 NFT의 만남’이다. 두 기술 간에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 현실에서 보면 경제활동을 하는 근간은 소유권이다. 소유를 증명할 수 없으면 경제활동이 일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과거의 디지털에서는 암묵적으로 (복제 생산을) 합의했다. 그래서 복제된 것들이 무분별하게 돌아다녔고, 이걸 이용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존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NFT의 등장은 소유자에 대한 증명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통해 현실에서처럼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NFT를 붙여서 가상의 컵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현실세계라면 (물건을) 한 번 팔면 끝이지만, (NFT 컵은) 거래 시마다 거래액의 5~10%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도록 설정해 놓으면 계속해서 수익을 낼 수 있다. 과거 (디지털 환경에서는) 그런 방식이 불가능했다. 소유권 인정이 안 되니까 이런 프로세스를 지원해줄 수 없었다. 그게 이제는 가능해진 거다. NFT라는 기술을 통해 이 (메타버스) 공간이 다채로워지는 거다.

Q. 투자 관점에서 메타버스의 가치는.

- 작년까지는 너무 과열돼 있었다. 기업이 사업 정관에 메타버스라는 단어만 추가해도 주가가 올랐으니 말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유동성이 빠지면서 어떤 기업이 진짜 돈을 버는지가 중요해졌다. 이럴 때 진짜가 드러난다. 옥석 가리기가 될 것이란 의미다. NFT 투자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작년에 30억원대에 거래됐던 잭도시(‘트위터’ 공동 창업자)의 세계 첫 트윗 NFT의 가격은 현재 98%나 떨어졌다. 옥석 거라기에서 떨어진 사례다.

과거 IT붐 이후 거품이 꺼진 기업이 있는 반면, 그 시기를 잘 견뎌 진짜 탄탄한 모델을 만들어간 기업도 있다. 메타버스도 이런 과정을 몇 년간 거치면서 성장을 해나갈 것이라고 본다.

Q. 메타버스 기술의 발전을 위해 법적·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가.

- 너무 많다. (메타버스와 관련해) 규제 이슈가 넘쳐난다. 간단한 것부터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100% 가상근무가 불가능하다. 국세청에 사무실 주소를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방도 100% 가상근무 환경을 구현했다고 하지만 사업자등록을 위한 오프라인 사무실이 존재한다.

아바타의 법적 지위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예를 들어 가상공간에서 성추행 범죄가 발생했다면 현실 법을 적용할 것인가, 수익에 대한 과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부분들이다. 전세계 사람이 모이는 공간인 만큼, 피해자와 가해자가 각기 다른 국적일 때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할 것인가도 문제로 남는다.

새로운 기기의 등장에 따른 고민거리도 있다. 지난 2013년 미국에서는 AR글래스를 쓰고 운전하던 사람이 경찰관에게 붙잡힌 사례가 있었다. 결국 대법원에서도 적법 여부를 판단하지 못했다. 그런 하나하나가 모두 이슈다. 

생각해 보면 인터넷 세상에서도 악성 댓글, 불법 콘텐츠 유통 등 풀지 못한 숙제들이 많다. 메타버스는 인터넷보다 더 진화된 공간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더 다양하고 복잡한 사례들이 나올 것이다. 그러니 예측 가능한 부분은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이승환 팀장 프로필

-현)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메타버스연구팀장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KT Corporate Center Manager
-KT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
-한양대학교 경영학 박사(경영정보학 전공)
-KAIST 경영학 석사(IT경영 전공)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수상경력: 과학기술정통부 장관상
-저서: <메타버스 비긴즈 : 인간×공간×시간의 혁명> <메타버스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45 : 메타버스와 NFT 세상에서 일하고 돈 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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