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쾌한 파도가 밀려오는 사계해안. 더욱 광포화 돼 가는 파도를 보면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앞선다.
장쾌한 파도가 밀려오는 사계해안. 더욱 광포화 돼 가는 파도를 보면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앞선다.

[공감신문] 한익종 칼럼니스트=돌,바람,여자가 많아 3다도로 불렸던 제주가 이젠 유네스코 3관왕의 쾌거를 이루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환경자산의 보물섬’, 三寶島(3보도)가 됐다.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그리고 2010년 세계 지질공원 인증으로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3관왕의 섬이 된 것이다.

섬 전체가 화산섬으로 이뤄진 제주는, 땅위에는 368개의 오름과 땅 아래로는 160여개의 용암동굴이, 해안가에는 쇄설탄과 용암등으로 이루어진 기암 단애가 형성돼, 자연유산적 가치는 물론 눈부신 비경을 뽐내는 아름다운 섬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제주가 9월16일까지 지질공원 재 인증을 위한 유네스코 자연유산 실사단의 현지 실사를 받았다.

그런데 지질공원에 대한 관리,운영실태를 4년마다 점검해 재인증 자격을 부여하는 이번 조사를 놓고 제주도가 딜레머에 빠졌다.

일부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이유를 들은 재 인증 지정 반대운동이 펼쳐졌고, 그보다 더 심각한 장애는 태풍 힌남로의 영향으로 지질공원 여러 군데가 심한 피해를 봤으니 이들 둘러 본 실사단이 오는 12월 어떤 결론을 내릴 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제주도는 태풍 피해의 조속한 복구 작업과 해안가에 떠 밀려 온 끔찍한 양의 해양쓰레기 수거를 위해 대대적인 활동을 벌인 바 있다(실사단의 점검에 대한 대비만이 아닐 수도).

그런데 지질공원의 재 인증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앞으로의 제주 모습을 그려 본다면 훨씬 심각한 위기에 제주도는 처해 있다.

쇠소깍 해변에서 파도를 즐기는 아이들. 아이들은 점점 광포화 돼 가는 파도의 의미를 알까?
쇠소깍 해변에서 파도를 즐기는 아이들. 아이들은 점점 광포화 돼 가는 파도의 의미를 알까?

해안가를 따른 무분별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건설은 조류와 파도의 방향과 세기를 바꾸어 해안선 침식의 원인을 제공했고 기후 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광폭화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져 제주 자연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 원인 제공이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제주의 자연환경을 망가뜨리는 원인을 외부요인만으로 치부하고자 하는 시각에 우려를 보내고 싶다. 개발위주의 정책, 낚시꾼들의 해안가 오염, 일부 농어촌인들의 쓰레기 방기와 소각행위, 그를 방치하는(?) 관리시스템---. 이 모든 것이 우리 스스로 제주를 망치는 주 요인 중 하나라는 데 인식을 함께 해 보자.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엉알해안의 쇄설탄 단애지역. 밀려드는 해양쓰레기, 단애의 붕괴등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엉알해안의 쇄설탄 단애지역. 밀려드는 해양쓰레기, 단애의 붕괴등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쓰레기 처리의 문제는 비용적 한계 뿐만 아니라 그 양의 자체 처리가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고, 또한 적치된 쓰레기로 인한 침출수는 앞으로 천혜의 음용수라는 제주 용암수를 오염시킬 주범이 돼 미래에는 제주물을 마실 수 없는 지경까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까지 낳고 있다.

이런 환경파괴 행위를 언제까지 이대로 지속해야 할까?

다크 투어리즘을 생각해 본다. 흑역사의 현장을 둘러 봄으로써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의 잔악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 보자고 도입한 관광,여행의 한 패턴인 다크 투어리즘은 블랙투어리즘이라고도 불리며 주로 전쟁의 현장에 집중돼 있었다.

대표적인 장소가 2차세계대전의 참상을 알리는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이다.

제주에도 일제침략전쟁의 잔재인 수 많은 동굴진지와 비행장 참호, 그리고 동포학살의 현장인 4.3유적지등 많은 다크 투어리즘 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환경다크투어리즘’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도의 환경파괴가 지금처럼 계속 진행된다면 우리의 미래 세대는 지구환경 파괴현장을 둘러보면서 우리 세대를 힐난할 것이다.

인류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의 공포로부터 인류를 구원하자는 기치로 `지구멸망시계’라는 걸 만들었다. 주로 원자폭탄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자는 의도에서 였을 것이다.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면 지구는 멸망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만든 시계인 데 현재, 지구멸망 100초 전이라고 한다. 그 원인이 전쟁이 아닌 기후 온난화 등 환경재난에 기인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세계지도상에서 보이지도 않는 작은 섬, 제주에서 지구환경 파괴니, 기후 온난화니, 지구멸망시계니를 거론하는 것이 오버일 수도 있다.

유네스코 지질공원 재 인증을 놓고 이런 문제를 들먹이는 것이 과대망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며 지구의 환경변화와 파괴문제를 놓고 본다면 세계 자연유산 3관왕인 제주가 지구 멸망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못 심각한 오늘이다.

한라산 위의 하늘을 아름답게 수 놓은 승리의 여신 나이키의 날개모양의 구름. 무엇을 위한 승리인가를 생각해 본다.
한라산 위의 하늘을 아름답게 수 놓은 승리의 여신 나이키의 날개모양의 구름. 무엇을 위한 승리인가를 생각해 본다.

지질공원 재 인증을 기대하는 아름다운 보물섬 제주가, 아니 이곳에서 제주 살이를 하고 있는 우리들이 어떤 행동에 나서야 할 지는 명약관화하다.

나는 아니다, 나는 괜찮다 라는 고양이 심리에 빠져 있는 한 제주의 환경 딜레머에서 헤어 나올 밝은 미래는 요원하다.

비치코밍에 나선 바닷가, 해안선이 점점 망가져 가고 있는 해안에 서면 고 이건희 회장께서 위기를 두고 말씀하셨듯이 등골이 오싹하고 식은 땀이 흐르는 듯 하다는 표현이 맞다.

캠핑으로 나선 해변에서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별’을 펼치고 지구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캠핑으로 나선 해변에서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별’을 펼치고 지구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제주의 환경보호는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 등 모두가 지킬 행동강령이다.

아름다운 제주를 보러, 보물섬에서 살려고 제주를 찾았는 데, 다 망가진 제주의 내일을 그려 본다는 것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제주 환경지킴이로 모두들 나서자!

한익종 칼럼니스트
한익종 칼럼니스트

한익종 알나만학교. 발룬티코노미스트 immagic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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