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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모든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는 진왕소똥구리의 관찰에서 시작하는 《파브르 곤충기》는 장 앙리 파브르(Jean-Henri Fabre, 1823~1915)가 56세가 되었을 때 1권이 나와 그 후 30년에 걸쳐 10권이 완성된 곤충학의 위대한 고전이자 불멸의 자연사기록이다. 곤충 뿐 아니라 새 등 자연에서 만나는 살아있는 많은 생물들에 대한 현장관찰이자 탁월한 학술 르뽀(Reportage)이기도 하다.서로 많은 편지들을 통해 학문적인 자주 견해를 교환한 진화론자 찰스 다윈(1809~1882)으로부터 ‘위대한 관찰자’라는 찬사를 받은 파브르는 곤충을 중심으로 한 자연에 대한 세밀한 현장관찰과 뛰어난 연구를 바탕으로 과학저술의 선구자적인 모델(model)을 창조했다. ‘곤충학의 성경’, ‘곤충학의 시인’이라는 찬사처럼 파브르는 우리를 둘러싼 들과 숲, 산에서 사는 작은 곤충의 신비로운 세계와 자연의 질서를 깊이 연결시키면서, 서로가 대화하고 이용하고 투쟁하는 가운데 조화를 이루는 자연에 대한 우리 지각의 새로운 확장을 계속 이끌어낸다.곤충에 대한 기록이라고 해서 백과사전적으로 곤충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 진화의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10-24 15:08

[공감신문] 한가한 시간에는 지금도 시장을 자주 둘러본다. 무엇인가를 사는 쇼핑을 위해서가 아니고 그냥 시장을 오가는 사람 구경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을 굳이 취미라고는 말하기는 어렵다. 시장은 우리들에게 각별한 추억을 일깨운다. 시장 풍경은 언제나 활발했고 물건들은 싸고 넘쳤다. 활발한 인적·물적 유통이 이루어지는 곳이 시장이다. 명절에 부모님이 새 옷을 사주는 곳도 시장이었다.예전의 우리 시장은 사람이 오가고 소식이 전해지고 열려있는 소통과 공감의 장소였다. 소문이 떠다니고 여론이 있고 구경거리가 있고 새로운 뉴스가 전해졌다.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를 넘어 고단한 서민들의 삶이 어우러지는 세계였다. 하루 종일 모두를 팔아야 얼마 되지 않은 채소나 과일, 나물 등을 작은 좌판에 올려놓은 가난한 할머니의 모습은 어린 마음을 슬프게 하기도 했고, 돈을 벌어야 산다는 것의 어려움을 고민하게 하기도 했다. 장터에서만큼 살아있다는 느낌이 생생한 곳이 어디에 또 있을 것인가. 거유(巨儒) 율곡 이이(1536~1584)로부터 ‘진기한 새, 괴이한 돌, 이상한 풀’이라는 인물평을 받았다는 당대의 이인(異人) 토정 이지함(151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10-13 15:19

[공감신문] 연산군(1476~1506)은 생모 폐비 윤씨의 비참한 죽음을, 정조(1752~1800)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처참한 비극을 안고 임금으로서 각각 새로운 출발을 했다. 어쨌든 연산군의 어머니는 사사(賜死)되었고 정조의 아버지는 타살되었다. 자살을 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부모를 잃은 아들과 세손은 결국 죄인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왕이 된 이후에 그들은 각각 정적들을 제거했으나 그들이 선택한 길과 리더십은 폭군과 성군으로 갈렸다. 를 보며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절치부심하던 연산군은 훈구파와 사림파의 대립과 당쟁을 이용해 1498년 을 빌미로 무오사화를 일으켜 사림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과 부관참시를 저지른다. 정책과 미래, 치국평천하의 대의를 보지 못하고 개인적인 원한과 소아에 집착하며 막중한 국정을 그르쳤다. 불행한 과거와 싸우기만 하면 밝은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고 한다. 반면, 정조는 지난 어제를 심사숙고하며 내일을 위한 탕평·통합과 개혁이라는 새로운 개혁군주의 길을 성실하게 걸었다. 규장각 설치, 화성 축조 등의 내용과 품격이 높은 정치적 구상의 실천은 조선의 중흥,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10-11 13:25

