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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지해수 칼럼] 스카이캐슬, 그 우주만한 변명의 여지에 대하여
  • 지해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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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지해수 칼럼니스트=확실한 건, TV드라마들이 점점 더 재밌어진다는 것이다! 진짜다. 예능적 신선함과 친밀함, 생생한 정보는 확실히 유튜브 콘텐츠들이 앞서고 있다. 대신 TV는 드라마를 더 잘하고 있다. 진짜다. 앞으로 더 재밌는 게 많아질 거다. 지해수피셜로 장담할 수 있다.

jtbc ‘SKY캐슬’ 티져 영상 중에서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은 아닌데, 요즘 ‘누구나’와 같이 jtbc드라마<SKY캐슬(이하 ‘스카이캐슬’)에 푹 빠져있다. mbc드라마<로열패밀리>와 영화<오래된 정원>을 통해 염정아 배우님의 팬이 되었고, 이후 그 분의 작품은 웬만하면 챙겨본다. 그녀를 비롯- 스카이캐슬 속 주요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존재감 강렬, 그 자체다. 다들 한 ‘캐릭터’씩 한다. 마치 이런 인간이 있다고 전시하여 보여주는 듯 하다. 화가 밥 로스가 ‘어때요, 참 쉽죠?’하듯, ‘어때요, 참 웃기죠?’라고 말하는 것 같다. 대단한 블랙코미디. 일종의 소외효과다.
(소외효과 :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의 서사기법. 친숙한 주변을 생소하게 보이게 하여, 극중 등장인물과 관객과의 감정적 교류를 방지하고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아빠 혜나의 인생은 뭐예요? 평생 열심히 공부만 하다가...’

혜나가 죽었을 때, 먹먹함과 충격 어쩔 줄 몰랐던 것 같다. 그렇게 전개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의 입시 과열과 무한 경쟁-이 다 일까? 그걸 넘어선 인간의 광기어린 욕망? 나는 이 드라마의 첫 장면으로 돌아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감히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또 다른 메시지를, 알 것 같다. 나도 거기에 무척 동의하고 있었으므로.

영화‘레옹’중에서

스카이캐슬에서 가장 성공한 여자가 자살을 했다. 스스로 머리에 총을 겨누는 충격적인 방법으로. 우리는 뉴스나 매체를 통하여 몇 가지의 자살 방법들을 알고 있다. 자살에 관련된 심리 연구를 보지 않더라도, 자기 머리에 총을 겨누던 영화 속 인물들을 떠올려보시라.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영화<레옹>에서의 마틸다다. 이 세상에 ‘레옹’뿐인 마틸다가 그에게 버림받을 거라 생각했을 때의 상실과 공포는? 자기 머리에 총을 겨눌 만 하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자식의 복수에 실패한 부모, 어느 명예로운 자리에 있던 이의 허무한 죽음엔 그런 서글픈 장면이 있었다.

죽은 명주(김정난 분)는 아들을 서울의대에 합격시켰었다. 한마디로, 스카이캐슬에 사는 모든 이들의 염원을 이룬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불행했다. 이것이 이 드라마가 제일 처음으로 하는 말이었다.

자식을 서울의대에 합격시키기 위해 비인간적인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그들은, 과연 그 목표를 이루기만 하면 행복해질까? 답은 아닐 거라고 명주의 죽음이 말해준다. 거기 사는 아버지들은 서울의대에 나오거나 그만큼 성공한 인물들이다. 그들이 행복해 보이는 가. 가지고 있던 마음의 콤플렉스를 해결하였는가? 아니다. 마치 서울의대만 가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행복의 열쇠는 거기에 있지 않았고 그 숙제를 다시금 자식에게 투영시킨다.

