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딥터뷰] 추문갑 “기업 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위한 정치권 협치 절실”

“핵심은 공정과 상생… 제도적·법적 기반 만들어야”

2023-06-09     염보라 기자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상장 중소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한계기업’ 비율이 올해 1분기 59.8%까지 치솟았다. 10곳 중 6곳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이자조차 제대로 못 내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의미다.

이에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고(高)금리, 고물가, 고부채, 수출 감소, 인력난 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중소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좋은 기업도 경제 상황에 따라 한계기업이 될 수 있다”며 “당장 한계기업이라고 해서 좀비기업으로 취급할 게 아니라, 선별적으로 접근해 정책 방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일례로,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업종이라고 생각이 된다면 오히려 정책 금융의 역할을 확대해 기업 활동을 지속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근본적인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한 외국 인력 제도 개선 ▲근로시간 유연화 도입 등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추 본부장은 복합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회의 협치를 당부했다. 그는 “경제가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관련 민생법안은 국회에서 계속 잠들어 있다”면서 “과거 온 국민이 힘을 합쳐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해낸 것처럼, 외기의식을 갖고 여야가 협치의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추 본부장은 1995년 중소기업중앙회에 입사해 업무지원팀장, 일자리창출팀장, 기획예산부장, 홍보실장 등을 지냈으며 2020년 3월부터 경제정책본부를 이끌고 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기획재정부 부담금운용심의회 위원, 국토교통부 산업입지정책심의회 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사업조정심의회 위원 등 대외활동을 병행하며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다음은 7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진행한 추문갑 본부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Q. 상장 중소기업 중 한계기업 비율이 올해 1분기 59.8%로 집계됐다. 현재 중소기업이 직면해 있는 최대 위기 요소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내수에 의지하며, 내수에 의지하는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은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1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굉장히 어려웠고, 작년부터 ‘위드 코로나’로 가면서 경제 회복을 기대했지만 복합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먼저 미국 페드(Fed·연방준비제도)가 단기간에 0%대 금리를 5%대까지 끌어올리면서 전세계 투자와 수요가 위축됐다.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폭등을 했다. 이로 인해 생산비용이 급상승했으나 많은 중소기업이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미국과 중국 간 글로벌 패권경쟁 등으로 수출이 8개월 연속 감소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반도체이고, 반도체의 55%를 중국에 수출하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미·중 패권경쟁 여파로 중국 내 애국심 바람이 불었고, 우리나라의 대중국 교역이 최고 26% 수준에서 현재 19%까지 떨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월별 수출 증가율 추이. 지난해 10월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 올해 5월까지 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

 

“GDP(국내총생산) 대비 100%를 넘어선 가계부채도 문제다. 부채가 많은데 금리가 오르니 가계의 소비 여력이 사라졌다. 이밖에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도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고금리, 고물가, 고부채, 수출 감소, 인력난 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중소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보시면 된다.”

※ 국제금융협회(IIF)가 최근 발표한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02.2%로, 세계 34개국 중 1위 수준이다.
 


이어 추 본부장은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업종이 사라지는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좋은 기업도 경제 상황에 따라 한계기업이 될 수 있다. 일례로, 과거 해운업이 어려움을 겪자 일부 기업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는데, 이후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해운업 가치가 20배 올랐다. 지금 와서 보면 당시의 해운업 구조조정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결정이었던 셈이다. 이번에도 똑같은 잣대로 봐야 한다. 당장 한계기업이라고 해서 좀비기업으로 취급할 게 아니라, 선별적으로 접근해 정책 방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Q. 코로나 기간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유예하는 조치가 오는 9월 말로 종료된다. 추가 연장이 필요할까?

“현재와 같은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정책 금융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맞다. 만약 9월 말 이후 이자도 못 내는 기업들에 대한 대출 회수가 일시적으로 진행된다면 어떻게 될까? 연쇄 부도 사태를 맞이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게다가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라고 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국가가 손해를 보는 셈이 된다. 정책 금융, 정책 지원을 통해 살 수 있는 기업에게는 최대한 기회를 더 줘야 한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는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목표로 삼고 중소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하나둘 해결해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14년째 공회전만 거듭하던 ‘납품단가연동제’를 법제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밖에 ▲스타트업 기술 보호 ▲인력난 해소를 위한 외국인 고용허가제 개편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개혁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Q. 중소기업계 숙원사업인 납품단가연동제가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

“납품 협상을 통상 1년에 두 번 정도 하기 때문에, 납품 단가가 한 번 책정되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런데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 심지어 100% 오른 품목도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납품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대기업에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거래가 끊길 수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그래서 중소기업계에서는 제조 원가에서 차지하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10% 이상 오를 시 납품 단가에 반영해 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부분이 상생협력법과 하도급법에 반영됐고,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원할 경우 납품단가연동제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등 법의 맹점도 존재하지만, 이익과 손실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나눌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는 측면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과 상생에 대한 제도적·법적 기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니 말이다.”

