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희생자 동반...실패자 줄이고 희망의 사다리 복원해야"
“위기 대비해 빚 줄이고 자산 건강하게 만들고, 자신의 '역량' 키워야”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102년 만의 세계적 전염병, 77년 만의 전쟁,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으로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온다. 경제위기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4일 공감신문과 만난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희망’을 이야기 했다.

자본주의가 생긴 이래 100번 이상 위기가 찾아왔지만, 그럼에도 자본주의는 계속 발전해왔다는 설명이다. 

물론 겨울(위기 상황)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하다. 다가올 봄날에 승리자로 남기 위해서는 겨울잠을 자기보다는 부지런히 움직여 봄을 준비해야 하다는 취지다.

김 전 교수는 그 첫 번째 키워드로 ‘회복탄력성’을 꼽았다. 회복탄력성의 핵심은 혁신이며, 혁신의 전제는 창조적 파괴다. 

그는 “위기야말로 낡은 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라며 “혁신을 통해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재창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제조업 강국 4위 도약을 위한 하방 생산계열의 강력한 성장 지원과 시장 루저(패배자)를 격려하는 포용적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아가 성차별, 세대갈등, 가족해체 등 불편한 진실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이야기 하고 해답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전 교수는 “세계의 국제정치와 경제 판도가 바뀌고 있는 세기의 전환점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는 더욱 희망이 없다“면서 ”절박감을 가지고 정당적, 이념적인걸 넘어 문제 해결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전 교수는 수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KB국민은행 부행장,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연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등을 지낸 경제 전문가이자 미래학자다. 대표 저서로는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경제, 반전의 조건> <혼돈의 시대> 등이 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Q.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둠’이라는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올해 세계 경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대한 견해는.

- 루비니가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서 쓴 글의 핵심은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둔화)과 부채 위기가 함께 오는 사건이 있어날 수 있다. 그러면 최악의 경우 주가가 50% 하락할 수 있다. 또 경착륙 위험이 높기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Fed)는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거다.

일단 스태그플레이션 위험과 연준의 금리 인상 애로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부채 위기 내용은 동의하지 않는다. 통상 위기가 오려면 스파크가 있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CDO’(부채담보부증권)라는 금융상품에 문제가 생기면서 위기가 온 거였다. 단순히 빚이 많다고 해서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현재로서는 금융·재정 정책의 역동성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어떤 정책도 쓸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소위 말하는 ‘Stall Economy’(무대책 경제)를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Q. 위기의 상황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궤도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어떤 키워드에 주목해야 할까.

- 자본주의가 생긴 이래 100번 이상 위기가 있었지만 자본주의는 계속해서 발전해왔다. 무대책 경제로 가더라도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이 또한 지나가게 돼 있다.

그런 힘을 심리학 용어를 빌려 말하면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은 혁신을 통해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재창조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즉, 회복탄력성의 핵심은 혁신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혁신은 나라와 시대를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성장의 원칙이기도 하다. 그리고 혁신의 전제는 창조적 파괴여야 한다. 위기야말로 낡은 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혁신을 통해 봄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 가지 더 주문하자면, 시장의 ‘루저’(패자)들을 격려하는 포용적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혁신의 과정은 불가피하게 루저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루저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희망의 사다리를 구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Q. 우리나라의 회복탄력성을 평가해 주신다면.

- 올해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착수한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은 식민지배와 전쟁을 치루고 60년 만에 세계 10위 경제대국이자 정치적 민주화를 이룩한 유일한 나라다. 그만큼 강력한 회복탄력성을 가진 나라라는 의미다.

