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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김정한 칼럼] 결혼에 대한 예의

서로에게 소중한 나무이고 꽃이 되려면

김정한 시인 | 기사입력 2017/12/12 [09:47]

[공감신문 김정한 칼럼] 결혼에 대한 예의

서로에게 소중한 나무이고 꽃이 되려면

김정한 시인 | 입력 : 2017/12/12 [09:47]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 10년이면 10번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 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 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 이수동, 동행

 


[공감신문] 행복한 결혼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글이 이수동 화가가 쓴 동행인데요. 분명, 삶에 있어 최고의 선택은 사랑이고 결혼이에요. 그러나 결혼도 예의를 지킬 때 행복을 안겨주죠. 보통 20대에는 사랑만으로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며 동화 속의 주인공을 로망의 대상으로 생각하죠. 서른이 훌쩍 넘어간 경우라면 현실적인 것들에 민감해져 의지하면서 쉬고 싶은 '안식처' 개념으로 생각하게 되죠.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나와 잘 맞으면서도 가족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게 되죠. 어쨌든 결혼은 혼자 가는 삶을 내려놓고 동반자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여는 약속이죠. 천국과 지옥을 함께 가겠다는 영혼의 서약이죠. 서로에게 보호자가 되겠다는 서약이죠. 그 모든 서약에 사인함과 동시에 책임과 의무가 주어지죠.  

 

결혼과 동시에 배우자를 나만큼 아끼고 존중해야 해요. 그렇질 못하니까 서로에 대한 확신이 흔들려 희생과 배려는 밀려나고 미움이 안으로 채워지는 거죠. 믿음이 멀어지고 미움이 가득 채워지는 순간 주변인들과 비교하게 되는 거예요. 비교를 하게 되니 장점보다 단점이 눈에 들어와 못마땅해지는 거죠. 결혼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에요. 믿음이 흔들리면 미움이나 원망이 가득 차게 되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리죠. 흔들리는 가정엔 마찰과 침묵이 가득하죠.  

 

그러니 결혼에도 자격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남편으로서의 자격, 아내로서의 자격, 부모로서의 자격이 안되면 그 자격이 갖추어질 때까지 미루어야 해요. 결혼 역시 남이 다 하니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좀 더 가치 있게 살고 또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자격이 안 되는 데도 억지로 결혼을 하면 결혼과 동시에 누구 말대로 행복 끝 불행 시작이에요. 

 

사랑은 게임일 수도 있지만 결혼은 둘이 법칙을 정해 하나둘씩 이루어가는 거예요. 서로 믿고 잘 살겠다는 결혼 서약을 수행하는 거예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노력하며 잘 살겠다는 약속은 지켜져야 해요.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에는 분명 두 사람에게 책임이 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처음의 약속을 파기해야죠. 어떤 이유에서건 대화가 되지도 않고 말을 섞기도 싫고 거의 매일 싸우다시피 하고 얼굴을 보는 것조차 괴롭다면 그렇게 해야죠. 떨어져서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해요. 또 1달이건 1년이건 생각하면서 노력도 하고 그래도 안 된다면 체면 따지지 말고 서로를 위해 인연의 끈을 놓아야 해요. 

 

물론 회복을 위해 죽을 만큼 노력을 해봐야죠. 상대방 입장이 되어 참아도 보고 희생도 해보고 죽을 만큼 배려도 해봐야죠. 친구나, 인생 선배의 조언을 들으면서 스스로 고민의 시간을 가져봐야죠. 교회, 성당, 깊은 산사를 찾아가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봐야죠. 물론 가는 동안에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한번 기회를 갖는 경우도 있어요. 그게 안 되는 경우라도 홀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되니까요. 

 

어쨌든 최선을 다해보고 나서도 힘들면 그때 선명하게 결정하면 되는 거예요. 결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건 당연하니까요. 길고 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기회도 내가 선택하는 거예요. 이별 후의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앞으로 전개될 막막한 생이 두려워 인연을 끈을 놓지 못한다면 평생 어둠의 공간에서 헤맬 수밖에 없어요. 서로를 위해 불행한 일이죠.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옷도 오래 입으면 싫증이 나고 입지 못할 만큼 낡게 되죠. 결혼은 배우자와 50년 이상을 함께 한 곳에서 한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야 해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한 울타리에서 하나의 성을 쌓아가야 하는데 그것이 아름다운 마법의 성을 쌓아갈지, 모래성을 쌓아갈지 아무도 몰라요. 누구를 탓하기 전에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에요. 서로 다른 환경을 조금씩 하나의 방식으로 접근해 나가야 해요. 둘의 관계가 시간이 흐를수록 자석과 쇠의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물과 기름을 관계가 된다면 문제가 생기는 거죠. 