[공감신문] 소방관들의 숭고한 자기희생을 눈물에 젖어 깊이 애도한다. 화재 진압 작업 중 안타깝게도 순직한 고(故) 이영욱(59) 소방경과 이호현(27) 소방교의 영전에 를 다시 보내며 오열한다.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 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저에게는 언제나 안전을 기할 수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화재나 대형사고가 일어난 비상상황의 재난 현장에서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소방관들은 의인(義人)이자 영웅들이다. 소방관들의 힘든 작업은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치열한 전쟁터에서 가장 먼저 나서야 하는 특공대, 기동타격대를 방불케 하는 그들은 가장 힘들고 위험한 곳에서 생사를 초월한 고귀한 소명을 실천한다. 장렬한 산화(散華). 그들의 죽음은 호국선열이나 전사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9-25 17:34

[공감신문] 진시황은 오늘날의 장기판에까지 남아서 전해지는 초한전쟁(楚漢戰爭)의 두 주역, 초 패왕 항우와 한 고조 유방의 롤 모델(role model)이었다. 중국의 역사는 진시황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진시황은 큰 획을 그었다. 오늘날 중국의 모습을 사실상 처음으로 완성했으며 중국인들의 의식이나 주변 국가의 왕조에 미친 영향은 거의 압도적이었다.출생과 관련된 치욕적인 소문을 백인(百忍)하는 발군의 진왕 정(政)은 원대한 포부, 담대한 기백, 단호한 결단력과 뛰어난 직관력으로 강력한 중앙집권국가의 비전을 실현한 정치적 창업(創業)리더십의 표상이다. 덕치에 기반을 둔 왕도정치, 무력에 바탕을 둔 패도(覇道), 정도(正道)와 권도(權道)의 여부를 떠나 그는 출신을 초월해 각국의 숱한 인재를 포용하고 적재적소에 폭넓게 등용하는가 하면 전대미문의 대형 토목공사를 일으키고 문자· 도량형· 화폐의 통일 등을 통해 국부를 창출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국가운영의 굳건한 토대를 마련했다. 군웅할거(群雄割據)하는 전국칠웅(戰國七雄)의 난세 속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진왕 정은 한· 조· 위· 초· 연· 제, 주변 6국을 차례로 멸망시키며 기원전 221년 천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9-18 14:09

[공감신문] 판사, 검사, 교수, 경찰, 기자, 술집 마담(기생)이 함께 만나 술자리를 가졌다. 나중에 술값 계산은 누가 했을까. 다들 술값 내는 것을 탐탁해 하지 않아 성질 급한 마담이 참다못해 계산을 했다는 오래 전의 농담이 있다. 기생도 자기 돈으로는 술을 안 마시지만, 그들은 자기 돈을 쓰지 않고 대접을 받는 버릇에 익숙한 직업을 가진, 우리 사회의 잘 나가는 대표적인 갑들에 속한다.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소위 금수저, 출세한 자, 성공한 자, 승리한 자, 강한 자, 가진 자들이 거의 일상적으로 드러내는 무력한 약자나 없는 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학대를 포함한 다양한 사례들이 이른바 갑질로 평가돼 심각한 사회적·법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만연한 갑질은 가해자라는 갑들의 약육강식에 길들여진 특권의식, 오도된 승자독식에의 무비판적 도취, 이기적인 탐욕에의 함몰, 인간의 존엄과 인간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모르는 심성의 황폐함 등이 핵심을 이룬다고 보인다. 피해자라는 을에서는 상대적 박탈감, 위화감, 억울함, 분노와 적개심 등이 첨예화된다.의식은 족해도 예절을 모르는 인간들이 발호하는 세상이 갑질 하는 세상이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8-28 14:55

[공감신문] 운전을 하지 않는데다 사는 곳이 군청 소재지의 작은 시골이라 이런저런 나들이 등을 위해 국도와 지방도를 오가는 시골버스를 자주 탄다. 일주일에 많으면 4~5일은 시골버스를 이용한다. 이 곳 버스는 보통 1시간~1시간 30분이 넘어야 한 번씩 온다. 따라서 버스를 한 번 놓치게 되면 최소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읍내로 나가는 처음 버스는 아침 6시 50분, 마지막 버스는 오후 6시 20분, 읍내에 나갔다가 사는 마을로 오는 버스 막차는 7시 50분이다. 막차를 놓치면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요금이 거의 3만원 정도가 나온다. 배차 간격이 이처럼 상당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유명 관광지도 아니고 벽지나 오지 노선 비슷한 지역을 운행해야 하는 버스 회사의 입장도 난감할 것이다. 어떤 때는 겨우 승객 서너 명을 태우고 다니는 경우도 드물지 않아 적자노선이 아닌가 하는 부질없는 걱정도 한다. 운전기사 양반은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거의 예외 없이 승객들에게 친절하고 자상한 주의를 준다. “어르신들, 내리실 때는 반드시 버스가 정차하고 난 후에 좌석에서 일어나 천천히 내려야 합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서울의 시내버스에서는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8-21 18:26

