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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읽어보았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이 사랑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늘 불안하고 답없던 우리들의 ‘연애’에 대하여 솔직한 공감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 토마시는 굉장한 바람둥이다. 그런 그가, 다른 여자들에게 하는 것과는 달리, 테레사에게만 사랑을 준다. 그녀 곁에 머무른다. 그녀가 어떻게 이런 ‘특별함’을 누릴 수 있었냐고? 그건 토마시가 테레사에게 동정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난 이전에도 글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순간, 그리고 여자가 남자에게 모성애를 느끼는 순간 두 사람은 꽤 오랜 시간 서로에게서 헤어 나올 수 없다고 쓴 적이 있었다. 다 이 소설의 영향이었다. 토마시는 테레사에 대하여 이런 감정을 느꼈다고 쓰여 있다.송진으로 방수된 바구니에 넣어져 강물에 버려졌다가 그의 침대 맡에서 건져 올려 진 아이다 큰 성인 여자를 두고 아이란다. 그것도 심지어 버려진 아이. 토마시가 느끼기에 테레사에게 자기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느낀 거다. 토마시는 테레사에게 엄청난 동정심을 느낀다. 밀란 쿤데라는 동정심에 대하여 ‘타인의 고통을 차마 차가운 심장으로 바라볼 수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4-14 12:12

[공감신문]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 나도 모르겠다. 오늘 마닐라에 오자마자 병원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삼가 애도함.’ 그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아마 어제였을 것이다.병원이 있는 한국은 마닐라로부터 약 1600마일 떨어져 있어서, 새벽 1시 비행기를 탄다면 인천에 오전 중으로는 도착할 것이다. 그게 내가 탈 수 있는 제일 빠른 비행기였다. 그러면 나는 밤샘을 할 수 있을 테고 장남인 내가 한국에 도착한 오전부터 장례식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같이 온 촬영 스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중략)내가 보기엔 행렬이 좀 더 빨라진 것 같았다. 주위는 한결같이 햇볕이 넘쳐나서 눈부시게 빛나는 벌판뿐이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 지경이었다. 어느 순간 우리는 최근 들어 새로 깐 도로로 들어섰다. 아스팔트가 햇볕을 받아 갈라 터져 있었다. 우리의 발자국이 박히면서 아스팔트는 가죽처럼 뭉개져 번들거렸다.눈치 채신 독자 여러분도 계시겠지만 이것은 알베르 까뮈의 소설 을 인용하고 패러디한 문장들이다. 그러나 여기서 쓰인 내용들은 모두 소설이 아닌 사실이며, 우리 아빠의 시선으로 쓴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4-12 13:07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악인과 예술가들에 대해 나는 유독 마음이 약해진다. - 스탠리큐브릭[공감신문] 이 글 때문에 누군가 앞으로 내 글을 읽지 않는다하여도 할 말이 없다. 난 기사를 쓰는 사람이 아니고 칼럼을 쓰는 사람이다. 난 내 소신과 성격과 색깔을 드러내고 감정적인 말을 마구 내뱉는다. 아 정말로 제 글은 본 신문사의 의견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이건 전적으로 지해수의 사견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난 홍상수의 영화가 좋고 앞으로 홍상수와 김민희의 영화를 볼 것이다. 그게 사실인지 아니면 누가 지어낸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만 홍상수가 김민희에게 '칸의 여왕'으로 만들어주겠노라 약속했었다고 한다. 김민희는 칸은 아니지만 베를린의 여왕이 되었고 그들의 영화는 또 다른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사람들은 그들의 수상소식에 관심없는 척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기사를 클릭한다. 그리고는 마치 더러운 광경을 보고 침을 뱉는 듯한 댓글을 남긴다.패셔니스타였던 김민희는 분명 영화 화차때부터 연기력이 확 달라졌다. 사람들은 , 그리고 를 보며 '배우 김민희'를 인정하려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3-31 10:55

