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접목 통한 심사 기간 단축, 실무자 권한 확대 등 주문


공감신문은 (사)청년창업가협회와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그 일환으로 [청년창업가를 만나다] 릴레이 좌담회를 진행합니다. 청년창업가들의 다양한 고충을 듣고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을 찾으며, 궁극적으로는 ‘청년창업 지원 2.0’ 버전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2022년은 사업이 잘 될수록 어려운 한 해였습니다.”

나선문 쩡대표 대표는 7일 ‘청년창업가를 만나다’ 릴레이 좌담회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2018년 스포츠의류·용품 도소매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나 대표는 ‘소상공인 희망리턴 패키지’의 지원사업을 받아 2021년 8월 생활용품 제조업으로 외형을 확장했다.

‘리커버리플러스’(RECOVERY+)라는 브랜드로 세탁세제를 출시, 스포츠의류에 밴 땀 냄새를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며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흥행은 또다른 고민을 낳았다. 제품의 제조·판매를 위한 운영자금이 필요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직 ‘제조업’으로 인정할 수 없으니 2023년 7월 신청하라”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업자등록증상 ‘제조업’이 명시돼 있음에도 ‘재무제표상’ 제조업 실적이 증명돼야 한다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었다.

재무제표상 제조업 실적을 증명하려면 2023년 6월 종합소득세 신고날까지 기다려야 한다. 제조업 등록 날짜가 2021년 8월인 점을 감안하면 2년 가량 정책자금 대상에서 소외되는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상황이 이러니 상품이 잘 팔리면 팔릴수록 자금 걱정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판매를 멈추자니 이는 판매자로서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 대표는 “업종은 다르지만 사업의 맥락과 매출방식은 달라진 점이 없다. 또한 기업가정신도 깊어졌다. 하지만 정부 정책자금의 소극적인 평가기준은 개편의 필요가 있다"면서 "예를 들어 재무제표상 평가에서 벗어나 현장평가인 공장거래계약서나 발주서, 원물구입비, 판매내역 등 으로 얼마든지 제조업으로서 평가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과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겸 부행장 등은 “적재적소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 접목을 통한 심사-지원 기간 단축 ▲대출심사 실무자의 권한 및 면책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주문했다.

※ 다음은 좌담회 주요 내용이다.

▲참석자: 나선문 쩡대표 대표,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겸 부행장, 김경철 (사)청년창업가협회 수석부회장.
 

나선문 쩡대표 대표.
나선문 쩡대표 대표.

 

조봉현 부행장(이하 조): 쩡대표는 어떤 회사인가.

나선문 대표(이하 나): 2018년 스포츠의류·용품 도소매업으로 시작해 2021년 8월 생활용품 제조업을 추가했다. 현재 ‘리커버리플러스’라는 생활용품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전규열 대표(이하 전): 생활용품 제조·판매로 사업을 확장한 계기는 무엇인가.

나: 스포츠의류·용품을 판매하기도 했지만, 저 역시 스포츠 동호인이다. 아무리 탈취 기능이 있는 의류를 입어도 땀 냄새를 케어하는 게 쉽지 않았다. 베이킹소다나 식초 등 부가적인 걸 넣어서 빨래를 할 만큼 살림왕도 아니었다. 그래서 세제 하나만 넣어도 땀 냄새가 잘 빠지는 탈취 세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필요에 의해 만든 제품인 것이다.

전: 제조업을 추가하는 데 있어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나: 소상공인 희망리턴 패키지가 계기가 됐다. 1000만원을 넣으면 나라에서 1000만원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시제품 개발의 부담을 낮출 수 있었다.

전: 제조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나: 제품 출시 후 예상보다 많은 주문이 몰렸다. 원물을 확보하려면 운전자금이 필요하지 않나. 중진공 정책자금을 활용하고 싶었는데, 아직 제조업으로 인정해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제조업 실적이 재무제표상에 반영돼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 2023년 6월 종합소득세 신고가 끝난 이후 신청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2021년 8월 제조업 등록을 했다. 2년 가량을 지원에서 소외된 셈이다. 

조: 정리하자면, 중진공에서 이야기하는 건 사업자등록증에 제조업이 들어가 있다고 해서 (제조업으로) 인정해주는 게 아니라, 실제 제조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판단해서 지원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쩡대표의 경우) 자체 공장이 없으니 재무제표상 제조 매출이 잡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잘못된 정책이다. 청년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정부가 해결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규제로서 작용을 하고 있는 거다. 

나: 작년에 열심히 준비를 해서 신청했는데, “사장님은 제조업이 아니니 온라인 유통 쪽으로 신청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전자상거래 도소매업 쪽으로 신청하려고 보니 (자금이) 소진돼서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이렇게 되면 저는 고금리 쪽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전: 좋은 제품, 좋은 기술력이 있음에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건 큰 문제다. 실적 데이터는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 재무제표상 실적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건 소상공인에게 너무나 높은 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 제조업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때 보통은 공장 유무를 보지만, 공장이 없으면 실제 제조를 통해 매출이 나오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이건 실무자 차원의 재량이다. 아무래도 실무자가 소극적으로 대응을 하지 않았나 싶다.