[공감신문] 만인이 만인에 대해 공격과 비난의 글을 마구 보낸다. 표현의 자유를 강변하면서 문자폭탄과 악플이 난무하는 시대, 시시비비가 호오와 이해관계에 따라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글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를 생각한다. 글을 제대로 써보지 않아 글 쓰는 일의 어려움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남에게 고통을 주는 악문이나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늘 괴롭다.많은 작가들이 쓴다는 일의 어려움을 자주 말하고 모든 창작에는 엄청난 산고가 따른다고 한다. 옛 문장가들도 글쓰기가 쉽지 않아 의불승필 사무윤차 서지(意不勝筆 詞無倫次 恕之). 뜻이 글을 이기지 못하니 두서없음을 용서하시라는 글을 겸손하게도 편지의 말미에 붙이곤 했다. 또 문필진한(文必秦漢) 시필성당(詩必盛唐)이란 말이 오랜 세월 유행했다. 산문은 반드시 진한 시절의 글을 본받아야 하고, 시는 성당 때의 시인들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가 감동적이고, 금과옥조· 촌철살인을 거듭하는 높은 글을 쓸 수는 없을까. 책 한 권을 읽고 난 후 마치 100권 이상의 책을 한꺼번에 독파한 것 같은 뿌듯함과 만족을 느끼게 하는 책은 없는가. 다만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8-14 14:37

[공감신문] 11일(금)은 말복이다. 여름철 복날을 전후하여 보신탕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해마다 재연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견공 수난시기인 복날을 맞아 ‘이제 그만 잡수시개 vs 우리도 먹고 살개’라는 인상적인 표어를 내건 반대집회 및 찬성시위까지 곳곳에서 벌어져 더욱 눈길을 끌었다.우리나라의 개고기 식용 문제는 해외토픽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하나의 숙제다. 올림픽 등을 전후해서는 외국의 동물보호단체는 물론 유명 여배우까지 나서 개고기 문제를 거론한다. 애완· 반려동물의 수가 이미 천만 마리가 넘고, 급증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는 가운데서도 개고기 식용 문제의 찬반 논란은 더욱 뜨겁다. 따라서 이제는 개고기 식용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에 대한 적절한 기준이나 새로운 입법이 필요해 보이고 현명한 조치가 나올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개고기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단속과 묵인이 오락가락하는 것이 현실이다. 개를 따르자니 사람이 울고, 돈을 따르자니 사랑이 우는 격이다. 한쪽의 이익이 반드시 한 쪽의 손해가 된다는 전형적인 제로섬 게임 양상을 보이는 것이 찬반진영의 현실이다. 또 애호와 혐오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형국이라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8-07 15:08

[공감신문] 집권 5년 동안의 야심적인 100대 국정과제를 확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내세우는 문재인 행정부가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전망과 장래는 그리 밝지 못하고 불투명하다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된다. 과거를 답습하게 될지, 과거와 달리 명실상부하게 그 이름값을 충분히 하게 될지는 차분히 지켜 볼 일이다. 의욕에 차 새로 출범하는 정부들의 네이밍(naming)은 언제나 그럴 듯 했지만 그 결과는 초라했다. 작명은 결코 명실상부하지 못했다. 국민들의 참여를 내세운 참여정부에 국민들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심한 편 가르기를 해 참여보다는 오히려 비참여와 분열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5공화국은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고 집권당의 이름도 민주정의당이었으나 집권 기간 동안 정의사회가 구현되었다거나 민주주의가 꽃 핀 정부였다기보다는 사실상 독재와 부패가 만발한 정권이었다는 평가가 있다.국민성공시대를 내세운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그 정부에서 과연 어떤 국민들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장담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런저런 실패한 국민이 더 많았다는 평가가 대세를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7-31 11:53