Q. 스타트업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대책도 마련 중에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제조 위탁-수탁사 간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제도적 보완은 많이 마련됐다고 본다. 다만 하도급이 아닌데 아이디어를 탈취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 스타트업을 더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법적 보완이 추가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월 15~18일 중소기업 303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윤석열 정부 중소기업 정책 만족도 및 정책 과제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48.5%는 중소기업이 당면한 가장 큰 애로사항(복수응답)으로 인력난 심화를 꼽았다. 이밖에 ▲인건비 상승(45.9%) ▲원자재값 인상(42.6%) 등이 제시됐다. / 중소기업중앙회

 

Q. 중소기업계 인력난이 심각하다. 외국인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중소기업계에서는 외국 인력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계시는 듯한데.

“작년 하반기 기준으로 중소기업 부족 인원이 60만5000명이라고 한다. 특히 뿌리 산업을 중심으로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운 업종이 있다. 근로자 평균 연령이 60대인 곳도 상당하다. 그런 곳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현재 중소기업계가 요구하는 건 외국인을 마음껏 고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다. 많은 중소기업이 내국인 근로자에 비례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쿼터제’ 때문에 만성적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아무리 채용 공고를 내도 내국인 근로자가 오지 않으니, 외국인 근로자도 고용할 수 없는 악순환에 놓인 것이다. 일정 횟수 이상 채용 공고를 냈음에도 내국인 인력을 구하지 못한 기업에 한해 예외조항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아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5년간 5회 이직 허용 규정을 3회로 제한하고, 기업이 정규직 채용 전에 인턴 제도를 운영하는 것처럼 연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면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인해 외국 인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 않나. 더 늦기 전에 외국 인력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Q. 중소기업계가 요구하는 노동개혁 핵심은 무엇인가?

“근로시간 유연화다. 아무리 채용 공고를 내도 내국인 근로자를 뽑기 어려운 업종이 있는 반면, 사람을 모집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탄력적 근로시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한 업종이 있다. 스타트업과 연구개발 업종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경우 주당 40시간 근로를 규정하고 있지만, 1.5배 초과 근로수당만 주면 얼마든지 추가 근로가 가능하다. 그래서 미국 실리콘밸리는 평균 근로시간이 80시간 가까이 된다. 테슬라의 경우 일감이 몰릴 때는 100시간씩 일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유명 공대 학생들은 실리콘밸리 입성을 꿈꾼다. 일본도 노사가 합의하면 월 100시간, 연간 720시간까지 연장 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하루 빨리 근로시간 유연화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단 노사 합의, 노동자 개인의 합의를 전제로 말이다. 특히 채용 공고를 아무리 해도 인력 충원이 어려운 30인 미만 영세기업에 대한 주 60시간 근로 허용이 시급한 상황이다.”
 

추문갑(오른쪽)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이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Q. 중대재해처벌법도 관심사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내년 시행을 앞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도입이 어려운 상황인가?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40.8%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이대로 시행한다면 영세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은 범법기업이 된다는 의미다.”

Q. 가장 큰 문제는 뭔가?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1명 이상 사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그런데 조항 자체가 굉장히 애매모호하다. ‘○○○ 규정만 준수한다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게 있어야 하는데, 어떤 부분을 준수해야 하는지가 애매하다. 그리고 작업장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경우 근로자 부주의가 많다. 50%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고가 나면 사업주가 책임을 져야 하니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이라고 한다. 기업이 지켜야 할 사항을 명확히 하는 법적 보완을 거쳐 기업들이 법을 준수할 수 있게끔 한 다음 시행해도 늦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50인 미만 중소기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0.8%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중 절반은(58.9%) 2년 이상 유예가 필요하다고 봤다. / 중소기업중앙회.

 

Q. 추가적으로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안전보건 전문인력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인력이 한정돼 있다 보니, 대기업 쏠림이 발생해 영세기업은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상황이다. 일정 기간 업을 종사한 사람으로 안전보건 전문인력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전문가 한 명이 여러 영세기업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경제가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살아나야 한다. 그래야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확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관련 민생법안은 국회에서 계속 잠들어 있다. 가장 쉬운 게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지만, 그런 부분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과거 온 국민이 힘을 합쳐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해낸 경험이 있다. 그때처럼 여야 구분 없이 위기의식을 갖고 협치의 정신을 발휘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추문갑 본부장 프로필

-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상근이사)
- 국토교통부 산업입지정책심의회 위원
- 산업통상자원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심사위원회·갈등관리심의위원회·사업조정심의회 위원
- 기획재정부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규제심의위원회 위원
-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회 위원
- 수상 내역: 중소기업청장 표창(1997.) 중소기업중앙회장 표창(2002.) 산업자원부장관 표창(2003.) 재정기획부장관 표창(2010.) 국무총리 표창(2019.) 행정안전부장관 표창(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