[공감신문] 인스타그램만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가계 부채가 1300조가 넘었다는 것도 딴 세상 얘기인 듯 하다. 아니면 다들 그 빚으로 저러고들 다니는 건가. 아니, 원래부터 있는 사람들은 계속 있었고 없는 사람들은 계속 없었다. 다만 티끌 모아 티끌이란 걸 알기 때문에 이전 세대들에 비하여 좀 더 맘 편히 소비할 뿐이다. 그런데 내가 놀라는 건 겨우 나 정도 따위가 아닌, 진짜 럭셔리의 극치를 달리는 이른바 ‘82피플’들의 삶이다. 그들의 SNS는 재밌어서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최신 유행하는 명품 아이템들을 겨우 한두 번만 입는다. 물론 그 종류가 백화점을 털었다싶을 정도로 다양하다. 가방도 에르메스, 샤넬은 물론이요 요즘 다시 핫한 구찌를 라인별로 소장하고 있다. 당연히 그런 옷과 가방, 구두를 걸치고 아무거나 탈 리 없다. 최소 메르세데즈를 몰고 다닌다. 좋은 신발을 신으면 그 신발이 좋은 곳으로 안내해준 다는 말은 참 말이던가. 좋아 보이는데다 요즘 막 핫해진다고 소문난 곳에서 식사와 차를 즐긴다. 아, 심지어 연예인 뺨치게 예쁘거나 잘생겼다. 그럼 우리는 여기서 당연히 수상한 눈초리를 하며, ‘뭐하는 사람이지?’ 궁금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3-29 10:55

[공감신문] 얼마 전부터 작은 소모임을 시작했다. 인문학 스터디 모임인데 평소에 읽기 불편한 책들을 읽고자 만든 모임이다. 술술 읽히고 흥미로운 책은 쉽게 손이 간다. 우리 모임은 주로 고전을 다룬다. 여기에 적극 동참해 준 아는 오빠가 있다. 동네에 아지트처럼 쓸 수 있는 공간을 적극 활용하라며 지원해주신 거다.어제 오빠랑 함께 운동을 하고 커피를 마시는데, 오빠가 고전을 찾아서 읽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말씀해주셨다. 당시 오빠가 대학교 때 교수님이 고전 읽기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조하시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대부분의 고전 서적들은 천재에 의하여 쓰인 경우가 많다. 그의 글을 따라 읽다보면 그 사람의 뇌 구조를 따라가게 된다.”그렇다. 우리는 탁월한 그들의 뇌구조를 어느 순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내 글을 꾸준히 본 분들은 약간 느끼실 수가 있다. 매주, 혹은 몇 주마다 내 글의 구조나 화법이 바뀐다는 것을! 고백하건대 나는 자주 보는 사람들이나 내가 ‘꽂혀있는’ 사람의 말투나 자주 쓰는 단어를 나도 모르게 따라 쓰게 된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그걸 배우는 것이다. 특히나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3-24 13:55

[공감신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유명한 말을 했다.‘예술가들이 모이면 돈을 논하고, 은행가(자본가)들이 모이면 예술을 논한다.’나는 이전에도 이 말을 인용한 적이 있었다. 살면서 이 같은 통찰력이 강한 문장을 몇 만나지 못했다.예술가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창조적 욕구를 마음껏 풀고 사는 사람들이다. 일을 하면서 자기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소화시키며 스트레스도 푼다. 행운아들이다. 물론 어떤 창작물을 내놓기 위하여, 아니 더 정확히 만족스러운 ‘somgthing!’을 내놓기 위해서는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귀신을 감내해야만 한다. 나도, 너도, 우리 모두 만족스러운 것! 예술에는 답이 없다.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거다. 하지만 그것은 어차피 자기가 선택한 일이다.‘예술은 억압받는 자의 편이다. 예술적 자유에 대한 이단적 정의를 담은 이 단순한 격언에 전율하기 전 생각해 보라. 예술이 영혼의 자유를 위한 것이라면, 어떻게 압제자 안에 존재할 수 있겠는가?’ / 이디스 워튼 그런데 이것을 감당해내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니 자꾸 이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예술을 하게 해주는 ‘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3-22 15:28

