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정학적으로 세계 경제협력 중심 역할 가능”
“기마민족의 한민족 DNA 찾아 한국판 《플루타크 영웅전》 집필할 것”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의 장기 경제성장률이 2050년 0.5%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처럼 장기불황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2003년 카드대란 사태 등 국가 경제가 위기에 있을 때마다 ‘대책반장’으로서 역할을 해온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현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은 한국이 장기불황의 늪을 피해 재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한민족 DNA 발현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제시했다.

한민족 DNA 발현을 위해서는 첫 번째, 왜곡된 역사를 복원해야 한다고 봤다. 두 번째는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 혁파다. 이를 통해 기업이 세계 속에서 마음껏 용감하고 영리한 한민족 DNA를 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신성장동력 창출 방안으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직접 부딪히는 전세계 유일한 지역이라는 지정학적 이점을 십분 활용해 ‘세계 경제협력’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전 위원장은 “1929년 대공황 이후 100년 만에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가 예고돼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민족 DNA를 발현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면서 “기마민족, 초원제국의 전사였던 우리 선조들과 같이 세계와 경쟁해 미래의 대한민국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경제 대책반장’ 김석동, 한강의 기적 만든 ‘한민족 DNA’ 찾아 인생 2막 ①>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Q.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안에도 한민족 DNA가 남아 있다고 보는가.

- 이홍규 서울대 교수가 한민족 DNA를 분석한 결과 70%는 북방 DNA를, 30%는 남방 DNA를 가지고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북방민족과 남방계가 섞여 있다는 의미다. 남쪽 해안을 통해 한반도에 정착한 사람들이 있고, 이후 북방민족이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초원 실크로드를 통해 몽골고원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칼호수 남쪽을 들러 발해만 해안을 거쳐 한반도로 들어온 사람들이 있다는 연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북방민족과 궤를 같이 하는) 한민족 DNA는 고조선은 물론 고구려, 부여에서까지 잘 유지돼 왔다. 심지어 고려는 대외지향적인 나라였다. 망하기 직전에 요동정벌을 했다. 북방 의지가 있었고, 북방 정책에 대한 집념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조선으로 들어오면서 잠시 왜곡이 일어났지만, 이후 반환점을 돌아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향해 또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단시간에 굉장한 역사를 만들었다. 한민족 DNA가 남아 있다는 증거다.

Q. 어떻게 보면 과거 북방정벌은 우리의 것을 되찾으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 맞다. 많이 아시겠지만, 대한민국의 영어 이름인 ‘코리아’(KOREA)는 우리 말로 ‘고려’를 의미한다. 과거 고구려는 장수왕(20대왕) 때 고려로 국명을 바꿨으며, 고구려를 이은 발해는 중국 사람이 지은 명칭일 뿐, 스스로 나라 이름을 고려라고 칭했다. 이후 왕건이 건국한 나라 역시 고려다.

학교에서는 코리아라는 이름이 왕건의 고려에서 나왔다고 가르쳤지만, 사실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몽골고원의 오르혼 비문을 보면 고구려 때부터 우리는 코리아라는 사실이 쓰여있다. 코리아라는 이름은 고구려에서부터 유래가 됐고, 그렇기 때문에 고구려사는 중국 지방정권사가 아닌 우리의 역사인 것이다. 고구려사가 중국 역사가 되는 순간, 우리는 코리아라는 이름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고구려를 우리 역사에서 내어줄 수 없는 거다.

Q. 한민족 DNA를 현대 사회에 발현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싶다. 하나는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다. 고대사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중국이 오래 전부터 오랑캐의 땅이라고 주장했던 (만리장성 북동쪽의) 요하지역에서는 무수한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BC 24세기 청동기가 발견됨으로써 문명의 고대국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우리 기록을 보면 BC 24세기에는 고조선 하나밖에 없다. 단군조선을 역사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귀한 자료인 것이다. 이와 함께 우하량이라는 데에서 BC 35세기에 고대국가가 있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유적지가 발견됐다. 우리 역사에서 보면 배달국(단군신화를 공유하는 한민족을 의미)이다. 결론은 우리 역사를, 특히 고조선사를 복원함으로써 동북아 최강 국가를 만들 수 있었던 DNA의 원천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석동(오른쪽) 전 금융위원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책상에는 커다란 세계지도가 놓여있다. 
김석동(오른쪽) 전 금융위원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책상에는 커다란 세계지도가 놓여있다. 

 

Q. 두 번째는 무엇인가.

- 우리가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나라를 건설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하나밖에 없다고 본다. 마음껏 자기역량을 발휘할 수록 기회를 준 것이다.