[공감신문] 꿈은 짧으나 화려하고 현란하다. 한여름의 열대야가 계속되어 숙면이 어렵고 비몽사몽(非夢似夢), 뒤척이는 밤이 많아지는 시기다. 꿈은 우리 마음이 바라는 잠재의식의 발현이라는 주장도 있다. 꿈은 불가능한 것이 없는 상상의 세계이기도 하다. 꿈속에서 우리는 사나운 운수나 불우한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몽환 비슷한 신기루를 보고 로또 당첨과 같은 행운의 사상누각을 짓는다. 누구에게나 꿈은 하나의 악몽이 아니었다면 평소 바라던 유토피아가 꿈에 나타난 것이 아니었겠나. 그러나 유토피아는 본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 《장자》는 전한다. “득도한 사람은 꿈이 없다. 득도한 사람은 잊는 바가 없이 항상 깨어 있으니 잠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무슨 꿈이 있겠는가.” 알 수 없는 득도의 경지다. 어느 여름날의 밤, 꿈에 평소 호감을 느끼는 여배우나 기생이 나타났다. 아름다운 여인을 희롱하는 유혹에 넘어가 진탕하게 즐기다보니 허망한 꿈이었다. 서포 김만중(1637~1692) 선생의 《구운몽》, 춘원 이광수(1892~1950)의 《꿈》이 비슷한 내용이다. 명작 에는 팔선녀(八仙女)의 화신인 재색을 겸비한 미인들로 가득하다. 진채봉, 계섬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7-25 16:00

[공감신문] 인간의 성정은 경박하고 간사하기도 해서 여름이 되면 겨울이 좋다하고, 겨울이 되면 여름이 더 낫다고 한다.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래도 여름이 겨울보다 살기가 쉽고 이런저런 걱정이 덜하다. 겨울은 가난한 자들에게는 늘 참혹한 처지를 더욱 일깨우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다행히도 지금은 여름이다. 부채를 넘어서서 선풍기, 에어컨에다 시원한 팥빙수나 여름을 이긴다는 삼계탕 등 각종 복중伏中 보양식의 혜택까지 누리면서도 모두가 덥다고 아우성을 친다. 방송에서 일기예보를 전하는 기상캐스터들은 시간마다 폭염과 더위를 강조하고 여름 휴가철 피서를 더욱 부추긴다.쿨(cool)한 여름은 불가능하다고만 여길 것인가. 예나 지금이나 더위를 피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었다. 북새통을 이루는 피서지를 찾는 것이나, 겨울 설산으로 떠나는 먼 여행을 하거나, 죽부인竹夫人을 만나는 것, 또는 독서삼매에 빠지는 것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특히 여름 휴가철이 되면 책을 수십 권 싸들고 피서를 떠난다는 일부 벗들의 경우가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더위를 피한다는 피서避暑가 책으로 피하는 피서避書(?)가 되는 순간이다. 고요한 오지의 아름다운 산수를 책에서도 발견하고 그 정취를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7-17 11:19

[공감신문] 돈은 아주 많으나 사람이 어리석을 경우에 일어난 실화實話다. 혼사를 앞두고 양쪽 집안 부모가 처음 만나는 상견례의 자리. 예비신랑 쪽 아버지는 명문대의 저명한 교수였고, 예비신부 측 아버지는 강남의 땅 부자 출신이었다. 두 집의 아들과 딸은 미국 유학중 만나 사귀다 결혼을 결심하고 한국에 와 양 부모의 허락을 받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간단한 첫 인사가 끝나자마자 딸의 아버지는 말했다. “사돈어른, 제가 강남에 아파트도 수십 채가 있고, 가진 땅도 수십만 평이 넘습니다. 사위가 미국에서 공부를 계속하겠다면 얼마든지 지원할 수도 있고, 한국에 와서 살겠다면 얼마든지 도울 수가 있습니다. 돈 걱정은 이제 안 해도 됩니다. 사위, 자네도 앞으로 돈은 걱정 말게.”자리에 앉자마자 장래 며느리가 될 여성의 아버지의 그 첫마디에 아들 측 부모는 깜작 놀라 할 말을 잊었다. 아들이 좋아한다면 두 애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결혼을 시키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왔으나 보자마자 안하무인격으로 느닷없이 돈 얘기부터 꺼내 몹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무식하고 돈이 많다는 게 그리 나쁜 일도 아니라고 평소 생각해 왔으나 처음 만나 서로 예의를 차리고 조심해야 하는 상견례 자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7-10 12:42

