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

[공감신문] 김도진 칼럼니스트 = 엘러건트 유니버스

the elegant universe

지은이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

출판사 도서출판 승산

출판연도 2020

 

태초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과학의 힘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깊고 광활한 우주의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다.

 

너무나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조금이라도 건질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P.32) 4가지 힘

이 세상(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호작용은 4가지 형태의 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핵력)이 바로 그것이다. 중력(gravity)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힘으로서,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는데 필요한 구심력의 원천이며, 우리의 발바닥(또는 궁둥이)을 지면에 밀착시켜 주는 고마운 힘이기도 하다. 물체의 질량은 중력의 크기를 결정하는 척도로서, 질량과 중력은 서로 비례하는 관계에 있다.

 

중력 다음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힘은 전자기력(electromagnetic)인데, 조명과 컴퓨터, TV, 전화 등 현대 문명의 이기들은 물론이고 천둥 번개와 같은 자연 현상의 근원이 되는 힘이다. 심지어는 피부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의 감촉도 전자기력으로 설명될 수 있다. 전자기력에서 전기 전하(電荷 electric charge)는 중력의 질량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 , 전기 전하는 전자기력의 크기를 결정하는 물리량인 것이다.

 

강력(strong force)과 약력(weak force)은 원자 스케일의 근거리에서만 작용하고 거리가 멀어지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힘이다. 이 두 개의 힘들이 중력이나 전자기력보다 한참 뒤에 발견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강력은 양성자와 중성자 내부의 쿼크(quark 하나의 핵자(양성자 또는 중성자)3개의 소립자 즉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들을 단단하게 결속시켜 주면서, 동시에 양성자와 중성자를 원자핵 속에서 강하게 결합시켜 주는 힘이다. 그리고 약력은 우라늄이나 코발트 같은 원소에서 방사능 붕괴를 일으키는 힘이다.

 

(P.131) 일반상대성이론의 실험적 증거

어떤 특정 위치에 있는 별들로부터 방출된 빛은 지구로 도달하기 전에 태양 근처를 지나치게 되는데, 태양 근처의 시공간이 휘어져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을 통과하는 빛은 왜곡된 시공간을 통과하면서 진행 경로에 변화를 일으킨다. 빛이 태양에 가깝게 스쳐 지나갈수록 경로의 변화는 크게 나타난다. 이런 별들은 육안으로 볼 때 태양에 너무 가깝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관측되지 않지만, 일식(日蝕) 때가 되면 그 존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빛의 경로가 휘어진 정도(각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별로부터 방출된 빛이 지구로 도달하는 도중에 휘어졌다면, 그 결과는 별의 위치 이동으로 나타난다. , 지구에 있는 관측자의 입장에서 볼 때 별의 겉보기 위치(apparent position)가 천구의 좌표상에서 특정 방향으로 조금 이동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이것은 물속에 막대를 반 쯤 담갔을 때 막대가 구부러진 듯이 보이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그러므로 우선 이 겉보기 위치를 측정한 후 별의 실제 위치(별빛이 태양의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을 때 관측한 별의 원래 위치로서, 6개월 전이나 후에 측정하면 된다)와 비교하면 별빛이 구부러진 정도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191511월에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제창한 새로운 중력이론을 이용하여, 태양 근처를 스쳐 지나가는 빛의 경로가 약 0.00049˚ (1.75, 1=1/3600°)가량 구부러진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예견하였다. 그러나 당시의 관측기술로는 이렇게 작은 변화를 알아낼 만한 방법이 없었다.

 

1919529, 그리니치 천문대의 소장이었던 프랭크 다이슨 경(Sir Frank Dyson)의 권고로 당대의 저명한 천문학자이자 영국 왕립 천문학회 총무이사였던 아서 에딩턴경(Sir Arthur Eddington)은 일식 관측 팀을 조직하여 서아프리카 해안의 프린시피(Principe) 섬으로 날아갔다. 이들의 목적은 아인슈타인의 예견을 실제로 확인하는 것이었다.

 

프린시피 섬에서 촬영된 사진들을 5개월에 걸쳐 분석한 뒤에, 1919116일 영국 왕립 학술원과 왕립 천문학회의 연합 학술회의에서 일반상대성이론에 근거를 둔 아인슈타인의 예견이 사실로 입증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였다.