다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굉장히 비관적이다. 경제적인 위기 극복에 관한 연구를 보면, 정부의 임의적인 간섭이 적고 시장의 자율적인 선택을 존중하는 경제일수록 위기 극복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주체들의 자율적인 선택이 존중될수록 혁신이 광범위하고 강하게 일어남으로써 경제성장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회는 4000여개 기업 규제법을 만들고, 15개 규제를 풀었다. 밧줄을 4000개 묶어놓고 15개만 끊은 거다. 그러면 회복탄력성이 제대로 작용할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와서도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규제개혁위원회’를 ‘규제혁신위원회’로 이름만 바꿨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그대로 다수당인 상황에서 크게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긴 어렵겠다는 생각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Q. 그렇다면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우선순위에 둬야 할 것은 무엇인가.

- 전세계에서 한국보다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잘 만든 나라는 없다. 출산 정책이나 벤처기업 지원 정책도 마찬가지다.

반면 강소기업 대국인 독일이나 저출산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프랑스, 성공한 벤처기업이 많은 미국은 어떨까. 이들 국가에 어떤 정책을 펴고 있냐고 물어보면 ‘정책이 왜 필요하냐’고 웃는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법 또는 정책을 어떻게 하냐의 문제보다 생태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특유의 포용·창의성이 미국의 벤처사업을 키울 수 있게 했고, 프랑스는 비혼 출산을 인정하는 문화로 출산율을 높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려면 규제 혁신을 통해 시장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치권 뒤에 있는 이익집단의 기득권을 파괴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회복탄력성을 회복할 수 있는 혁신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 본다.

Q. 코로나19 확산 이후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 5G 강국인 한국에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 동의한다. 한국은 반도체산업 규모로는 세계 2위, 삼성전자는 기업으로 매출액 1위다. 또 우리나라 디지털 상거래시장은 매년 20%씩 성장해 세계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나라다.

주목해야 할 점은 기술혁신이 갈수록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어 수확체감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후발주자의 추격이 갈수록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전세계에서 5나노 이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밖에 없다. 미국 인텔은 설계는 할 수 있지만 생산은 못한다. 전세계에 반도체 공장이 좀 있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나 TSMC를 따라올 수는 없다는 거다.

다만 반도체의 경우 중국시장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에 시장 다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Q. 현재 한국은 제조업·수출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 대체로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제조업과 수출의 비중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미국이 그렇다. 하지만 자원이 없는 한국이 제조업이 약해진다면 무엇으로 성장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수출을 해서 외화를 벌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나라다. (제조업 대신) 서비스를 수출할 수는 있겠지만 한계가 있다. 

현재 한국은 제조업 5위 국가다. 4위 일본과는 약 15% 차이가 난다. 지금은 우리가 세계 4위 제조 강국으로 도약할지, 아니면 중위권 함정에 빠질지가 결정될 중요한 순간이다. 윤석열 정부 기간에 결정될 것이라 본다.

우리는 국제 정치와 국제 경제의 지판이 움직이는 시대에 분명한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한켠으로는 (대기업의 2,3차 협력업체 등) 하방 생산계열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공급지수를 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국산은 1%, 수입은 23% 늘었다. 하방 생산계열이 붕괴되면서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수입을 해 메꿨다는 의미다.

국가에 이익이 되려면 하방 생산계열이 같이 살아나야 한다. 서비스업을 어떻게 하느냐는 그 다음에 논의할 문제다. ‘코리안 웨이브’(한류)로 해서 글로벌 톱으로 가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고, 그 밑에 하부 생태계를 살리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Q. 우리나라의 성장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문제로 출산율 저하, 고령화, 양극화 등이 거론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

- 우리나라와 일본, 이탈리아를 비교하면 굉장히 재미있다. 세 나라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탈리아보다 못산다고 생각할까. 이탈리아는 GDP의 16%를 사회 안전망에 쓰기 때문이다. 일본도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8%에 그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못사는 것처럼 느껴지는거다.

이제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불편한 진실들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때다. 성차별, 가족 해체, 세대갈등, 주택 같은 문제를 국회뿐 아니라 국민들도 더불어 이야기 해야 한다. 