[공감신문] 사는 집 주변의 작은 숲 속과 덤불, 담벼락과 지붕을 오가며 짹짹거리는 작은 참새들이 언제나 반갑고 친근하다. 사철 내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우리 텃새인 참새들은 늘 분주한 모습이지만 특히 만물이 전성기를 누리는 여름을 맞아 더욱 활기찬 모습을 보인다. 야생의 작은 새들은 하루 종일 바쁘게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아야만 살 수가 있다. 약육강식의 자연에서 힘없는 약자인 야생동물들은 그 어느 것이나 포식을 하지는 못하지만 번식력은 높아 개체 수가 많은 것이 특색이다. 충남 논산 출신의 시인 박용래(1925~1980) 선생은 에서 참새를 귀여운 모습으로 그린다. “바람 부는 새떼/아침 열시서 열한시,/가랑잎 몰리듯 몰리는 /골목 안 참새./갸웃갸웃 쪽문 기웃대다/쫑쫑이 집 쫑쫑이/흘린 밥알 쪼으다/지레 놀래/가지 타고 꼭지 달린 /홍시에 재잘거린다.” 임 화(1908~1953) 선생의 에서도 우리는 참새를 볼 수 있다. “겨울날 찬 눈보라가 유리창에 우는 아픈 그 시절/기계 소리에 말려 흩어지는 우리들의 참새 너희들의 콧노래와 /언 눈길을 걷는 발자국 소리와 더불어 가슴속으로 스며드는/청년과 너의 따뜻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7-03 15:58

[공감신문] 6월 21일. 하루 중 낮의 길이가 연중 가장 길고 따라서 밤이 가장 짧은 하지夏至였다. 춘분-하지-추분-동지라는 계절의 어김없는 순행은 우리 인생의 흘러감, 차츰 나이 들어가는 감을 실감케 한다. 한 해의 절반 지점에 위치한 6월이 지나가면, 곧 12월이 오고 또 한 살의 나이를 속절없이 먹을 것이다. 러시아의 빼어난 미문작가美文作家 투르게네프(1818~1883)의 말처럼, 시간은 때로는 새처럼 날아가고 때로는 벌레처럼 기어간다. 잡을 수 없는 세월은 청년에게는 너그럽지만 노년에게는 다소 가혹하게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면서 앞으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나날보다 점차 짧아진다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또 절실하게 깨닫는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잊지 말라.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중세의 수도원 트라피스트의 수사修士들은 노동과 기도, 명상, 침묵을 엄격히 지켰다. 특히 그들은 특히 묵언, 대침묵大沈黙을 최고의 계명誡命으로 지켰으나 ‘메멘토 모리’라는 말을 인사말로 유일하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 수도자들이 할 수 있는, 허락된 단 하나의 말이 바로 ‘죽음을 기억하라’였다는 것은 참으로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6-26 11:18

[공감신문] 여야가 서로 올인 하다시피 대치하는 청문회 정국을 바라보는 심정이 씁쓸하다.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물의에 책임을 지고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하고, 정실인사에 의존한 검증미비와 부실검증을 비판하는 소리도 높다. 한 건件 개가를 올린 야당은 더욱 혹독한 검증을 자신한다. 국회청문회를 둘러싼 여야의 당파싸움도 가히 점입가경, 국론 분열의 치열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당리당략에 따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충성이고 남이 하면 부역인 세상이다. 편을 갈라 싸우는 여야에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도량은 보이지 않고, 이중기준(double standard)의 철저한 이기주의에만 함몰되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물 안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지 않는다. 집권여당은 높은 여론조사 지지도에 고무되어 독주하고 분열된 야당은 무능을 노출한다. 청문회의 논란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일각에서는 느닷없이 청문회 강화 방안이나 무용론도 제기해 더욱 혼란스럽다.장관이라는 현직顯職을 그저 장기판의 졸卒 같은 존재라고 격하하는 견해도 없지 않으나, 가문의 영광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옛날 정승 판서라고 불리던 중책, 장관 자리를 차지하는 일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6-19 18:07

[공감신문] 인생의 길흉화복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로 회자되는 표현이 새옹지마塞翁之馬다. 변방에 사는 어떤 노인(새옹)의 말(馬)이 어느 날 도망을 치자 이웃 주민들이 “아깝다”고 위로를 했으나 노인은 태연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도망쳤던 말이 암말 한 필과 함께 돌아왔다. 그러자 주민들은 축하를 했다. 그러나 노인은 “이게 나쁜 일이 될지도 모른다.”며 기쁜 표정을 하지 않았다. 얼마 후 노인의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낙마해 그만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위로를 하자 노인은 “이게 복이 될지도 모르지.” 라며 평온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이 일어나 동네 젊은이들이 모두 징집되어 전쟁터로 끌려갔으나 다리가 온전치 못한 노인의 아들은 전쟁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이것이 《회남자》에서 전하는 새옹지마란 고사성어의 기원이다.인간만사 새옹지마.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 좋은 일이 되기도 하고 화가 복이 되고 복이 화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우리 사는 복잡한 세상이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너무 연연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교훈이다. 인간의 빈부, 귀천, 출세의 영욕과 성패 또한 이런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6-12 11:54

