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욱 KAIST 경영대학 교수
백용욱 KAIST 경영대학 교수

[공감신문] 백용욱 칼럼니스트= 뉴욕은 금융, 패션, 미디어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뉴욕이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타트업 혁신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뉴욕은 혁신형 스타트업의 개수와 벤처캐피털의 투자 규모 등이 최근 십 년 사이에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 그 결과 매년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에서 발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랭킹에서 뉴욕은 2022년을 포함해 최근 몇 년 간 줄곧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표마다 산정 방식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여타 다른 랭킹에서도 결론은 대동소이해 뉴욕은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명실상부한 가장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로 선정되고 있다.    

하지만 뉴욕은 원래 미국 내에서도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로 알려진 도시는 아니었다.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로는 늘 MIT와 하버드 대학교가 위치한 보스턴이 2위를 차지하였고 그 다음으로는 LA나 시애틀 정도를 꼽는 정도였다. 뉴욕은 기껏해야 5위 혹은 6위 정도를 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도시였다. 수십 년 전에는 맨해튼에 IBM 같은 기업과 벨 연구소(Bell Labs) 같은 연구기관이 설립돼 기술혁신을 선도했다고는 하나 이들도 세월이 지나면서 모두 뉴욕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게 됐고 뉴욕은 기술혁신이나 스타트업과는 좀 거리가 먼 도시처럼 보였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뉴욕은 체질 개선을 하게 됐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를 시작으로 2008~2009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은 대규모 채무불이행 및 금융회사 파산이 발생했고 그에 따라 금융의 도시인 뉴욕이 아주 큰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많은 금융회사에서 대규모 해고 및 감원을 하던 이 시기의 뉴욕 분위기는 참으로 암울했다. 그래서 금융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싶은 것이 뉴욕 시의 생각이기도 했다.  

이때 억만장자 기업가 출신인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당시 뉴욕 시장은 뉴욕 경제를 다시 살리기 위해 뉴욕 시 경제개발공사(New York City Economic Development Corporation, NYCEDC)를 통해 도시 경제 활성화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하게 됐고, ‘게임 체인저’(Game Changers)라고 불리는 새로운 경제개발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그 결과 테크기업의 적극적 유치와 고성장 혁신 스타트업 기업 중심의 생태계 조성 방안이 뉴욕 경제를 다시 살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커뮤니티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뉴욕 시는 코넬테크(Cornell Tech)라고 하는 컴퓨터공학 관련 이공계 인력 양성 대학원을 2012년부터 맨해튼 루즈벨트 아일랜드에 설립해 양질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사진은 콘넬테크 캠퍼스 전경. / 출처 코넬테크 홈페이지
뉴욕 시는 코넬테크(Cornell Tech)라고 하는 컴퓨터공학 관련 이공계 인력 양성 대학원을 2012년부터 맨해튼 루즈벨트 아일랜드에 설립해 양질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사진은 콘넬테크 캠퍼스 전경. / 출처 코넬테크 홈페이지

 

결국 다양한 민관협력사업(Public Private Partnership, PPP) 활성화와 이공계 분야의 고급인력 유치 및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가령, 외부에서 새롭게 뉴욕으로 들어오는 테크기업에게 10년간 법인세 면제를 해주고 새롭게 이주하는 테크기업 종사자들에게 일 년에 20만불까지 5년간 소득세 면제라는 파격적 인센티브를 줬다. 어차피 이들은 뉴욕에 거주하며 세금을 내던 주체는 아니었기 때문에 뉴욕 시 세수에 큰 타격을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생활비가 비싼 뉴욕 시에 간접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해줌으로써 우선은 고급 이공계 인재들을 유인해 뉴욕에 정착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금융, 패션, 리테일, 미디어, 광고, 컨설팅, 법률서비스 등 테크기업 이외에도 다양한 산업부문이 잘 발달한 뉴욕은 이공계 분야 위주로만 발달된 실리콘밸리와는 달리 많은 이공계 인재들의 배우자들에게도 일자리 기회를 주는 곳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유인이 됐다고 한다.  

이외에도 코넬테크(Cornell Tech)라고 하는 컴퓨터공학 관련 이공계 인력 양성 대학원을 2012년부터 맨해튼 루즈벨트 아일랜드에 설립해 양질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코넬테크는 뉴욕 시정부가 공개입찰을 통해 MIT, 스탠포드와 같은 유수의 대학으로부터 제안서를 받은 결과 당시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이스라엘의 MIT로 불리우는 테크니온-이스라엘 공과대학교(Technion - Israel Institute of Technology)와 코넬대학교가 합작으로 운영하기로 한 제안서가 채택돼 설립된 교육기관이다. 이 교육기관의 특징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모든 대학원생들에게 실무 창업 교육과 기초 비즈니스 법률지식을 필수로 제공한다는 것이고, 뉴욕 시에 위치한 다양한 스타트업의 현업 문제를 해결해주는 산학협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뉴욕은 실무형 교육과 산학 간 인적 네트워킹을 강조한 교육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뉴욕은 민관협력의 새로운 도시형 스타트업 생태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복잡한 도시에서 떨어진 교외 지역에 오랜 시간을 두고 유기적으로 발달한 실리콘밸리와는 다른 스타트업 생태계 모형인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스타트업과 혁신생태계가 활발하게 된 런던, 베를린, 파리와 같은 대도시들은 뉴욕의 사례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실리콘밸리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실리콘 앨리’(Silicon Alley)로 불리우는 뉴욕의 성공 사례도 많이 참고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글 백용욱 KAIST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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