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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지해수 칼럼] 체력 좋은 몽상가가 되기를 권함
  • 지해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2.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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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지해수 칼럼니스트=얼마 전 재미있는 클립을 보았다. 이른바 ‘요즘 애들’을 저격하는 과거 ‘요즘 애들’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前요즘애들’을 저격하는 더 이전의 선배 ‘요즘 애들’분들이 계셨다. 난 거기에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거나 눈살을 찌푸리진 않는다. 말 그대로 나에겐 재미있는 영상이었다. 언제나 요즘 애들은 말세였으니까. 그런데 요즘 10대, 20대를 보고도 말세라 느끼는 누군가를 본다면, 나는 TV에서 비춰지는 ‘前요즘애들’들을 보듯이, 풉- 재밌네! 라고 느낄 것 같다.

= 영화<시계태엽 오렌지> 중에서

요즘 애들-은 이 시대를 사는 청춘들을 가리킨다. 보통은 20대다, 더 밑으로는 10대다. 물론 과거에 없던, 요즘 불거져 나온 문제들은 당연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세상이 악화되어 나온 게 아니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변화하면서 생겨난 것일 뿐. 우리 인류는 그런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오며 살아왔다.

남녀 서로 혐오를 하는 현상을, 누군가는 ‘요즘 애들’, 아니 ‘요즘 것들’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 이전에는 더 안 좋은 문제들도 많았다. 그런 장면들이 지구 어디에서나 있었다. 도시 전체가 마약에 빠지기도 했었으며, 무분별한 강간을 보고도 못 본 체 눈감는 지역 사회는 지금도 있다. 이렇듯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것들 이 외에도 생각해봐야 한다. 시대의 가치관에 따라 문제라고 체감하게 된 것들이다.

1961년 5월. 댄스광 48명의 남녀 검거. 경기도청에서 열린 군법회의에서 미풍양속을 해치고 혁명정신을 모독 한 혐의로 3개월에서 1년의 징역을 언도했다고 보도했다. = 대한늬우스 제 315호

60년대 대한늬우스 클립을 보니, 서울 도심의 어느 무리가 대거 연행되었다. 그 죄인들은 소위, ‘땐스광’. 몰지각하게 댄스를 즐긴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된 이들을 징역에 처한다고 했다.

과거 대학은 ‘우골탑’이라 불렸다. 부모들이 소를 팔아 서울에 있는 자식들의 대학 등록금을 댔었다. 소의 뼈가 쌓인 곳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대학의 별명. 그런데 이 자식들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쓸데없는 책을 읽고는 시대의 우울을 느꼈다. 그리고는 민주주의를 위하여 기꺼이 피흘리길 자처했다.

1980년, ‘서울의봄’ 당시의 연대생들

누군가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썩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근처 타국과 비교했을 때에, 우리 민주주의는 상대적으로 되게 나쁜 성적표는 아니다. 애초에 무슨 ‘프랑스’같은 국가와 우리를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건 <SKY캐슬>에 나오는 ‘우주’같은 애들과 동네 평범한 아이의 공부 실력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 프랑스는 이미 약 225년 전에 ‘프랑스혁명’을 통해 자기 나라 국왕을 단두대에 처형시킨 시민들의 나라다. 전교 1등 같은 나라라는 거다. 우리는 우리만의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우골탑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했던 이들 역시, ‘요즘 애들’에 대해 말한다. 그런데 사실 요즘엔, 요즘 애들이 없다. 이게 진짜다.

Chanel ready-to-wear FW ’94/’95 show. = VOGUE AU

‘뉴트로(new-tro)’가 트렌드라고들 한다. 1-20대 친구들이 즐기는 복고풍의 음악이나 패션 등 문화가, ‘복고’스러운 추억이라 매력적인 것이 아니라 ‘새롭기’ 때문에 인기를 끈다. 그들에게 복고적인 무언가는 ‘처음 보는 새로운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다시 ‘90s’, ‘80s’가 유행하는 것도 이 때문. 여기에 돈이 모인다.