[공감신문] 현충일(6일)과 6·25전쟁. 6월의 기억은 슬프고 참혹하다. 그 해 여름, 6월의 산하山河는 어두운 핏빛으로 물들었다. 25일 새벽, 분단의 38선을 기습적으로 침략한 북한군의 탱크는 신작로를 가득 채웠고 각종 화기와 대포 등으로 무장한 병사들의 무차별 발포로 포연은 자욱했다. 포탄과 총성이 이어진 3년1개월에 이르는 긴 전쟁 동안 250만 명 이상의 사망자, 1,000만 명 이상의 이산가족이 발생했다. 20세기 역사상 최악의 전쟁 중 하나다.국방색 초라한 군복에 어떤 계급장을 단 그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누군가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사랑하는 남편이었으며, 어떤 아름다운 여인의 연인이었을, 누군가의 동생, 형님이었을 용사勇士들이 죽어갔다. 보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 죽음 앞에서 사랑하는 여인, 남겨질 아들과 딸, 형제들, 누이들, 고향의 늙은 아버지, 애절했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울부짖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남긴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기억한다.-집에 가고 싶어요. 어머니, 보고 싶어요.-나도 전쟁이 싫고 죽음이 두렵소.-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오.-당신을 사랑했소. 울지 마시오.-전쟁이 끝나면 꼭 다시 돌아오겠소.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6-05 14:42

[공감신문] 충남홍성군서부면 궁리포구.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덕분에 더욱 한적하고 평화로운 정취를 보이는 작은 어촌이다. 서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넉넉한 갯벌은 눈앞 저 너머에 수 백m에 이르도록 길게 펼쳐져 있다. 갯벌은 짙어서 한 폭의 잘 그린 유화를 보는듯한 매력적인 풍경화를 방불케 한다.작품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의 바다에 대한 상념은 그의 뛰어난 그림들과 마찬가지로 충격적이고 심해深海처럼 깊고 놀랍다. “여기 해변에서 나는 나 자신, 내 삶의 이미지를 발견한 느낌이다. 해초의 기이한 냄새를 맡으면서 나는 그 여자를 떠올린다...짙푸른 바닷물에서는 그 여자의 눈빛을 본다...삶은 대기의 투명한 빛을 반사하는 조용한 수면과 같다. 수면 아래 깊은 곳은 질척이는 진흙이 있고 기어 다니는 생명체가 있는 죽음과 닮았다. 바다와 나는 서로를 이해한다. 아마 바다만큼 나를 잘 이해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해변이나 포구에서 바다와 갯벌을 만난다. 다소 탁한 느낌의 생선 비린내까지도 크게 반갑다. 초여름 바다는 내내 상쾌하고, 긴 해안도로는 그 먼 끝이 보이지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5-29 13:43

[공감신문] 새 정부의 역사적인 출범을 맞아 적폐의 청산 등 개혁 드라이브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시국이다. 개혁의 성공을 추진하는 새 정권의 의욕과 자신감이 넘치는 가운데 국민 통합과 인사의 탕평을 크게 부르짖는다. 자화자찬 격의 용비어천가도 어느 시기까지는 요란한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개혁의 동력은 결국 국민 다수의 확고한 지지와 폭넓은 응원에서 준비되고 나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우리 사회가 개혁되어야 할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정치, 검찰, 재벌, 국회, 공직문화 등에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광화문과 전국적인 촛불시위에서도 충분히 표출되었다. 개혁의 과제는 많으나 과연 새로운 정부가 착실한 준비를 했거나 충분한 역량을 가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우리는 탄핵 사태 이후 오늘의 대통령 선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개국을 했거나 전쟁을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새 정부가 짧은 시기에 천지개벽을 하거나, 너무 많은 것을 순간적으로 또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다. 또한 개혁에 대한 너무 높은 요구 수준과 의욕의 과잉은 경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일부에서는

김창호의 탕탕척척 | 김창호 칼럼 | 2017-05-22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