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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 없는 청년 누가 위로하나… "금융권 채용비리, 여전히 ing"

염보라 | 기사입력 2020/09/17 [13:58]

빽 없는 청년 누가 위로하나… "금융권 채용비리, 여전히 ing"

염보라 | 입력 : 2020/09/17 [13:58]

▲ 시민단체들이 16일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3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금융정의연대 제공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금융권 채용비리는 여전히 현재진행중입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한동안 잠잠했던 2018년 금융권 채용비리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선정했던 지난 16일,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과거 KB국민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을 수면 위로 올리며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나서면서다. 

 

국회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박홍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을 언급하며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고,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아얘 '채용비리처벌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단체들은 윤 회장의 연임 저지를 위해 지속 투쟁할 것임을 시사했다. 윤 회장 연임 반대를 위해 행동에 나선 청년참여연대 이연주 활동가는 "청년들에게 조금이라도 책임을 느낀다면 최종 책임자로서 법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 윤종규 회장 3연임 저지 나선 시민단체, 왜?


KB금융 측은 윤 회장이 남부지검, 고검, 대검 모두에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된 만큼, 3연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8년 현장검사 결과 KB국민은행의 특혜채용 수혜자 중 윤 회장의 종손녀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으나, 검찰은 이 과정에서 윤 회장의 개임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해 그를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무죄가 아닌 증거 불충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실 꼬리자르기 수사'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회장님 각별히 신경"이라고 쓴 메모가 인사팀에 전달됐지만, 이것이 회장의 지시라는 점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해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염보라

 

◇ 만연했던 특혜 채용… 열심히 스펙 쌓았지만 결국은 '들러리'


채용비리 의혹은 KB국민은행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2018년 금감원의 현장검사 결과 채용비리가 금융권에 만연했음이 드러났고, 이같은 사실은 '신의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청춘을 스펙 쌓기에 바친 수많은 청년들을 울분케 했다.

 

시작은 2017년 10월이었다. 당시 금감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우리은행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심 대표는 내부자 제보를 토대로 정리한 문건을 들어보였다. 문건에는 전 금감원 부원장보, 국정원 직원, 전 행장과 부행장, 대학 부총장, VIP 고객 등 채용을 청탁(추천)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금감원은 2017년 11월 각 은행에 채용시스템 자체점검을 지시했다. 돌아온 답변은 '부정청탁·채용 전무'.

 

금감원은 검찰 수사 중인 우리은행을 제외한 11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2018년 1월 "총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 세상에 드러난 'VIP 리스트'의 존재… 신한·하나銀, 성 차별 의혹도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암암리에 떠돌았던 'VIP 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당시 금감원은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의 특혜채용 명단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채용에서 특혜를 주기 위한 일종의 VIP 리스트다. 하나은행 리스트에는 55명, KB국민은행 리스트에는 20명의 이름을 확인했다. 앞서 언급한 윤 회장의 종손녀도 바로 이 명단에 포함됐던 것이다.


2018년 3월.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은 또 한번의 특별검사를 받게 된다. 최홍식 전 금감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금감원이 특별검사단을 설치한 것이다.


특검단은 당시 있었던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최종합격한 229명 중 32명이 특혜 합격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10%를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에는 함영주 지주 부회장의 이름도 거론됐다. 특정 대학 우대, 남성 우대 등 차별도 이뤄졌던 것으로 특검단은 판단했다. 

 


 

 하나은행 특혜채용 사례

- 추천 내용에 “최흥식 부사장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418점)가 합격기준(419점)에 미달(△1점)했으나 서류전형을 통과해 최종 합격.


- 추천 내용에 “함□□대표님(◇◇시장비서실장 ▽▽▽)”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음에도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 조사 결과 함□□은 2013년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를 지냈던 함영주 부회장으로 확인.


 

금감원은 그해 4월, 신한금융그룹 전체 검사에 돌입했다. 신한은행은 앞서 진행한 현장검사에서 유일하게 금감원의 칼날을 피한 곳으로, 업계는 더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금감원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통해 제보가 접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총 22건의 특혜채용 정황을 발견했다. 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특혜 채용은 물론, 연령 또는 성별로 배점을 차등화한 정황도 있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신한금융 특혜채용 사례

-전 금융지주 최고경영진 관련인, 지방 언론사 주주의 자녀, 전 고위관료의 조카 등으로 표기된 지원자들은 연령 초과 등의 이유로 서류심사 대상 선정기준에 미달하고 일부는 실무면접에서 최하위권 등급을 받았음에도 해당 전형을 모두 통과해 최종 합격 

 

- 신한금융 임원의 자녀인 지원자는 서류전형에서 해당 분야 지원자 114명 중 63위로 합격 순위(128명)에 미달했음에도 통과했고, 임원면접(총 6명) 시 면접위원 2명으로부터 “태도가 좀 이상함”, “발표력 어수선”이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최종 합격


 

▲ 왼쪽부터 하나은행, 신한은행 본점 전경


◇ 2년이 지났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다"


16일 윤종규 회장 연임 반대 기자회견에서 청년참여연대 이연주 활동가는 "사회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채용비리가 온갖 차별의 온상이었음이 검찰 수사 결과로 드러난지 2년이 됐지만, 지금까지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처럼, 2년이 지난 현재 채용을 청탁한 자도, 특혜 입사자도 잠깐의 고달픔을 참은 댓가로 현재 평온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채용비리 의혹의 중심에 있었던 금융사의 경우 일부는 적게 나마 죗값을 치뤘고, 일부는 아직 검찰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당시 최종 책임자였던 각사의 최고경영자(CEO)들도 재판 결과에 따라 일부는 직을 내려놨고, 일부는 연임 가도를 달리고 있다.


아직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지 못한 곳은 신한금융과 하나은행으로, 신한금융은 올해 말 2심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으며 하나은행은 2018년 8월 첫 공판을 시작한 이래 아직 1심조차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얽혀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해 일찍이 연임에 성공했고,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은행장직을 내려놨지만 지주 부회장직은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 목소리 내기 시작한 국회, "합당한 처벌 받아야"

 

금융권 채용비리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자, 일부 국회의원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6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018년 6월에 제정된 '부정채용청탁 합격자의 합격 취소에 관한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을 따르는 은행이 없다"고 비판한 뒤 "채용비리를 저지른 최고경영자들과 부정채용 청탁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아얘 '채용비리처벌특별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채용비리 행위를 하거나 행위를 요구, 약속한 사람을 모두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부정 합격자의 채용 취소,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류 의원은 “채용비리로 돈 없고 빽 없는 청년들은 절망감과 박탈감에 분노한다”고 전제하며 “청년들의 한숨과 눈물에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해답을 준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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