 

이것은 시공간에 대한 기존의 개념에 작별을 고하는, 실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발표로 인해 아인슈타인은 일약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 바로 그 다음날인 1919117일에 런던 타임스 신문에는 '과학의 혁명 - 새로운 우주론이 뉴턴의 물리학을 전복시키다'라는 제목이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오늘날, 일반상대성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에 부합되는 중력이론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굳혔을 뿐만 아니라, 뉴턴의 이론보다 한층 더 정확하게 실험결과를 재현시켜 주는 이론으로 인정되고 있다.

 

(P.134) 블랙홀(black holes)

독일의 천문학자인 칼 슈바르츠쉴트(Karl Schwarzschild)는 시공간의 왜곡 형태를 수학적으로 규명했을 뿐만 아니라, 일반상대성이론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슈바르츠쉴트 해(Schwarzschild's solution')를 찾아냈다.

 

그가 새롭게 발견한 사실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만일 어떤 별의 질량이 매우 좁은 영역 안에 밀집되어 있어서 질량을 반지름으로 나눈 값이 어떤 임계값보다 커지면, 시공간의 왜곡이 급격하게 커져서, 그 근처에 존재하는(또는 그 근방을 지나치는) 물체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그 별의 중력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빛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응축된' 별에서는 빛조차도 중력권을 탈출하지 못한다. 이 별은 과학자들에게 '어두운 별(dark star)', 또는 '동결된 별(frozen star)'이라고 불려지다가 존 휠러(John Wheeler)에 의해 '블랙홀(black holes)'이라는 멋진 이름을 갖게 되었다.

 

'블랙' 이란, 그곳으로부터 빛이 탈출하지 못하여 검게 보인다는 뜻이며, ''은 일단 한번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 얼마나 적절한 이름인가!

 

그림 3.7에는 슈바르츠쉴트의 해가 도식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블랙홀은 인근에 있는 만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괴물 같은 존재로 알려져 있지만,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로 접근하면 보통의 별 근처를 지나듯이 '쾌적한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물체건 간에 '사건지평선(event horizon)'이라 불리는 블랙홀의 중력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모든 것이 끝장나고 만다. 블랙홀의 중력권에 걸려든 물체는 블랙홀의 중심 쪽으로 무자비하게 끌려가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중력에 의해 산산이 분해될 것이다.

 

(P.145) 양자역학의 이론적 구조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은 극미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탄생한 학문이다.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 기존의 우주관에 일대 혁명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양자역학은 원자적 규모의 미시세계에 대한 우리의 기존 관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양자역학의 거장 중 한 사람인 리처드 파인만(Richard P. Feynman)1965년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상대성이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12명뿐이라는 기사가 뉴스로 보도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믿는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논문을 세상에 발표하기 전에, 그 내용을 이해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단 한 명뿐이었던 시절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논문이 공개되고 난 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12명은 분명 과소평가된 수치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나는 현재 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파인만이 이 글을 쓴 지 37년이 지났지만, 그 내용은 지금도 여전히 사실로 남아 있다.

 

(P.190) 양자터널(quantum tunneling)

불확정성원리는 또 하나의 놀라운 현상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양자터널' 이라 불리는 현상이 그것이다. 만일 당신이 10피트 두께의 콘크리트 벽에 조그만 플라스틱 구슬을 던진다면 고전적 관점에서 볼 때 공은 당연히 당신을 향해 되튈 것이다. 조그만 공은 두꺼운 벽을 뚫고 지나갈 만큼 충분한 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소립자의 영역으로 축소시키면 공의 파동함수(wave function 확률파동) 중 일부가 벽을 뚫고 지나간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조그만 공이 두꺼운 벽을 뚫고 지나갈 확률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확률이 작긴 하지만, 분명히 0은 아니다. 그리고 '뚫고지나간다는 것은 벽에 구멍이 난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벽을 통과한다는 뜻에 더 가깝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이것도 역시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독일의 물리학자)의 불확정성원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P.215)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의 본질

초끈이론에 의하면, 미시세계의 만물들은 모두가 조그만 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이 진동하는 패턴에 따라 우주의 운명이 결정된다. 기존의 이론과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새로운 이론이 또 한 차례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끈이론에 등장하는 끈은 더 이상의 세부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서, 끈이론이 말하는 끈이란 물질을 이루는 가장 궁극의 최소단위인 것이다. 하지만 이 끈은 길이가 너무도 짧기 때문에[플랑크 길이와 비슷하다. 플랑크 길이(Planck length)의 스케일은 대략 10×10×10×100만분의 1cm(10-33cm) 정도이다] 최첨단의 관측장비를 동원한다 해도 마치 점입자처럼 보인다.

