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유안나 기자= 국책 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4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KDI가 이번달 내놓은 평가는 지난달과 비슷하지만, 범위가 ‘내수·수출’에서 ‘생산·수요’로 확대됐다. 

KDI는 12일 공개한 ‘KDI 경제동향’ 2월호에서 한국 경제의 최근 상황과 관련해 “생산과 수요 측면에서 경기둔화 추세가 지속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기둔화 진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져 온 가운데, 경기 둔화 정도에 관한 평가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KDI는 작년 11월에는 “수출은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으나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는 다소 둔화된 상황”이라고 분석, 한 달 뒤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가 완만해지면서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이후 지난달에는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수출도 위축되는 등 경기둔화 추세가 지속하는 모습”이라며 경제 상황에 대한 경고 수위를 한층 높였다. 

KDI는 산업 활동과 관련해 “생산 측면에서는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 생산이 낮은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건설업 생산도 부진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또 KDI에 따르면 광공업 및 서비스업 생산은 반도체, 보건·사회복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증가세가 미미하며, 건설업 생산은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큰 폭의 감소세가 이어졌다. 

KDI는 “수요 측면에서도 내수와 수출 모두 위축된 모습”이라고 규정했다.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액'은 전월보다 3.0% 증가하는 데 그쳐 연평균 증가율(4.2%)에 미달했으며, '제조업 재고율'은 지난해 10월 106.9% 이후 11월 111.7%, 12월 116.0%를 기록했다.

KDI는 설비투자 부진도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설비투자 지수'는 지난해 10월에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0% 상승한 반면, 11월 9.3% 하락에 이어 12월에는 14.5% 떨어지는 등 감소세를 보였다. 

KDI는 “1월 수출(금액 기준)은 반도체, 석유류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된 가운데, 세계 경제의 둔화도 수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침체나 급격한 하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둔화하거나 저성장 기조로 복귀한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단기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우리 경제가 대외 수요에 민감한 구조이므로 지속해서 성장하려면 세계 시장에서의 활동을 좀 더 활발히 해야 한다”며 “그와 관련한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