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도 다양한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이 중 주식투자자라면 꼭 알아야 할, 그렇지만 사전 지식이 없다면 쉬이 읽히지 않는 기사를 하나 골라 [경제이슈 쉽게 읽기] 라는 타이틀로 쉽게, 친절하게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14일 코스피는 37.79p(1.75%) 오른 2,200.66으로 시작했다. 코스닥은 13.58p(2.08%) 오른 665.17, 원/달러 환율은 0.2원 오른 1,431.5원으로 개장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 사진 연합뉴스
14일 코스피는 37.79p(1.75%) 오른 2,200.66으로 시작했다. 코스닥은 13.58p(2.08%) 오른 665.17, 원/달러 환율은 0.2원 오른 1,431.5원으로 개장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 사진 연합뉴스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13일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쇼크’에 가까운 결과로 나타났지만, 미국 증시는 상승 마감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우존스가 +2.83%, 나스닥이 +2.23%, S&P500이 +2.60%로 각각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국 증시의 좋은 기운은 바다를 건너 한국(코스피 +2.30%, 코스닥 +4.09%)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에도 훈풍을 불게 했습니다. 간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었죠.

CPI 쇼크라는 최악의 악재에도 증시가 ‘빨간불’(상승)을 켜자 전문가들은 얼떨떨해졌습니다.

“내 경력상 가장 미친 날 중 하나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릭 리더의 말입니다. 짙은 당혹스러움이 느껴지시나요?

해당 이슈를 읽기 위해서는 미국의 9월 CPI 지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고용통계국에 따르면 9월 CPI 상승률은(전년 동기 대비) 8.2%로 집계됐습니다. 전월(8.3%)보다는 낮지만, 시장 예상치(8.1%)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특히 근원 CPI 상승률이 6.6%를 기록, 시장 예상(6.5%)은 물론 8월(6.3%) 지표까지 웃돌았습니다. 근원 서비스가격 상승률이 0.8%로, 1982년 7월 이후 40여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CPI 지표는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Fed)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입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침체 우려를 높이고, 이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불을 지피죠. 즉, 주식시장에는 악재 중의 악재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CPI 쇼크라는 악재에도 증시는 어떻게 상승 마감을 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증시가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CPI 발표 직후 S&P500은 –2.39%, 나스닥은 –3.15%까지 급락했습니다.

그런데 오후가 지나면서 슬슬 상승을 위한 발동을 걸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되짚어 보면 원인도 가늠해볼 수 있겠네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주가가 너무 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미국 증시가 ‘파란불’(하락)을 켠 건 이날 오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주부터 유가 반등, 실업률 하락(고용지표) 등 여파로 지수는 이미 엉망이 된 상태였습니다. S&P500와 나스닥은 무려 6거래일 연속 하락곡선을 그려왔던 터입니다.

전문가들은 하락에 하락을 거듭한 끝에 이들 지수가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반등’ 지수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제 매수 타이밍이야” “‘줍줍’(저가매수) 해야 해” 하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한 것이죠. 이를 두고 ‘기술적 반등’이라는 표현도 씁니다.

이밖에, CPI 쇼크라는 악재를 뒤집을 호재가 나타났다는 추정도 해볼 수 있습니다.

이날 어떤 호재가 있었나를 살펴보니, 영국발(發) 소식이 눈에 띕니다. 영국 정부가 지난달 발표했던 ‘감세안’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네요.(뒤이어 ‘철회’를 결정했습니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달력을 지난달 23일로 되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영국 정부는 430억 파운드(약 69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골자로 하는 미니예산을 발표했습니다.

영국 금융시장은 화들짝 놀랐습니다.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졌다고 시장이 판단하면서 영국의 화폐인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영국 정부의 채권값이 하락하는 등 요동을 치기 시작한 것이죠.

감세안 정책을 뒤집은 영국 정부의 마음이 이해가 되시나요?

영국 정부의 바람처럼 정책 유턴 이후 파운드화와 채권값은 안정을 찾았고, 이는 급반등하던 달러와 미 국채 금리를 끌어내리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증시의 분위기 반전을 만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세 번째로는, CPI 쇼크가 ‘허리케인’급 악재는 아니었다는 추정입니다.

CPI 지표가 예상보다 상회하면서 11월 연준 기준금리 0.75%p 인상 가능성이 유력해졌지만, 사실 이것은 지난주 고용지표 발표 이후 시장에 선반영된 재료였습니다.

12월 0.75%p 인상 가능성도 함께 높아졌지만, 그 전까지 10월 CPI 발표가 남아있어 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10월 CPI가 설마 9월만큼 나쁘겠어?”하는 심리가 깔려있는 것이죠. 일각에서 제기되는 9월 물가 고점론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증시는 내일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겁니다. 재료의 변화가 없어도 쉽게 오르내리죠. 실제로 뉴욕 증시는 하루 뒤인 14일 일제히 파란불을 켰습니다. 

CPI 발표 이후 경기침체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호재보다는 악재가 훨씬 많은 형국입니다. 하루의 상승 랠리에 과도한 흥분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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