jtbc ‘SKY캐슬’ 중에서

이전에 나는 ‘당신은 돈을 욕망하지 않는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당시 비판적인 이야기도 많이 들었었다. 그러나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 우리 대부분은 모든 것을 ‘돈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자식과 사이가 좋지 않은 가장이 있다고 치자. 그는 자식과 아내가 자신을 무시하는 이유가, ‘내 벌이가 시원치 않아서’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자식과 아내는 소통이 불가능한 강압적인 아버지의 태도가 불만일 수 있다. 그의 무쇠 같고 차가운 말에 쌓인 상처가 이미 깊을 수도.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가정은 많다. 가정불화가 모두 돈 때문이라고? 아니다. 하지만 돈 탓을 하기는 너무 쉽지, 안 그래? 돈은 벌어도, 벌어도 모자라 보인다. 또 누군가는 평생 넉넉해본 적이 없기에 돈 탓을 하기에 매우 간편하다. 남들도 그렇게 핑계를 대니까. 이 얼마나 가져다 붙이기 좋은 핑계가 아닌가!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평생 사랑할 누군가만 있으면 자기 인생은 행복할 거라 말한다. 하지만 그는 정작 그런 사람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다.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 자기 직업이나 친구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그리고는 ‘좋은 여자(혹은 남자)가 없다’고 말한다. 외롭긴 하니까 누군가와 썸은 탄다. 딱 봐도 ‘평생 함께할 각’은 아니다. 그럼 더 땡큐다. 이러니 내가 행복할 수 없는 거라고, 불행의 탓을 돌리기에 좋은 핑계 사례가 하나 더 생긴 게 아닌가.

우린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끼며 그 핑계의 이유를 찾는다. 그리고 자기 삶의 모든 불행의 이유를 그 하나로 몰고 간다, 탓을 한다. 일종의 자기합리화다. 언젠가 우리 사회 탓을 하는 예술가를 본 적이 있다. 동화 속 같은 외국의 이야기를 꺼내며 거긴 예술가가 살기 좋은 나라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게 지금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일단 그는 이 산업이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빠르게 파악하여,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 그가 이 사회를 바꾸는 데에 일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된다. 아니, 지금은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국가’의 경계가 무색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대다. 언제까지 그런 핑계를 대며 철없이 굴 것인가.

‘어른’이 되지 못해서 그렇다. 스카이캐슬에 나오는 인물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해서 살아보지 못했다. 누군가가 정해주는 인생의 내비게이션을 그대로 주행해 온 것이다. 왜 그래야하고, 그게 나에게 어울리는 지, 진짜 원하는 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 ‘아이’에겐 자기합리화는 매우 쉽다. 내 마음 속에 ‘어른’이 있다면, 스스로를 그렇게 달콤한 쪽으로 몰고 가 이가 썩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텐데. 이갈이가 끝나 평생 가져갈 영구치를!

스카이캐슬을 통해, 과열된 우리 사회의 경쟁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사교육은 비단 오늘날만의 일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가 그렇게 사는 것도 아니다. 뉴욕, 중국에 사는 10대의 부모들 중엔 더 심한 사람도 훨씬 많을 거다. 전 세계 어디에나 ‘대치동’이 존재할 것이며, ‘헬리콥터 맘’은 있기 마련일 테니.

그들의 부지런함에,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 초반으로서 존경심을 잠시 표하며- 나는 또 이렇게 한량스럽고 철학적인 질문을 여러분께 던지고 싶은 것이다. 지금 내 인생에서 내가 가장 ‘탓’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지금 내가 불만인 나의 문제들이 과연, 그것 때문이냐고 말이다.

히에로니무스 보스,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중 일부, 1503년&#8211;1515

돈 탓, 사랑 탓, 부모 탓, 외모 탓... 어쩌면 우리는 스카이캐슬에 사는 우스꽝스럽고 무시무시한 저들과 같이, 단순하면서도 여지가 우주만한 변명에 인생을 매달고 있는 것인 아닐까- 하고.

오늘 밤만은, 조용히 문을 두드려 꺼내어주고 싶다. 내 마음 캐슬에 갇힌, 진짜 나를 돌봐 줄 어른을 말이다. 여러분도 오늘 밤은 자신을 위해 한 발짝 용기를 내는 밤이 되시기를, 조심히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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