 

사랑이란 감정도 영원한 게 아니잖아요. 연애는 사랑만으로 가능하지만 결혼은 사랑 위에 존재하는 것이 있어요. 그게 믿음이에요. 그것도 확실한 믿음이에요. 결혼에 있어 서로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순간 모든 것은 산산조각이 나는 거예요. 사랑의 감정은 어느 날 갑자기 태풍처럼 강렬하게 휘몰아치다가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연기가 되어 스르르 소멸되거든요. 사랑은 진행형일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막상 정점을 찍고 나면 무덤덤해지거든요. 

 

다시 말해 '그치지 않는 비'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일상을 다시 '맑음'으로 바꿔 놓죠. 맑은 날씨로 변한다는 것은 오로지 한 사람에게 기울어지고 몰입되던 판단능력이 다시 균형감각을 찾게 되는 거예요. 조금의 흔들림에도 또 다른 사랑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 사랑이 진행형일 때는 신비의 묘약이지만 떠나는 순간 가장 잔혹한 독약이 되는 거예요. 

 

결혼생활은 각자의 위치에 맞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 돼요. 다시 말해 성실함과 충실함이 확고한 믿음의 성을 쌓는 거예요. 인간이 태어나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은 좋은 짝을 만나 결혼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든든한 배후가 되는 거예요. 또 자식을 낳으면 자식에게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한 가족이 웃으며 손잡고 걸어가는 풍경이죠. 그것이 결혼에 대한 최고의 예의이고 생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죠. 

 

결혼은 분명 경배와 같은 책임과 의무가 따르지만 정성을 기울인 만큼 만족을 안게 되죠. 인간에게 결혼은 최고의 배후예요. 누구의 결혼이든 아름다워야 할 권리가 있어요. 그 아름다운 가치를 만드는 것도 내 몫이에요. 결혼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니까요. 결혼의 최고의 가치는 행복한 가족을 만드는 거예요. 부부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 노력할 때 행복한 가정이 되는 거예요. 두 성격이 하나로 조화를 이룰 때 만족하게 되는 거예요. 나의 주장 나의 고집만으로 결혼생활을 한다면 그건 독선이고 오래가지 않아 파국을 맞죠.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결혼은 성숙으로 가는 과정이에요. 성숙이란 세월이 지남에 따라 경험을 통해 몸과 마음이 골고루 자라나는 과정이잖아요. 결혼이 분명 인생에 있어 유익하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환상적인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해요. 충동적 사랑과 몽환적 기대를 안고 하는 결혼은 실망이 클 수밖에 없어요.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스캇 펙 박사는 그의 저서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사랑이 아니다. 한 쌍의 연인이 사랑에서 빠져나올 때 그들은 그때서야 비로소 참사랑을 하기 시작한다'라고 했어요. 

 

이 세상에 처음부터 '백마 탄 왕자', '황금마차를 탄 공주'는 없어요. 노력해서 서로가 그런 왕자와 공주가 되도록 노력하는 거예요. '백마 탄 왕자'를 만나려면 나도 '황금마차를 탄 공주'이어야 공평하죠. 나는 보잘것없는데 백마 탄 왕자만을 고집한다면 허영이고 사치에요. 다시 말해 바람직한 결혼은 부족한 두 사람이 결혼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노력해서 원하는 대로 만들어가야 해요. 결혼생활이 불행하다면 불행한 이유를 찾아야 해요. 원인을 찾아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해요. 

 

배려하고 희생하고 함께 나눌 자신이 없으면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야 해요. 결혼은 배우자의 욕망과 필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어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나에게 맞는 짝을 찾아야요. 노력하면서. 

 

이제는 결혼이라는 것도 '반드시'라는 규정은 없어요. 결혼도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어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지만 강남을 간다고 해서 모두가 ‘강남족’으로 살지는 않잖아요.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나서 진중하게 결혼해야죠. 또 결혼을 하면 반드시 이수동 님이 쓴 '동행'에 나오듯 서로에게 소중한 나무이고 꽃이 되도록 죽도록 애를 써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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