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여수의 섬들(9)...팔면이 포구로 둘러싸인 곳

[우동식 시인] 詩詩한 여수의 섬들 (9)

여수 물꽃시낭송회

회장 우동식 시인

 

 

 

 

 

 

 

'맛있는 섬, 여수'

 

팔면이 포구로 둘러싸인 곳

소금기 절인 바람 해무가 키운 돌산 갓 
검붉고 푸른빛 도도한 옷차림 
겨울 뚫고 울그락붉으락 핏줄이 솟아
아홉 구멍 통하게 하는
쌉싸래하고 톡 쏘는 성깔 난 아가씨
바람난 봄 번뜩 깨운다

경도 앞바다 써래질하는 숭어 떼들
물 악기 선율에 풍덩풍덩 자맥질하면 
깊은 뻘 속 내면에서 동면하던 참장어
유유히 해수면 오른다
잔가시 도려내 포를 떠 칼집 낸 안쪽으로 
뽀얀 살꽃이 피는 한 여름의 감탄사 하모샤브샤브

수족관마다 전어가 번쩍이면
가을 전어 굽는 냄새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오고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 
비벼먹고 구워먹고 썰어먹는 뼈대 있는 집안 
가시 돋친 입술에 화색이 돈다
 
굴전, 평사리의 겨울 
돌 같은 굴 껍질 속에 진주가 영근다
바다에서 캐내는 우유
적당히 열 가하면 제 몸 열어 보이는데 
겉 까칠하고 속 미끈한 
향긋 싱긋 담백 졸깃한 맛 
연인 가슴에 안긴 듯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맛난 세상

 

 

詩詩한 여수의 섬들이야기 (9)

 

여수는 2015년 이어 2016년에도 1,300만 관광객이 찾은 명실상부한 관광도시가 되었다.

30만이 못 되는 중소도시로서는 괄목 할 만 한 일이다.  여수는 바다와 보물 같은 섬을 지니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하고 편이 쉬고 갈 수 있는 숙소 시설이 잘 정비 되어 있다. 필자는 여수를 맛의 고장으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나비 형상을 닮은 반도 여수는 팔면이 바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양막 가막만 여자만으로 이어지는 호수같은 바다에는 어족과 해산물이 풍부하여 풍성한 식탁을 채울 수 있기에 충분했다. 여수에는 사계절 별미가 있다. 어느 계절에 가더라도 자신 있게 선택 할 수 있는 메뉴들이 즐비하다. 시인은 시를 통하여 여수의 사계절 맛을 소개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봄의 맛으로 ‘갓’을 소개한다. 여수하면 돌산도 갓김치를 제일 먼저 떠 올린다. 돌산 갓의 묘미는 성깔 난 아가씨 마냥 톡 쏘는 맛이다. 인체에 있는 아홉 구멍을 통하게 하는 효험이 있는 돌산 갓은, 소금기 절인 바람, 해무가 키운 검붉고 푸른빛 도도한 옷차림, 겨울을 뚫고 초봄에 올라온 것이 제 맛이다. 갓쌈, 감김치, 물 갓김치, 갓 튀김, 묵은 갓김치정어리찌게 등 봄을 번뜩 깨우기에 충분하다.

여름이 되면 여수의 보양식은 하모 샤브샤브이다. 하모는 참장어를 말한다. 여름이 되면 해수면 밑에서 잠자던 장어가 유유히 해수면 위로 오른다. 그때 어부들은 참장어를 낚기 시작하고 여수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하모 샤브샤브를 먹기 위해 경도로 배를 타고 들어간다.  

잔가시 도려내 포를 떠 칼집 낸 안쪽으로 뽀얀 살꽃이 피는 기막힌 장면과 함께 담백하고 맛깔 나는 음식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장어구이, 장어탕, 장어회 등 최고의 스태미너 음식을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을이 되면 수족관마다 전어가 번쩍이며 쏘다니고 식당에서는 전어 굽는 냄새가 난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오고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 비벼먹고 구워먹고 썰어먹는 뼈대 있는 집안이다. 전어 회 무침이나 채 썰어 놓은 전어 회를 한입 넣고 오물오물 씹다보면 전어 잔가시에 입술이 찔려 피가 솟기도 한다. 감식초를 잔뜩 넣은 전어 회 무침에 막걸리 한 사발 쭉욱 들이키면 답답한 세상사가 쑥 내려가고 고소한 입맛의 여운이 진짜 살 맛 난다. 겨울의 돌산도 평사리, 굴전에서는 돌 같은 굴 껍질 속에 진주가 영근다. 바다에서 캐내는 우유, 담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적당히 열 가하면 제 몸 열어 보이는데 겉 까칠하고 속 미끈한 향긋 싱긋 담백 졸깃한 맛 연인 가슴에 안긴 듯하다.

굴젓깔, 생굴, 굴구이, 굴죽, 굴전, 굴국밥,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겨울의 별미다.

한 번씩 태풍이 불어 바다 밑까지 확 갈아 치워야 굴의 씨앗은 굵고 육질은 연하다. 그 밖에도 여수에는 서대회무침, 금풍쉥이구이 같은 별미도 있다. 

지금은 굴 구이가 제철을 만났다. 날씨가 추울수록 화롯가에 둘러 앉아 적당히 열을 가하면 제 몸을 살며시 열어젖히고 도톰하고 하얀 살갖을 내어놓는 굴구이 한판 놓고 세상 돌아가는 꼴을 곱씹으면서 훈수 한판 두는 것도 좋겠다. 

세상 답답하고 살맛이 없으면 여수로 오시라. 봄 여름 가을 겨울 맛난 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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