60년 전 한국은 (국가와 국민이 빈곤한) '국빈민빈'의 나라였다. 그래서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새마을운동을 하고 경제개발을 했다. 그렇게 30년이 지나니 (국가가 빈곤하고 국민이 부유한) '국빈민부'의 나라가 됐다. 30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국가가 부유하고 국민이 빈곤한) '국부민빈'의 나라가 됐다.

우리가 잘하면 (국가와 국민이 부유한) '국부민부'의 나라가 될 것이고, 잘못하면 도로 국빈민빈의 나라로 돌아갈 것이다. 현재 그 갈림길에 놓여있는 거다. 국부민부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든 불편한 진실을 터놓고 이야기 하고, 답을 얻어 잘못된 생태계를 고쳐야 한다. 

한국은 한다면 하는 나라다. 정당적 또는 이념적인 걸 넘어 나라의 미래만을 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냐 국민의힘이냐, 이건 의미 없는 구분이다.

Q. 앞서 패자에 대한 격려 포용적 성장. 가상화폐와 주식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서울 회생법원은 개인회생 변제금 산정 시 주식 또는 가상화폐 손실금을 제외하는 실무 준칙을 시행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나 역시 그 분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지만, 이건 아니라고 본다. 법원의 입장이 있겠지만, 공정성이 흔들리는 문제다. 오히려 희망을 주는 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Q. 과거 칼럼에서 "경제성장 정책과 포용정책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언급해주셨다. 그 균형점을 찾는 것이 어려울 것 같은데.

- 정부가 주의해야 할 사실은 '혁신은 반드시 희생자를 수반한다'는 것이다. 혁신을 못 따라가는 사람은 실패하게 된다. 즉, 혁신은 루저를 반드시 수반한다는 의미다. 그러면 분풀이를 뭘로 할까. 정치로 한다. 포퓰리즘으로 분풀이를 해서 앞에 나아가는 혁신자의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루저를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하는 거다. 양극화를 최소화 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와 루저의 회생장치, 희망의 사다리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단순히 돈을 나눠주는 것은 희망이 아니다. 새로운 교육의 기회, 창업의 기회를 주면서 내가 열심히 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겠다는 진짜 희망을 줘야 한다.
 

김동원(오른쪽)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동원(오른쪽)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 지금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놓여있다. 102년 만의 세계적 전염병, 77년 만의 전쟁,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제2의 냉전, 디지털 혁명 등 거의 백년만의 전환점에 놓여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의 국제정치와 경제 지판이 바뀌고 있다. 이 세기적 전환점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지난 60년간의 성공은 무너질 것이며, 다음 세대는 더욱 희망이 없다. 그래서 국정에 책임이 있는 분들이 시대적 절박감을 가지고 역사 앞에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을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개인도 다 마찬가지다. 시대의 거대한 기운이 변하는 때에는 겨울을 잘 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겨울나기를 준비해야 한다. 뗄감을 준비하는 거다. 빚을 줄이고 자산을 건강하게 만들어 위험에 대비해아 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살아남는 자가 승리한다는 걸 인지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공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겨울을 잘 견디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다만 겨울잠을 자라는 의미는 아니다. 자신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지금처럼 큰 변화가 올수록 세상에는 틈이 많아진다. 그 틈을 찾아야 한다.

앞서 말씀드렸듯 자본주의 역사에 100번 넘는 위기를 겪었지만 자본주의는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의 위기 또한 지나갈 것이다. 그러면 봄을 준비하는 자가 승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상이 어렵다고 비관만 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자신을 스스로 돕는 것이 간절하고 절실하게 필요한 때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김동원 전 교수 프로필

-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 전) 연세대 경영학과 객원교수
-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 전) KB국민은행 부행장
- 전) 수원대 경제학과 교수
- 고려대 경제학과(학·석·박사)
- 저서 <혼돈의 시대> <한국경제, 반전의 조건>,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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