세계 경제가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류는 100년간, 적어도 40여년간 보지 못한 위기를 보게 될 것이다. 그 이유를 보면, 198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은 유동성을 엄청나게 풀었다. 단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펀드 금리는 1980년대 초 19%까지 올랐다가 이후 0%대까지 하락했다. 그 결과물로 세계적인 버블(거품) 현상이 나타났다. 부동산, 주식, 채권, 코인, 원자재 할 것 없이 (가격이) 다 뛰었다. 그럼에도 물가가 안정됐던 이유는 중국이 세계 시장에 (물건을) 싸게 공급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마음껏 유동성을 늘렸던 건데, 조금씩 한계가 오면서 (버블이) 꺼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세계적으로 공급망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냉전의 시대로, 블록화로 가는 거다. 40년 간의 번영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엄중한, 엄혹한 상황에서 전쟁을 해야 하는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닌 기업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풀어 기업들이 최후의 전쟁에 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Q. 저서『김석동의 한민족 DNA를 찾아서』를 통해 2040년 통일 대한민국이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을 차례로 제치고 세계 6번째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셨다. ‘통일 대한민국’이라는 전제를 단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적어도 그때까지는 통일이 될 것이란 생각이었다.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우리의 한 40분의 1 정도 수준이다. 지금으로서는 크게 의미없는 숫자다. 하지만 통일 대한민국이 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할 수밖에 없다. 중국보다 훨씬 빠른, 10% 이상 성장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이 굉장히 큰 경제권을 만들거라는 사실은 계량적인 증명이 가능하다. (2040년 세계 6번째 국가 도약은) 오히려 북한 문제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본다.

Q. KDI는 한국의 장기 경제성장률이 2050년 0.5%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의 길로 들어서지 않기 위해 한민족 DNA를 일깨우는 것과 함께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첫 번째는 아까 말씀드린 규제 혁파이고, 두 번째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것이다. 우리 안에서 뭔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세계 경제가 근본적으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 

저는 한반도라는 지정학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을 통해 세계적인 물류 혁명과 생산혁명을 일으켜보자는 것이다.

한반도를 지정학적으로 보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세계 4강국의 이해가 직접 부딪히는 전세계 유일한 지역이다. 미국과 일본이라는 해양세력이 대륙으로 들어가기 위한 전초기지인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대륙세력이 해양으로 나가기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이는 한반도가 세계 경제대국의 중심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석동(왼쪽) 전 금융위원장이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석동(왼쪽) 전 금융위원장이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시베리아 횡단열차(TSR), 중국 횡단철도(TCR), 몽골 횡단철도(TMGR), 만주횡단철도(TMR), 한반도 종단열차(TKR), 일본 철도(JR)를 연결하면 한반도를 유라시아 대철도망의 중심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물류의 핵심 축이 되는 거다. 일본은 이미 공사를 시작했다. 우리도 빨리 해야 한다고 본다.

바다의 실크로드도 전개할 수 있다. 북극이 녹고 있다는 기사를 많이 보셨을 거다.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갈 때 현재는 수에즈운하를 통하는데, 만약 북극해를 통하면 기간과 비용을 40% 절감할 수 있다. 이 북극 항로를 통해 한반도가 세계 물류의 진원지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접경해 있는 두만강 지역에 다국적 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안도 현재 연구 중이다. 중국은 자원의 보고이자 곡창지역이면서 엄청난 인력이 있다. 그런데 막혀 있어서 태평양으로 못 나온다. 러시아는 극동 개발이 꿈이고, 북한은 돈을 벌어야 한다. 수요는 충분한 것이다. 이 세 나라가 땅을 내고, 도시건설 최고 기술국인 한국이 도시건설을 맡는다면 어떨까. 신도시에 세계 물류망을 연결해 한판승부를 보는 것, 이게 인류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Q. 사학자 혹은 작가로서의 향후 계획은?

- 전문가에게 요청해 티무르 왕조의 울룩벡(4대 칸이자 칭기스칸의 후손)이 집필한 《사국사》를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국사에는 우리 고대 역사의 굉장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번역해 세상의 빛을 보게 하려고 한다.

또 하나는 한국판 《플루타크 영웅전》을 쓰려고 한다. 내년이 단기 4356년이며, 대한민국 건국 105년이다. 10년 전 우리는 국권을 창탈 당했다. 우리 땅에서 잘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 목숨과 재산을 다 바쳐 독립운동을 했다. 연해주, 만주, 몽골 등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고 한다. 

우리는 100년만에 맞는 대위기를 경험할 거다. 어떻게 보면 100년 전과 같은 상황인 거다. 지식인 총동원령이 내려져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다. 절벽 끝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지식인들이 스스로 입을 열어 말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판 《플루타크 영웅전》을 젊은 세대에, 지식인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다. <끝>

대담 =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 염보라 기자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프로필

- 현)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
- 금융위원회 위원장
- 농협경제연구소 대표
- 재정경제부 1차관
-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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