 

끈이론은 자연의 법칙을 하나로 통일시켜 줄 유력한 후보로 각광받고 있다. 물질을 이루는 모든 소립자들과 힘을 전달하는 모든 매개입자들은 특정한 진동패턴을 자신의 신분증처럼 간직하고 있다. 우주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과 물리적 과정들은 가장 궁극적인 단계에서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으로 설명될 수 있으므로, 끈이론은 물리적 우주를 통일된 관점에서 서술하는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T.O.E.)]의 자질을 충분히 갖고 있다.

 

(P.391) 수학자와 물리학자

끈이론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은 수학과 물리학의 경계를 흐려놓으면서 생소한 계산법을 개발하여 수학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물리학자들은 전위 음악가에 비유될 수 있다. 그들은 해답을 찾기 위해서라면 기존의 법칙들은 기꺼이 변형시키거나 폐기 처분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수학자들은 정통 고전음악가로서, 엄격한 기초 위에 논리를 쌓아나가며, 모든 논리가 완벽하게 증명되기 전에는 결코 다음 단계를 나가는 법이 없다.

 

이 두 가지 방법은 각자 고유의 장·단점을 갖고 있으며, 각자의 개성에 맞는 새로운 발견을 꾸준히 이루어내고 있다. 이것은 현대 음악과 고전 음악처럼,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서, 무엇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각 개인의 취향과 교육 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P.414) 섭동이론(perturbation theory)

물리학자들은 지난 세월 동안 '섭동이론(攝動理論)' 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복잡한 시스템을 근사적으로 서술해왔다. 섭동이론이란, 일단 하나의 문제에 대략적인 답을 얻은 후에 이 단계에서 누락된 구체적인 정보들을 순차적으로 추가하여 점차 사실에 가까운 답을 만들어나가는 일련의 작업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이것은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어 왔으며, 끈이론을 이해하는 데에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섭동의 원리를 날마다 체험하면서 살고 있다.

 

어느 날 당신의 차가 말썽을 부려서 정비공에게 차를 맡겼다고 가정해보자. 정비공은 당신의 차를 대충 훑어보고는 날벼락 같은 진단을 내렸다. 엔진 블록을 새로 갈아야 하므로 부품비와 인건비를 합하면 900달러 정도의 견적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대략적인 계산이므로, 본격적인 정비에 들어가면 세부적인 항목들이 구체화 되면서 더욱 정확한 가격이 결정될 것이다. 며칠 후, 정비공장을 찾아갔더니 정비공은 속도조절 장치의 부품도 갈아야 한다며 50달러가 추가된 950달러쯤 들어갈 것이라고 귀뜸해주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난 후에 차를 가지러 갔더니, 정비공은 987.93달러짜리 청구서를 제시했다. 엔진 블록과 속도조절 장치의 수리비가 950달러였고, 팬 벨트 덮개 값이 27 달러, 배터리용 전선 값이 10달러, 그리고 절연 나사의 값이 93센트였다. 처음에 900달러로 예상했던 수리비가 실제 정비를 거치면서 더욱 구체화 된 것이다. 물리적 용어를 써서 표현한다면, 나중에 추가된 세부 항목들이 바로 '섭동(perturbation)' 에 해당된다.

 

섭동이론을 효율적으로 적절하게 적용시키면, 초기에 짐작했던 값은 한층 더 구체적인 값으로 수정되어 거의 사실과 일치하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제대로 된 경우라면 처음의 값과 비교할 때 나중에 추가된 값의 크기는 매우 작다(초기 값=900달러, 나중에 추가된 값=87.93달러). 그러나 처음에 예상했던 수리비보다 엄청나게 비싼 청구서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불행한 사태는 흔히 '바가지 요금' 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물리적으로는 '섭동이론의 실패' 로 간주한다. 왜냐하면 나중에 추가된 양이 '부수적인 세부항목'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섭동이론을 이용하면 태양계 내에서 지구의 궤적을 매우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태양의 질량은 태양계 안에 있는 행성들보다 압도적으로 크고, 천문학적 스케일에서 볼 때 지구와의 거리가 매우 가깝기 때문에 지구의 운동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태양과 지구, 단 두 개의 천체만을 고려하여 둘 사이의 중력에 의해 형성되는 지구의 궤적을 계산하고, 이것을 초기 근사값으로 간주할 수 있다. 대개 이 근사값만으로도 충분하다.

