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올해까지 폭로된 체육계 성폭력 사건...대책 마련 및 시행 의지 중요

16일 국회에서 열린 ‘왜 체육계 성폭력은 반복되는가’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서지민 기자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작년 이맘때쯤 서지현 검사가 검찰계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미투 운동이 촉발됐다. 1년 지난 지금 체육계에서 미투가 시작됐다. 체육계 성폭력은 폐쇄적인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전원과 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가 함께 주최한 체육계 성폭력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올해 1월부터 체육계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만, 사실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 및 성폭력 사건은 이미 오래됐지만, 대책 없이 흘러나온 사건이다.

2007년 여자프로농구에서 유명한 박아무개 감독이 미성년 선수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작년에는 북한의 유명 리듬체조 선수 출신으로 탈북한 뒤 한국 국가대표 코치로 일하던 이경희 씨가 한국체조협회 임원의 성폭력을 폭로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에는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금메달리스트인 심석희 선수가 스포츠계 미투에 동참했다. 심 선수는 조재범 고치를 폭력사건의 가해자로 고소해 재판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성폭행 혐의를 추가로 고소했다. 뒤이어 신유용 전 유도선수가 선수시절 성폭행을 폭로하면서 담당 코치였던 손 모씨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두 선수는 인터뷰를 통해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성폭행 피해 공개의 배경을 밝혔다.

정용철 서강대 교수가 발제를 맡아 발표 중이다. / 서지민 기자

이미 수년간 암묵적으로 자행된 체육계의 폭력 및 성폭력 사건은 특히 체육계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여론은 폐쇄적인 구족의 한국 체육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은 스포츠 강국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린 나이부터 성인까지 체육에 ‘올인’하는 구조, 성과중심주의, 합숙제도, 종속적인 사제관계 등이 구조적인 병폐로 꼽힌다. 이에 학연·지연·혈연에 따라 똘똘 뭉쳐 있는 체육계 카르텔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용철 서강대 교수는 “이번 문제의 본질은 조재범 코치가 처벌받고 끝날 일이 아니다. 처벌과 더불어 본인의 직책을 걸고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단 한명도 고위직이 책임지고 나가는 경우를 못 봤다. 미국의 경우 체조협회에서 발생한 성폭력사건으로 협회가 파산이 될 정도로 벌금을 물고, 고위직들이 다 나갔다. 이런 메시지를 던지는 사회와 현재 한국 사회 중,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가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 서지민 기자

나아가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한국 사회가 체육으로 지향하는 지점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체육을 통한 국위선양주의가 한국에서 가장 고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체육의 목적”이라며 “성적향상이 선수 개인과 팀의 목표는 될 수 있지만, 국가의 목표여야 하는지 질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계의 병폐는 이미 한국 사회에서 이미 고질적인 문제였다. 하지만 정부·국회도, 국민 여론도 이를 제대로 추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지 않았다. 과거 2007년에도, 매번 새로운 문제가 터져 나왔을 때도 ‘땜질식 처방’만이 전부였던 것이다.

정 교수는 “사실 이론적으로 나올 수 있는 대책들은 이미 다 나오고 검토가 됐다고 생각한다. 결국 시행할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국민들은 이에 대해 계속 관심가지고, 정부·국회를 비롯한 체육계는 대책을 관철시킬 수 있게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