전: 지금 상황만 보면 평소 100개 팔리던 게 1만 개 팔리면 망하는 구조다.

조: 제가 이전부터 지적했던 게 그 부분이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금액의 많고 적음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자금이 필요할 때 즉시 공급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 당장 1000만원이 필요한데, 이걸 2~3개월 후에 주는 것은 소용이 없다. 스타트업은 이 1000만원 때문에 매출을 못 일으켜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전: 적재적소 지원이 중요하다는 말씀인가.

조: 그렇다. 이를 위해 심사 과정에 디지털을 접목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AI 기능을 통해 심사 통과 가능성을 판단하고 심사하고 있다. 한 번 검토해볼만한 대상이라고 (신청) 다음날 바로 알려준다. 속도를 크게 단축할 수 있는 것이다.

나: 부행장님 말씀에 너무 공감하는 게, 정책자금을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소상공인은 거의 없다. 대부분 급해서 알아보는 건데, 보통 자금이 나오기까지 두 달 정도 걸린다. 그걸 기다릴 수 없으니 고금리를 이용하고, 이로 인해 신용이 떨어지고, 기관에서는 신용이 왜 안 좋냐고 관리하고 오라고 한다. 악순환의 늪에 빠지는 거다.

김경철 수석부회장(이하 김):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소상공인이 대출을 받으려고 찾아오면 “조건을 이렇게 맞춰 오세요” 한다. 그런데 다음에 가면 또 틀리다. 좋은 제품,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소상공인은 대출을 받기 너무 힘들다. 그러니 주저앉게 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부행장 겸 IBK경제연구소장.
조봉현 IBK기업은행 부행장 겸 IBK경제연구소장.

 

조: 기관들에서도 개선하려고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 다만 실무자 입장에서 규정을 준수하려고 엄격한 잣대를 대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현장에서 의사결정을 빨리 할 수 있도록 (실무자에게) 권한을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융통성 있게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본다. 불법 요소가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기업을 진짜 도와주기 위해 정상적인 자료를 토대로 결정을 내렸다면 이것이 향후 문제가 되더라도 면책을 해줘야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이런 조치가 더욱 필요하다. 그래야 실무자단에서 판단해 빨리빨리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겠는가.

나: 차라리 제조업 법인을 따로 낼 걸 하는 후회를 한 적도 있다. 그러면 예비 창업자금 등 신규로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처음 시작이 희망리턴 패키지였기 때문에 업종 추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제가 하고 있는 도소매업과 제조업은 구분만 다를 뿐, 사실 같은 맥락이다. 스포츠의류·용품으로 시작해 그것을 잘 케어할 수 있는 제품으로 비즈니스 확장을 한 것이다. 업종은 다르지만 사업의 맥락과 매출방식은 달라진 점이 없다. 기업가정신도 깊어졌다. 하지만 정부정책자금의 소극적인 평가기준은 개편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재무제표상 평가에서 벗어나 현장평가인 공장거래계약서나 발주서, 원물구입비, 판매내역 등으로 얼마든지 제조업으로서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 유통 플랫폼의 결제 기한이 조금 더 단축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 매출 10억원 미만 소상공인에 한해서만 일정 금액 이하에 대해 15일 또는 한 달 내 지급 이란 조건을 거는 거다. (영세 제조·판매사의) 자금 순환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말이다.

 

김경철 (사)청년창업가협회 수석부회장.
김경철 (사)청년창업가협회 수석부회장.

 

전: 특허는 냈나.

나: 없다. 

김: 특허를 내면 오히려 성분이나 이런 걸 다 공개해야 한다. 특허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오히려 아이템을 뺏길 수 있는 위험이 높아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특허를 내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전: 마지막으로 청년창업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 항상 중간을 잘 지키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잘 돼도 너무 신나지 말고, 안 돼도 너무 힘들어 할 필요는 없다.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중립을 지키려고 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런 힘을 기르는 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전: 조봉현 부행장님도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조: 쩡대표는 유통으로 시작해 제조로 확장해 나가는 형태다. 그리고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구해 비즈니스를 하는 케이스다. 저는 청년들이 생활 속 아이디어를 곧바로 사업화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들어주는 것 역시 되게 중요한 스타트업 지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더라도 청년들이 생활 속 아이디어를 찾아냈을 때 바로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7일 청년창업가 릴레이 좌담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 나선문 쩡대표 대표,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겸 부행장, 김경철 (사)청년창업가협회 수석부회장. 
7일 청년창업가 릴레이 좌담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 나선문 쩡대표 대표,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겸 부행장, 김경철 (사)청년창업가협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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