[공감신문 지해수칼럼] 나란 존재가 이 세상에 있구나, 라는 걸 지각할 때부터 쭉 들어왔던 말이 있다. ‘넌, 참 끼가 많구나.’사진과 음악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컸으니, 두 분의 지인들이 모이면 매일이 ‘끼 잔치’였다. 그 분들로부터 이 말을 계속 듣고 커온 거다. 그래서 오히려 끼가 뭔지 몰랐고 ‘밥’처럼 당연한 거라 별로 안 궁금했었다. 그냥 나처럼 나대기 좋아하는 성격 같은 것이려니, 생각했다. 이를 테면 반장선거에 나가고 이런 거? 물론, 그건 끼가 아니었다. 성인이 된 후, 아니 정확히 ‘여자’가 된 후에도 똑같은 얘기를 종종 듣게 되었다. 근데 이건 별로 좋은 뜻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연예인도 아닌데, 심지어 다 큰 여자가 끼가 많다는 걸 어느 남자가 ‘자기 여자’로 달갑게 생각하겠느냔 말이다. 그래서 궁금해 진 거다. 도대체 ‘끼’란 무엇일까. 아니, 내가 진짜 맘에 드는 사람한테 맘먹고 제대로 ‘끼 부리는’ 걸 보지도 못했으면서 왜 나한테 끼가 많다고 하는 거지? 그러던 중 친구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길을 걷던 내 자신을 보며 문득, ‘끼’가 뭔지 알게 된 거다! 그건 바로 표정! 표정이 많은 거다. 길을 지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조금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3-17 11:07

[공감신문 지해수칼럼] 누군가 가장 유쾌한 소비란 무엇일거같냐고 묻는다면 난 경험을 사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건 어쩌면 유추가 가능한 대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걸 알면서도 그 일에 적극적이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경험보다 물건을 사는 걸 더 남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경험을 할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그건 아마도 대부분 ‘일’을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게 일을 하며, 경험할 돈을 벌고 경험할 시간을 잃어버린다. 당신 수중에 100만원이 있다고 치자. 100만원으로 당신을 오랫동안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멋진 코트 한 벌이 아니라 그 돈을 가지고 떠나는 여행일 것이다. 그게 더 경제적인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당신의 기억에 남아서 평생의 이야깃거리를 제공할지 모른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재밌는 사람으로 기억될 확률이 높다. 또 ‘독특한’ 자기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미남미녀만큼이나 쉽게 잊히지 않는다. 한 사람을 예로 들자면 우리 아빠가 그렇다. 나의 아버지는 사진작가로, 직업 특성상 해외를 많이 다니신다. 열 살 때였나, 아빠가 캐나다 퀘벡과 토론토에 한 달 정도 다녀오신 적이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3-14 15:41

[공감신문 지해수칼럼] 며칠 전 우디 앨런(Woody Allen)감독의 영화 를 보았다. 평소 그의 영화 스타일을 유쾌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정말 반해 버린 거다. 귀엽고, 또라이 같고, 즉흥적이고, 야하고, 순발력이 있었다. 그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스 희극’풍을 갖고 들어온 기발한 플롯! 영화를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아서 그 영화가 끝나지 않길 바랐지만, ‘그리스 신들의 연극’이 막을 내리더라. 그런데 중요한건 영화에 대한 내 감상평이 아니다. 이 영화를 보고난 후 나의 오래되고 쓸데없이 무거운 질문에 대하여, 어느 정도 수긍 가능할 만한 답 하나를 얻은 느낌이었다. 그건 바로 예술가와 엔터테이너의 차이였다. 예술가와 그냥 ‘그래 보이는’ 활동을 하는 사람의 차이, 더 나아가 예술가란 어떤 사람을 일컫는 가에 대하여! 나는 이 영화가 엄청난 수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디 앨런은 천재라고 생각한다. 왜? 난 이 영화를 보며 그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 예술가란 대중들로 하여금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 또는 ‘어떻게 저렇게 표현(해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3-09 16:00

[공감신문 지해수칼럼] 어느 날 티비에서 20대 초중반 남자 친구들끼리 하는 대화하는 장면을 봤다. 그들은 각자 좋아하는 여성 스타일을 이야기했다. 한 친구가 ‘육덕 진’ 타입이 좋다면서 특정 여자 연예인을 이상형이라고 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친구가 손사래를 치며, 이해할 수 없다며 완전 싫다고 했다. 왜 싫냐, 고 묻자 그는 그렇게 대답했다.“싸우면 내가 질 것 같아.” 처음에는 하하 뭐야 엉뚱하네, 하고 넘겼었다. 근데 저 남자만 엉뚱한 게 아니었다!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에 다소 ‘육덕 진’ 느낌의 여자 연예인 사진이 뜨면, 로우킥으로 한 대 맞으면 바로 사망할 것 같다느니, 힘이 세서 다 이길 것 같다느니, 한 마디로 ‘저 여자랑 싸우면 난 지겠다’는 익숙한 내용의 댓글이 의외로 많은 게 아닌가! 넘쳐 오를듯한 가슴이나 옹골찬 허벅지 따위를 예찬하는 글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상당히 의외였다. 그래서 궁금해진 거다, 남자들이 왜 저런 생각을 하는 지. 남자들의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여자가 성적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왜 싸움의 대상이 되는지! 진짜 여자랑 치고 박고 싸울 것도 아니면서! 막상 ‘여자 때린 적 있어?’ 라고 물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3-08 10:12

