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경영이 워크아웃 발판...‘가족친화우수기업’ 대통령 표창 받기도

[공감신문] 박재호 기자=포스코그룹 계열사로 출발한 포스코플랜텍이 워크아웃을 단기간에 졸업하고, 재상장까지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들이 제대로 이겨낸 사례는 흔치 않다. 특히, 단기간에 재상장까지 추진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포스코플랜텍의 워크아웃 극복에는 행복경영이 중심에 있었다. 그렇다면 포스코플랜텍이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재상장을 추진하게 된 행복경영은 무엇일까?

 

▲ 포스코플랜텍
▲ 포스코플랜텍

 

■ 잘못된 합병과 2900억원의 지원, 그리고 전정도 회장의 이란 미수금사건

 

1982년 설립된 포스코그룹 계열사 포스코플랜텍(플랜텍)이 왜 갑자기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됐을까? 시작은 성진지오텍과 합병이다. 

 

플랜텍과 성진지오텍의 합병은 기업의 전략적 측면이 아닌, 외부에 의한 판단이었다는 것이 포스코 전 직원들의 목소리다. 포스코그룹이 먼저 부실한 성진지오텍을 인수했고, 그 부실을 덮기 위해 다시 플랜텍과 성진지오텍를 합병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두 회사의 합병은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있을 정도로 논란이 된 문제다.

 

합병 후 플랜텍이 어려움에 직면하자, 포스코그룹 내부는 더 복잡해졌다. 당시 그룹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였다. 

 

골칫덩어리 플랜텍을 이참에 ‘정리’하자는 입장과, 가족(계열사)을 쉽게 버릴 수 없다는 ‘지원’의 입장으로 갈렸다. 결국 권오준 회장과 주요 임원들은 지원을 결정했다. 이때 ‘지원’을 주도한 사람이 당시 포스코그룹의 조청명 가치경영실장(현 전남드래곤즈 대표)이다.

 

당시 조청명 실장의 주장은 아래와 같다.

 

“플랜텍의 지금 상황은 ‘정리’가 맞다. 하지만 ‘정리’가 그룹 전체로 보면 이익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이다. 우리 그룹은 국민기업이다. 세계시장에서 신뢰받는 기업이다. 플랜텍을 우리가 지원하지 않으면 비난을 받을 수 있고, 금융권이 우리 계열사를 평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금융권이 포스코를 보고 돈을 빌려주지, 단순 계열사만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계열사를 지원하지 않으면 또 다른 금융 압박으로 그룹전체의 악영향이 미칠 것이다.” 

 

최종적으로 조청명 실장의 주장이 힘을 받았고, 2900억원의 투입이 결정됐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성진지오텍 전정도 회장의 이란 미수금 횡령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 때문에 플랜텍은 신용등급 강등, 채권단의 차입금 만기연장 거부 등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플랜텍은 2900억원을 지원받고도 1년도 못 버티고 망가졌다. 그리고 2015년 5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 워크아웃 졸업의 발판은 행복경영, 조청명 리더십 

 

결국, 조청명 실장이 구원 투수로 플랜텍 사장에 취임했다. 조청명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3년 안에 워크아웃 졸업”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 사장이 워크아웃 졸업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행복경영’을 들고 나왔다. 빚 갚을 생각은 안 하고 무슨 행복교육이냐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조 사장은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들고 행복한 고객이 개인의 성장과 기업의 지속경영을 가능하게 한다”며 끝까지 행복경영을 굽히지 않았다.

 

조 사장은 혁신그룹도 만들었다. 혁신그룹에서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를 전 직원들과 공유하는 시스템도 구축해 실천했다. 행복경영연구회, 정시퇴근, 휴가, 동호회 등도 행복경영의 성과물들이다. 

 

조 사장은 한발 더 나아가 행복경영이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행복한 사회'라고 설명했다. 행복경영이 추구하는 행복한 사회란 행복한 직원, 행복한 회사, 행복한 고객 그리고 행복한 주주까지, 모두가 ‘윈-윈’하는 사회다. 

 

워크아웃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행복경영을 넘어 행복사회를 만든다는 조 사장의 진의는 무엇이었을까?

 

▲ 조청명 전남드래곤즈 대표
▲ 조청명 전남드래곤즈 대표

 

■ 플랜텍-포스코그룹-채권단 ‘윈-윈’ 전략 

    

그룹 전체를 관리했던 조 사장은 경영정상화는 플랜텍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일단 플랜텍은 자산매각, 사업 정리,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노사가 크게 대립한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서야 겨우 절반의 구조조정이 성사되는 것이 국내 현실이다. 하지만 일반 기업과 플랜텍의 여건은 다르다. 구조조정은 끝이 아니라 한 부분에 불과하다.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포스코그룹과의 신뢰, 신규 물량 확보 등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노사분규가 없어야 한다. 직원들의 기술력 역시 최고가 돼야 한다. 

 

다행히도 플랜텍은 이미 30년 이상 축적된 제철설비, 유지보수 기술력이 존재한다. 이 기술력을 살려 신사업을 개발하고, 꾸준히 포스코그룹의 일감을 수주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의 사기도 중요하다. 직원의 사기가 높아야 성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물론,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수주 물량만 확보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채권단의 입장도 중요하다.

 

채권단이 매각할 가능성은 낮지만, 플랜텍 입장에서는 불안하다. 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채권단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채권단을 대응해야 한다. 

 

플랜텍 경영진과 노동자, 포스코그룹의 지원과 사업 확보, 기업의 가치를 올려 채권단의 마음까지 모두가 원-윈 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이것이 조 사장이 행복사회를 추구하는 진짜 이유다. 

 

2017년 12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워크아웃 회사가 이례적으로 ‘가족친화우수기업’으로 인증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노사가 얼마나 화합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워크아웃 졸업, 남아있는 과제 소액주주들의 반발

 

포스코플랜텍은 2020년 6월 워크아웃에 졸업했다. 그동안 재무구조 개선, 부실 사업 정리, 인력 감축 등 노사가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다. 2017년부터 2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 달성하며 워크아웃 졸업의 교두보를 만들어왔다. 특히 워크아웃 기업이 행복경영 추진해 성과를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기업문화를 조성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아직 남아있는 숙제가 있다. 

 

워크아웃 졸업 직전 연합자산관리회사인 유암코가 600억(주당 500원, 1억2000만주)을 투자했다.

   

하지만 유암코에 500원씩 1억2000만주을 배당한 결정은 사실상 투자가 아니라 매각이라며 소액주주들의 반발하고 있다.

 

오상환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감자 전 가격에도 못 미치는 주당 500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유암코에 배당한 것은, 부적절한 거래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 소액주주들의 문제까지 잘 마무리돼 국내 어려운 기업들에게 플랜텍이 모범 사례로 남길 바란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