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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지해수 칼럼] 바리데기와 슬픈 짐승바리데기와 우리 지구,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하여
  • 지해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2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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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Go T♥gether with the Earth> 콜라주, 필자작품

[공감신문] 지해수 칼럼니스트=나의 어린 시절, 여름밤을 장식했던 것은 <전설의 고향>이었다. 고흐 그림 속 밤풍경같이 흐트러지는- 아쟁소리 절절한 시그널 음악을 들으면 지금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거의 모든 편을 본 거 같은데, 그 중에서도 너무 슬퍼 기억에 남는 전설이 있으니.... 바로 ‘바리데기’이야기다.

삼나라의 일곱 번째 공주로 태어난 바리데기는, 왕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버려지게 된다. 이후 왕과 왕비는 몹쓸 병에 걸리고, 오직 저승의 생명수로만 나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섯 공주 모두 저승에 가길 꺼려하였다. 어느 노부부에게서 자라난 바리데기는 자신을 버렸던 부모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저승으로 모험을 떠난다. 끝내 바리데기는 생명수를 가져와 부모를 구한다. 왕은 그녀에게 나라의 반을 떼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저승에서 보았던 십팔지옥의 불쌍한 영혼들을 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저승에서 불쌍한 영혼을 인도하는 신이 되었다는 아름답고 슬픈 전설.

이탈리아의 화가 보티첼리가 그린 단테의 <신곡>을 읽고 그린 <지옥의 지도 La Mappa dell'Inferno>

우리나라의 무형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는 ‘무가’, 즉 굿에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바리데기’다. 그녀는 우리나라 최초의 무당으로 일컬어진다. 그녀의 용서, 그리고 용감한 행동은 진정 탈인간계가 아닌가. 한恨많은 넋들을 위로하여 인간세계와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무당들은, 바리데기를 향해 춤과 노래를 바쳤다.

구비문학이라 지역마다 다르지만, 그녀가 올랐다는 자리가 ‘북극성’이라 한다. 북극성, 영어로 폴라리스polaris.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다. 사람이 죽어 별이 되었다고 여겨주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명예롭고 아름다운 의식이 아닐까.

어린 시절 보았던 광고에서 북극 사는 곰들은 코카콜라를 마셨다. 통통한 엄마곰이 아기곰에게 코카콜라를 권했다. 아빠 왈, 미국 고모는 사촌언니들에게 절대 먹이지 않는다는, 소아비만의 주범이라는, 그러거나 말거나 난 무지 좋아하던 그 콜라를!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면 곰들이 그리 통통하기 위해선 콜라라도 있어야하네- 싶기도 하다. 오늘날 북극곰들의 실제 모습들을 보면 말이다.

앙상해진 체구에 ‘곰’이라고 믿을 수 없는 북극곰의 모습. = national geographic

북극의 황제라 불리던 북극곰, 폴라베어(polar bear)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벵갈 호랑이보다 힘세고 달리는 말만큼 빠르며 최대 9일동안 헤엄칠 수 있는 북극곰은 다 옛말이다. 힘은커녕 다 죽어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얼음들이 녹고 있기 때문. 북극곰들은 쉴 수도, 새끼를 키울 수도, 심지어 사냥을 할 수도 없는 처지에 있다.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오늘날만의 이슈가 아니다. 이 개념은 19세기부터 존재했다. 가속화한 것은 바로 산업혁명.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산업 발전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우리 지구를 점점 더 뜨겁게 만들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가 말하길, 미래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환경문제일 거라 한다. 질병이나 전쟁 및 테러, 식량문제 역시 환경문제로 유발될 거란다. 극심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 역시, 환경문제다. 미세먼지는 우리나라만의 이슈는 아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 국가로 한국이 꼽히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 여러분과 나, 우리 모두 태어날 때부터 이미 지구는 오염되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 문제에 대해 비교적 태만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마치 가난한 나라 어느 휴양지에서 본 가난하고 게으른 사람같이. 원래 다 가난하였고 앞으로도 가난할 것이니 부자가 될 노력은 안하겠다는 듯이.

그러나 이런 태만함이 미칠 영향은 더욱 거대하고 가속화될 것이다. 북극곰들이 받는 위협이, 단순히 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닐 거다. 우리 역시 맘 놓고 숨 쉴 자유를 잃고 있지 않나.

유엔은 ‘지속가능한 발전(SDGs)’을 약 15년간 온 지구가 노력해야할 공동의 목표로 정했다. 모든 발전엔 지속성이 대두되어야한다. 단순히 코앞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발전은 온 인류에게 위협적일지 모른다. 아기 곰들과 모아두고 콜라파티를 하는 엄마곰처럼, 바리데기 공주를 내다버린 왕처럼 말이다.

코카콜라 광고

한치 앞을 모르고 살다가 십팔지옥에 떨어진 영혼들을, 바리데기는 불쌍히 여겼다. 나중에 후회하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이, 그녀는 안타까웠다. 하지만 지금도 그럴까? 그녀 발밑에서 오랫동안 그 자릴 터전 삼던 북극곰들이 죽어가는 지금에도, 바리데기는 인간들이 가여울까. 새끼를 낳고 뉘일 곳이 없어 슬피우는 어미 북극곰을 보며, 부모에게 버려졌던 바리데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시라도 사람답게 살고 싶은 심정을 어찌 아시겠습니까.’
(kbs<전설의 고향, 바리데기 편>중에서)

저승행을 말리는 이에게, 바리데기는 이리 대답한다. 부모를 구하는 게 사람다운 거라고. 2017년에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그의 결정은, 누군가들에게 기후문제를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이미지를 부여했을지도. 환경문제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홍보도 중요하다. 옆 사람에게 권해야한다. 서울의 공기가 나아지기 위하여 중국탓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역시 노력해야하는 것처럼.

“여긴 인간이 올 곳이 아니다!”
자신들의 서식지를 침범한 바리데기를 해하려했지만, 결국 그녀 진심에 감동한 저승 동물들도 그녀를 도왔더랬다. ‘생명수’를 구하기 위해 말 그대로 ‘저승국’까지 여행을 떠났던 바리데기처럼, 우리 역시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공기를 맡기 위해, 사랑하는 누군가를 지켜내기 위하여 엄청난 것들을 견뎌야할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에게 비춰진 태양 빛은 약 8분 전에 쏘아진 것이다. 지금도 곧, 과거가 된다. 곧 불어 닥칠, 이미 태양의 빛처럼 쏘여졌을지 모를 미랠 준비하지 않는 우리가, 바리데기에겐 ‘슬픈 짐승’으로 보이지 않을까.

지구를 위한 걱정을, 사랑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지게 된 지금- 나는 조금 더 날카롭게 지금 여기를 느낄 수 있게 된 듯하다. 마치 막 이별하여 아파하는 누군가처럼, 나약해진 지구는 우리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줄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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