 

만일 더욱 정확한 궤적을 알아야 한다면, 우리는 태양 다음으로 지구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달의 중력을 섭동으로 도입하여 초기의 근사값에 수정을 가하면 된다. 달만으로 모자란다면, 지구 근처를 지나는 다른 행성들의 중력도 순차적으로 고려하여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이 모든 중력적 요인들을 처음부터 모두 고려한다면 계산이 너무나 어려워지지만, 섭동이론을 이용하면 이 난관을 가뿐하게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중력만을 고려하여 대략적인 궤적을 알아낸 후에, 다른 부수적 요인들을 첨가하여 초기 궤적을 조금씩 수정해 나가는 방법 - 이것이 바로 섭동이론의 전형이다.

 

(P.525) 인류의 영원한 질문

앞으로 1세기가 지나면 초끈이론 또는 M-이론은 지금의 석학들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다란 진보를 이룰 것이다. 우리가 궁극의 이론을 향해 나아갈수록 끈이론의 필요성은 더욱 크게 부각될 것이다. 끈이론은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했던 과학이론들 중 가장 스케일이 크면서도, 인류의 영원한 질문 - 우주의 창조와 진화 - 에 가장 근접한 해답을 줄 수 있는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

 

과학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인류가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만할 때마다 자연은 그 모든 것을 뒤집어 엎을만한 비밀을 항상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밀이 드러날 때마다 우리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혼돈기를 겪어야 했다. 또한 우리는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 지금이야말로 우주의 비밀이 드러나는 역사적 순간이다!" 라는 다소 오만한 생각을 갖기도 했다.

 

(P.527) 교훈

지난 100년의 세월을 겪으면서 우리가 배웠던 가장 큰 교훈 중의 하나는 물리학의 중요한 법칙들이 대칭성의 원리(principle of symmetry)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특수상대성원리는 상대성의 대칭원리, 즉 등속운동을 하고 있는 모든 관찰자들의 관점이 동등하다는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중력을 다룬 일반상대성원리는 등속운동뿐만 아니라 임의의 운동을 하고 있는 모든 관찰자들의 관점이 동등하다는 등가원리(equivalence principle)' 에 기초를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약력과 강력, 그리고 전자기력은 이보다 다소 추상적인 게이지 대칭성(guage symmetry)을 갖고 있다.

 

그동안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대칭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 끝에 그것을 수학적인 언어로 표현해내는 데 성공하였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중력은 모든 관측자의 관점이 동등해지기 위해(등가원리가 성립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존재해야하며, 약력, 강력, 전자기력도 게이지 대칭성이 유지되려면 반드시 자연계에 존재해야만 한다.

 

(P.544) 별을 향하여

우주의 법칙을 찾으려는 과학적 탐구의 역사는 우리의 마음을 넓혀주고 영혼을 풍부하게 해준 한편의 휴먼 드라마였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한 후에 이런 말을 남겼다 - “몇 년 동안 밤길을 헤매는 불안한 심정으로, 그러나 무엇인가를 반드시 찾고야 말겠다는 바위 같은 신념으로 연구에 몰두하였다. 그동안 내 마음 속에는 자신감과 좌절감이 수도 없이 교차 되었으며, 결국 어느 날 모든 것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말 속에는 인간의 탐구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길에서 진리를 찾는 탐구자이며,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를 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 모든 노력의 결과로 쌓인 지식은 각 세대마다 거대한 산을 이루며, 후손들은 선조가 쌓은 산꼭대기에서 시작하여 새로운 지식의 산을 추가로 쌓아갈 것이다. 과연 우리의 후손들 중 누군가가 산의 최정점에 올라 한 점의 의문도 없는 아름답고 우아한 우주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브로노프스키(Jacob Bronowski)의 표현대로 각 세대마다 쌓아 나가는 지식의 산 속에는 반드시 전환점이 존재하며, 우리는 이 지점을 거치면서 사리에 맞는 새로운 세계관을 정립해 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우리가 창출해 낸 새로운 우주관에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별을 향해 나아가는 인류의 계단에 또 하나의 벽돌을 쌓아 올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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