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욱 KAIST 경영대학 교수
백용욱 KAIST 경영대학 교수

[공감신문] 백용욱 칼럼니스트= 혁신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적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혁신형 스타트업 또한 기존 시장에서 존재하던 비효율이나 고객의 불편사항(pain point) 등을 개선하기 위해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이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이렇듯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스타트업이 많은 고객들로부터 선택을 받게 되면 기업은 성장하고 일자리가 창출되며 사용자들은 효용을 극대화한다. 즉,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사회는 다양한 방면에서 더 풍요롭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간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혁신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우버' '타다' '카카오택시'와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와 기존 택시업계의 갈등, 부동산 서비스 플랫폼인 '직방'과 공인중개사협회의 갈등, 온라인 변호사 상담 서비스 '로톡'(LawTalk)과 변호사협회의 갈등, 원격의료 서비스인 '닥터나우'와 의약계의 갈등 등 그 예는 수두룩하다. 심지어 백여 년 전 자동차가 처음으로 상용화됐을 때에도 전통 마차산업과의 갈등으로 인해 자동차 판매 자체가 금지된 적이 있었다. 이렇듯 혁신과 갈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리고 기술이 발전하고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수록 혁신과 갈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런데, 혁신이 갈등을 수반하는 것은 결국 ‘속도’의 문제다. 오늘날 마차 대신 자동차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듯이 혁신은 결국 이뤄진다. 다만 혁신으로의 전환속도가 사회문제를 야기시키는 것이다. 혁신형 스타트업의 경우 생존을 위해서라도 외부 투자자의 자금을 이용해 빠르게 확장하고 성장해야 하는데, 그러는 과정에서 필히 전통산업에서 고객이 빠르게 이탈해 전통산업 종사자의 경제적 이권과 생존권이 빠른 속도로 위협받는다. 많은 경우 디지털 혁신에 기반한 스타트업이 그 빠른 확장성 때문에 전통산업과 갈등을 빚는 것이다.

혁신의 속도가 빠를수록 전통산업의 저항의 세기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통 산업 입장에서는 사업을 재정비하거나 구성원들에게 재교육을 받게 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는 것이다. 사업이 정리가 돼 폐업하면 기존 종사자들은 노동시장에서도 당분간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더욱이 그 종사자들이 연장자이고 디지털 취약계층이면 그 불안감이 더 커지고 앞으로 기회가 많지 않다고 느낀다. 따라서 혁신과정을 지켜보며 느끼는 박탈감과 소외감은 더욱 커진다. 그러니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리고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 혁신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혁신 서비스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고 국민편익이 악화되며 여러가지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게 된다.

혁신은 갈등을 수반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우버' '타다' '카카오택시'와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는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혔고, 국회는 여야 합의로 2020년 3월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결정은 2년이 지난 현재, 지독한 '택시대란'과 요금 인상으로 돌아왔다.
혁신은 갈등을 수반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우버' '타다' '카카오택시'와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는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혔고, 국회는 여야 합의로 2020년 3월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결정은 2년이 지난 현재, 지독한 '택시대란'과 요금 인상으로 돌아왔다. /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혁신 기업과 전통산업의 경쟁과 갈등관계는 단순히 시장의 원리에 의해 양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문제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 전통산업이 더 효율적인 혁신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필히 많은 사회적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정과 조율의 노력이 필요하고 정책당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즉, 단순히 혁신기업과 전통사업자와의 시장경쟁 문제로만 바라보면 혁신 과정에서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혁신의 속도를 적절히 조율하고 혁신을 사회에 안착시킬 수 있는 것이다.

혁신과 갈등을 풀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이해관계자는 경쟁관계에 있는 혁신 스타트업과 전통사업자뿐 아니라 중간에 이들의 관계를 조율해야 할 정책 입안자 및 궁극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소비자의 의견은 대부분 분산돼 있고 한데 집결하기가 어려워 혁신과 갈등 문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언론이 소비자의 의견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책 입안자가 혁신 스타트업, 전통사업자 및 소비자의 3자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조율할 수 있게 된다.  

또 혁신 스타트업과 전통사업자의 이해관계를 저울질해 갈등 관계를 조율하는 방법도 금지냐 아니냐의 극단적 방법으로 귀결할 것이 아니라 보다 상생적인 절충안을 적극 도입해야 할 것이다. 혁신 사업 전면 금지는 스타트업의 ‘성공’을 징벌적으로 대하는 성격이 너무 강해 스타트업 생태계과 국민 편익은 물론 사회의 지속적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신생 스타트업에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일정 기간 시간을 주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성공한 혁신의 열매 중 일부를 소위 말하는 ‘상생발전기금’의 형태로 거둬 정부는 그 자원으로 전통산업에 금전적 및 비금전적 지원을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구조조정, 구성원의 재교육, 혁신 기술 도입 등이 전통사업자에게도 이뤄져 디지털 전환의 기회가 생긴다. 신생 스타트업도 혁신과 필히 수반되는 이러한 사회 갈등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고객뿐 아니라 정책입안자 및 전통사업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며 혁신의 열매가 모두에게 적정 배분될 수 있도록 ‘마케팅 비용’을 재정의한다면 많은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백용욱 KAIST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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