[공감신문 지해수칼럼] 상당히 오랜만에 사랑도 아니고 연애 칼럼이다. 제목 그대로다. 오늘은 정말 왜 이런 걸 굳이 따지는 지 싶을 거다. 이걸 주제로 글을 꼭 써야했었나 싶겠지만, 오히려 이 세상엔 중요하고 거창한 일에 대해 떠드는 사람은 많아도 정말 하찮고 쓰잘데기 없는 건 아무나 안 가르쳐준다는 놀라운 사실. 그래서 내가 그 희귀한 팁을 알려드리려 한다. 남녀 관계, 특히나 ‘썸탄다’는 단계에서는 문자메시지 하나하나에 크게 반응하게 되고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마련이다. 이 문자를 보낸 상대방의 의중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누가 먼저 마음을 여는 지 안 여는 지 은근한 기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 단계가 가장 즐겁고 짜릿하다고들 말하지. 왜냐하면 언제든 놓쳐버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리고 또, 모호하기 때문이다. ‘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구 물어볼 수 없으니까. 사랑을 하면 시인이 된다지, 여자들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시나리오 작가’가 된다. 머릿 속에서 별의별 시나리오가 다 튀어 나온다. 어릴 적 보았던 예쁜 동화들부터 치정극, 로맨틱 코미디 영화까지. 물론 시도 쓴다. 거기에 ‘함축적’의미를 파악하려고 든다. ‘그’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3-03 10:08

[공감신문 지해수칼럼] 그저께 영화 를 보았다. 이 고전을 이제야 봤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여느 관객들과 같이 우울해졌다. 내가 이전에 보았던 많은 영화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마도 이 명작은 수많은 영화들이 탄생하는 데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아예 오마주를 삼은 것이 아니더라도 마치 날씨에 영향을 받는 우리들처럼, 그렇게 가슴속에 남아서. 특히나 꿈이 원대했던 남자들의 경우,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영웅을 꿈꿨던, 악당을 물리치고 싶던 어린 시절의 당신, 그리고 현실의 당신. 그 간극을 누구나 가지고 있기에 우린 이 영화를 아직도 아련하게 느끼는 게 아닌가. 배우를 꿈꿨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도 연극영화과엘 갔었다. 사회에 나온 후, 어느 좋은 매니지먼트 회사와 전속 이야기가 오고 가게 됐었다. 대표님과 두 번째쯤 미팅하는 자리였다. 대표님은 나에게 왜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으셨다. 당시 나는 ‘연기가 좋다’, ‘내 평생 직업이라 생각한다’는 식상한 말을 꺼내기 싫었다. 당시에 그건 너무도 당연했으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프로필을 들고 일산, 상암동, 신사동, 홍대로 뛰어다닌 게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2-28 17:33

[공감신문 지해수칼럼]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누군가는 일정한 수입, 종교, 사회의 민주화 정도, 배우자나 애인의 존재 등이 그 조건이랬다. 글쎄올시다, 내 주변엔 그런 걸 모두 갖추지 못했어도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다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게 있으며, 물론 나 역시도 가지고 있다. 우리에겐 ‘제 3의 장소’ 즉, ‘아지트’가 있다! 아지트는 우릴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사실 SNS에서 날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난 정말 가는 데만 간다. 당연히 사장님들이랑 다 오빠 동생 하는 사이다. 친해서 간 곳도 있고, 가다보니 친해진 집들도 있다. 일손이 부족할 때는 가서 일도 돕는다. 인테리어나 물품에 대한 간섭도 한다. 그리고 사장님이 내 의견을 들어주신다. 나도 모르게 주인의식이 생기기 시작한다!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 된다. 거기 모이는 사람들하고도 어쩌다보니 인사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내 아지트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늘 오는 사람들만 온다는 것이다. 마치 어느 인디뮤지션을 나만 알 테야,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라는 마음이랄까? 외부인(?)이 들어오면 우린 마치 짜기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2-23 14:18