물론 이들이 뉴트로만 즐기는 건 절대 아니다. 아주 새로운 형식의 전시를 즐기기도 하고, 생전 처음 보는 무언가에 돈을 쓴다. 그게 ‘나’를 표현해주는- 합리적이고 멋진 것이라면.

지금 내가 느끼는 분위기란 사실, 어느 영화나 소설 등에서 봐왔던 것들과 비슷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히피들의 문화가 마구 피어오를 때의 무드. 자국의 승패를 떠나 ‘NO WAR’피켓을 든 그들은, 평화를 외쳤다. 지루하고 피 말리는 전쟁, 당시의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가 나다울 수 있을 때는, 타인들이 그런 나를 인정해 줄 때다.

HIPPIES = UNKOWN ARTIST

그들은 자유롭게 연애했고, 연애는 그들의 창의력을 증폭시켰다. 사랑은 용기를 주었다. 문화적으로 새롭고 독특한 무언가들을 구현하게 했다. 내가 책이나 영화에서 봐온 이런 것들을, 나는 지금의 1-20대 친구들을 보며 느낀다.

그렇기에 오늘날은,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열린 마음을 가졌다면 성별과 나이, 모든 것을 떠나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다. 전 세계에 마음이 닿는 누구와도 친구가 된다. 단, 진심을 읽을 줄 안다면.

2차 대전 전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비틀즈의 존 레논은 요가에 심취하여 한 동안 인도에 머물기도 했었다. 그의 행방을 궁금해하던 세계의 팬들에게, 존 레논은 본의 아니게(?) ‘직관력’에 대한 중요성을 홍보한 거다.

세상의 피상적인 정보와 조미료 같은 자극들에 길들여질 대로 길들여졌다면, 어떠한 수행을 통해서라도- 그것들을 조금은 배제시키고 스스로를 제대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시대에서 직관력은 돈 만큼이나 스스로를 지켜주는 대단한 것이 될 거라 감히 예상한다. 기성세대가 말하는 ‘요즘 애들’은 이 직관력의 중요성을 안다. 그것을 노래하고, 그것을 강조하는 아티스트를 팔로우한다.

1980년 브룩 쉴즈가 모델로 나선 청바지 광고 캠페인 = CALVIN KLEIN JEANS

‘나와 캘빈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말하던 브룩 쉴즈. Calvin Klein 청바지 속에 그녀가 속옷을 입었던 입지 않았던- 그게 누군가들에겐 뭐 매우 궁금할 수도 있겠다만...... 중요한 건, 그녀가 이 세상에서 그 청바지와 나는 여기 존재한다-고 느꼈다는 거다. ‘너와 나’! 그 정도의 ‘무엇’인 기분을 줄 수 없다면 여전히 피상적이고 진부한 인간관계만을 이어가며 머무르는 사람이 되어버리게 될 거다.

게토에서의 유대인과 아이들, 그리고 독일군, 1943 = spiegel.de

오랜 전쟁에 인간적인 것, 비인간적인 것들- 볼꼴 못볼 꼴 모든 것들을 경험한 시대의 사람들. 환기할 시간의 도래.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세상에선 하염없이 추락할 수도 있었지만- 또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했을 거다. 그 무엇을 강요하는 것이 우스운 지금, 우리 역시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니 직관과 체력을 키워, 원하는 것들을 맘껏 해봐야 후회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you may say I’m a dreamer (넌 내가 몽상가라 말했지만)
But I’m not the only one. (나만 그런 게 아니야)
- JOHN LENNON <IMAGINE>중에서

‘前요즘 애들’이 말하는 시대착오적인 공부들, 기술이나 증명서와는 무관해 보이는 것들을 아는- 행동하는 철학가와 체력 좋은 몽상가들이 세상을 이끌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그의 친구들이 돈을 벌고, 그 다음 세대에 귀감이 되는 세상이 올 거라, 감히 예상해본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트레이닝을 오늘도 쉬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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