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블랙리스트 작성 등 ‘사법농단’ 최종책임자...박근혜·김기춘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달 23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검찰은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총 47개 범죄혐의를 적용해 재판으로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오후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이미 두 차례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가담한 혐의가 추가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일했다. 임기 동안 임 전 차장과 박·고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을 보고받고, 승인했으며 직접 지시까지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검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사법농단’의 정점으로 보고 지금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드러난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은 총 296쪽에 달했고, 47개의 범죄혐의가 적용됐다. 구체적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위작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가 적용됐다.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 판결을 박근혜 정부와의 ‘재판거래’ 수단으로 삼았다는 의혹이다. 소송 결과를 뒤집거나 지연시킴으로써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의 외교관계에서 이득을 챙기고,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추진 등의 목적을 이루려고 한 것이다.

이외에도 옛 통합진도방 의원 지위확인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형사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사실상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전 소환조사 때부터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거나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어,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나아가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 100여명 가운데 나머지는 이달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재판거래’의 상대방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부 측 인사와 법원행정처에 재판 관련 청탁을 한 전·현직 국회의원들도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법리검토를 거쳐 사법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