[공감신문 지해수칼럼] 전 세계에서 한국 여자들이 제일 이쁘다고들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해외를 많이 다녀 본 남자들이 그렇게 말한다. 유튜브에 외국인 남성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영상들을 봐도 한국 여자들 미모에 긍정적이다. 맞다. 대부분 날씬하고 옷도 잘 입는다. 별로 못난 구석들이 없다. 요즘 한 두 군데 고친 건 성형 축에도 안 낀다. 평균 체중보다도 미달이면서 365일 다이어트를 한다. 유행의 물살은 더욱 빨라지고 거세졌다. 그렇기에 좀만 따라 사면 옷 잘 입는 건 일도 아니다. 강남 클럽만 가도 아이돌 뺨치는 아가씨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글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고대의 신들이라면 어땠을까? 아마 그들은 익숙한 ‘아테네’에서 곧바로 ‘테헤란로’로 그 무대를 옮겨와, 퇴근 시간 뺨치게 복잡한 사랑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들은 사랑의 열병에 그리 쉽게 걸리지 않는다. 원래 우리도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아니 경험이 늘어가며 깨닫게 되었다.‘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우린 사랑에 빠지기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러나 슬퍼하지 말라. 사랑에 빠지는 것은 사실 사랑이 아니므로. 이렇게 말한 사람은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2-17 09:53

[공감신문 지해수칼럼] 아이는커녕 결혼도 안 해본 내가 자녀 양육이 이렇고 저렇고 그래서 당신 아이는 이렇게 컸군요, 라는 이야기를 늘어 뜨려놓으면 엄마들이 얼마나 비웃을 지 안다. 뭘 안다고 떠드는 건지!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부모’는 안 되어 봤지만 ‘자식’은 28년이나 해봤다고. 그래서 자식 입장에서 ‘육아’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또 나도 언젠가는 부모가 될 수도 있기에, 내 자식에게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며. 이건 우리 부모와 ‘나’라는 자식이 아닌, 내가 아는 어떤 부모와 그들의 자식인 한 여자에 관한 것이다. 대게 여성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난 꽤 몇 년에 걸쳐 그녀를 보면서 그녀에겐 ‘자기 파괴적 욕망’이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그녀의 가정환경에서 비롯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내 아이는 저렇게 안 키우겠다’를 머릿속에 꾹꾹 심어두었다. 그녀를 분석하고 내 맘대로 판단하고 칼럼까지 써서 다시 한 번 사과하며,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보겠다. 이건 꽤 많을 ‘제 2의 그녀’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일지도. 내가 아는 그녀는 나쁜 남자들만 만났었다. 여자 친구가 있는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2-15 10:31

[공감신문 지해수칼럼] 난 여느 20대 여자들처럼 타로카드나 별자리 운세에 관심이 많다. 맞다. 하나님을 믿는다지만 타로카드와 별자리 운세는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만큼 흥미롭다. 오, 악에서 구하소서!오늘 친한 언니와 타로카드를 보러갔었다. 우리의 이슈는 단연 새해의 애정운. 타로를 봐주는 선생님이 카드를 섞으며 말했다. “오늘 손님들 연애 운이 다 좋지가 않다.”내 차례 전에 이런 말이 나오니 지레 겁부터 났다. 그래서 왜, 다들 어떻게 안 좋게 나왔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요즘 아가씨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해서 그런 거지, 뭐. 끝이 뻔한 사람을 좋아하는 데 운이 좋을 리가. 자기들도 결말이 알면서도 여길 찾아오잖아.”아, 지당하고 뻔한 말씀! 그래 요즘 아가씨들은 정말로 나쁜 남자를 좋아하고, 나쁜 남자와의 연애는 정말 뻔한 법이지. 그러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털어놓을 데가 없어서 여길 찾는 거지! (다행히도 나의 애정 운은 나쁘지 않았다!)나 역시도 여느 20대 여자들처럼 타로카드, 별자리 운세 그리고 나쁜 남자의 매력에 끌렸었다. 아니, 알다가도 모르겠는 ‘그들’ 때문에 타로나 별자리 운세에게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2-10 10:33

