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 사이 권력구조, 성폭력 피해자 폭로 어렵게 해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왜 체육계 성폭력은 반복되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 서지민 기자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현재 체육계의 구조 안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폭로조차 어렵다. 자신의 미래를 책임지는 코치나 감독의 침묵하라는 협박은, 어린 선수들에게 실재하는 공포나 다름없는 셈이다.

1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전원, 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가 주최하는 ‘왜 체육계 성폭력은 반복되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체육계에서 성폭력이 반복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지도자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는 자리였다. 특히 지금까지의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모색했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날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한국은 스포츠 강국으로 화려한 성적을 끌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성적지상주의, 주종관계에 가까운 지도자와 선수 관계 등 폐쇄적인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부가 돼 성인이 될 때까지 운동부로 사는 폐쇄적인 ‘엘리트 시스템’을 타파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했지만, 여전히 체육계에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민·관·학 협의체 등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체육계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체육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당이 법적, 제도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서지민 기자

특히 정용철 서강대 교수는 오랫동안 체육계 내 폭력·성폭력 문제를 조사한 전문가로 이날 발제를 맡았다.

정 교수는 “선수들은 폭력 또는 성폭력을 당한 후 지도자들의 협박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고, 그런 선배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학습된 상태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다”며 “선수는 현재와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협과 실재하는 공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체육계의 ‘미투’는 ‘미, 투’”라며 “간헐적으로 나오는 ‘미(me)’의 폭로가 ‘too’로 연결되기까지 얼마나 힘든지 생각해봤다. ‘미’와 ‘투’ 사이에 엄청난 권력구조가 작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전국민적인 관심과 분노가 폭발한 이 기적 같은 마지막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5년 후에 우리는 또 심석희 선수 같은 피해자를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서지민 기자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특히 내부 구성원의 인식 개선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내부 구성원들은 변혁의 의지, 각오가 있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이렇게 온 사회가 주목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도, 소수의 용기있고 더 이상 이대로 살 수 없는 피해 선수들만 발언하고 있다”며 “수많은 각급 코치진, 전직 선수들, 부모 등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고, 어떻게 변화해 갔으면 하는지 같이 발언해야 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야 하고, 이런 인적 생태계가 체육계에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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