[공감신문 지해수칼럼] 정말 핑계가 아니다. 지금 내 아무리 밤마다 치킨의 유혹에 넘어간다지만 남자친구가 생기면 진짜로 날 가꿀 것이다, 피부 관리도 열심히 할 거고, 밀가루의 끈질긴 대쉬에도 나 절대로 의지를 꺾지 않을 것이다! 정말이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오히려 맘 놓고 관리를 안 할 거라 생각하지만? 아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좋아하는 남자가 살 빼라면 진짜 뺄 수 있어.’라고 말한다. 이건 대부분의 남자들도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이다. 좋아하는 이성은 대단한 동기부여가 된다. 그(그녀)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면!어느 날, 나의 ‘뇌’에게 물었다. 뇌야, 너는 언제쯤 상태가 좋아질거니? 언제쯤 창의적인 생각을 쏙쏙 뽑아내고, 과음한 다음 날에도 다 기억을 해낼 거니? 서른도 안 된 내가 가끔 집 비밀번호를 까먹어야겠니? 그러자 뇌가 나른한 말투로 대답했다. “나도 남자친구가 생기면 정말 날 가꿀 수 있는데...”그랬다. 가만 보면 나의 마음과 정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나’ 중에 가장 나다운 신체 부위인 뇌 역시 동기부여의 대상이 필요했던 거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처럼, 나의 뇌에게도 ‘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2-08 09:55

[공감신문 지해수칼럼] 왜 예술가들은 사랑에 잘 빠지는가? 왜 그들은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가? 왜 현대인들은 사랑이 어려운가? 쇼팽의 마지막 연인으로 알려진, 19세기 프랑스 여류 소설가 조르주 상드는 ‘창녀’라는 소릴 들을 만큼 정말 많은 남자들을 사랑했었다. 왜 그랬을까? 예술가들이 궁극적으로 표현하는 모든 것이 사랑이기에? 아니, 사랑을 하니까 그걸 표현하고 싶은 거지. 그런데 도대체 왜들 그렇게 유별나게 사랑에 열광하느냐는 거다. 여기 내가 좋아하는 시 중 한편을 소개하겠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너는 몰라도 된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며/ 내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 나태주덤덤한 문체이나 이 얼마나 애절한 시인가! 처음 이 시를 접할 때의 나는 누군가를 혼자 좋아하고 있었다. 그 때 내 심정이 딱 이랬었다. 그가 만나주지 않아도 좋았다. 나 혼자 ‘그’를 곱씹고 곱씹다보니 나 혼자 그와 친해져있었다. 내가 곱씹고 추억하던 잠깐의 ‘그’가 전부가 아니었다. 어느 순간 말도 안 되는 나만의 의미부여가 시작되며, 그런 의미를 찾다보니 나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2-03 09:54

[공감신문 지해수칼럼] 난 인기가 많다. 이 글의 목적은 자랑이 아니다. 음, 아닌 게 아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 방법을 알려줄 테니 대신 내 자랑을 조금만 들어줘라. 내가 인기가 많은 이유 중엔 피부가 하얘서, 키가 적당해서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연 가장 큰 이유는 내 직업 때문이다. 알다시피 난 작가다. 직업은 생계 수단이다. 대부분 직업을 들으면 ‘그래서 얼마를 벌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내 직업은 연봉으로만 따지자면 그리 인기 많을 직업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 이성들은 대부분 여자가 얼마 버는 지에 관심이 적거나 별로 상관없는 사람들이 많다, 혹은 관심이 있어도 나에게 그것을 묻지 않는다. 또한 작가라는 직업이 아나운서, 승무원, 교사처럼 남자들이 선호하는 여성의 직업군도 아니다. 근데 네가 작가라서 인기가 많은 건 왜냐고? 내가 가진 의외성 때문이다. 어디를 가든, 날 딱 보고 단박에 내 직업을 맞추는 사람은 없다. 내 SNS만 보아도 칼럼이나 강연에 관련된 것들을 제외하면 별로 ‘작가’스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니, 사실 ‘작가 지해수’스러운 건데,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작가라는 이미지와는 뭔가 모

지해수 칼럼 | 지해수 칼럼 | 2017-02-01 0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