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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정환선 칼럼니스트=창덕궁 낙선재 뒤편 화계에는 장인의 멋진 솜씨가 멋들어지게 발휘된 굴뚝이 있다. 전돌과 회반죽을 이용하여 ‘만세수’를 누리라는 바램의 “수만세”(壽萬歲)” 무늬글자를 새겨 놓아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수(壽)'자의 가운데를 잘 살펴보면 '卍'자 두 개를 발견할 수 있다. 좋고 반갑고. 경사스러운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상서로운 뜻을 가진 길상(吉祥)과 만수(萬壽)를 누리기를 간절히 소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어가기 시작하고 병들어가며 끝내는 죽음으로 달려가야만 하는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아프지 않고 오래 살아갈 수 있는 무병장수(無病長壽)의 길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 모두의 관심 사항이다.조선에서 왕들의 평균 수명은 약 47.3세 왕비 수명은 49.5세로 비교적 수명이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악한 의료 환경과 발전되지 않은 의료과학기술, 운동 부족, 만기친람(萬機親覽)에 의한 피로 누적에 의한 스트레스 등을 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48세까지 살았던 '정조&#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니스트 | 2019-08-16 10:23

[공감신문] 정환선 칼럼니스트=서울에서 자연 녹지대가 오래도록 잘 보존되고 관리되고 있는 곳으로 부암동의 ‘백사실 계곡’과 창덕궁의 ‘후원’을 꼽을 수 있다. 양서류와 파충류 이끼류 등 다양한 동·식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서울 도심에 산소와 녹음 그리고 시민들에게는 휴식공간 활용의 장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단어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면서 언어유희를 즐기기도 한다. 꽃제비와 제비꽃 두 단어는 꽃과 제비라는 배치순서가 바뀜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져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제비꽃’ 단어처럼 좋은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가 하면, ‘꽃제비’는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 일정한 거주지 없이 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어린아이들을 이르는 말이어선지 별로 달갑지 않은 단어다. “창덕(昌德)”이라는 단어는 순조 임금이 “창덕궁명병서”에서 ‘덕의 근본을 밝혀 창성하라’는 뜻이라고 밝히고 있다. 덕에 힘쓰면 국운이 길고, 국운이 길려면 오직 덕에 맞아야 한다. 큰 덕은 반드시 오래가며, 그 영향이 만방에 미칠 것이라고 하여 매우 친근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창덕궁에는 다양한 식생들이 분포하고 있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니스트 | 2019-05-14 18:00

[공감신문] 정환선 칼럼니스트=화사한 봄이 돌아오면 궁궐에는 겨우내 숨죽인 나무와 꽃들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다. ‘매화(梅花)’는 ‘화괴’라고 불려지기도 하며 차가운 기운이 맴도는 초봄 변덕스런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꽃을 피운다. 꽃말은 “고결한 마음”으로 이른 봄 매화가 필동말동하는 아름다운 꽃잔치에 설레이는 여심을 초대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매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고구려 시대로 보고 있다. 옛 선비들은 난초·국화·대나무와 더불어 ‘매화’를 사군자로 치면서 시·서·화 소재로 이용함에 주저하지 않았다. 매화나무는 매실 수확을 목적으로 하는 실매(實梅)와 꽃을 보기 위한 목적의 화매(花梅)가 있으며 매실나무 또는 매화나무라고 한다. 하얀 꽃이 피면 ‘백매’, 붉은 꽃이 피면 ‘홍매’라 한다. 꽃은 기본적인 ‘홑꽃’과 ‘겹꽃’ 종류가 있다. 잎이 5개보다 많은 것은 만첩흰매화, 만첩홍매화로 구분하기도 한다. 매실이 익을 무렵에는 여름철 장마 기간이어서 장마를 매우(梅雨) 또는 매림(梅霖)이라고 하였다. 궁궐에서는 임금님의 대변을 ‘매화’ 소변을 ‘매우’ 임금님의 이동식 변기를 ‘매화틀’이라고 하였다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니스트 | 2019-03-07 17:48

[공감신문] 정환선 칼럼니스트=무술년 한해 화려한 이목구비를 뽐내던 존덕정 옆 샛노란 은행나무 이파리가 존덕지로의 마지막 비행을 하면서 창덕궁 겨울 서정은 시작된다.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 솔부엉이가 여름내 새끼들을 품어 키워냈던 벌거숭이 회화나무 구멍 속 둥지의 보금자리는 주인이 떠난 지 이미 오래다. 전각과 후원의 나무와 식물들이 맹추위에 잠시 숨을 죽이고 있다. 낙선재는 휑하니 겨울 삭풍에 온기가 사라져 버린 지 오래고, 사람들 손을 타지 않고 남겨진 서리맞은 새빨간 홍시는 몸뚱이를 배고픈 겨울새들에게 까치밥으로 내어주고 있다. 궁궐을 관람하는 사람들은 어느 시기에 궁궐에 오면 제일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궁궐은 계절별로 아름다운 경치의 특징을 갖고 있어 어느 때든지 좋다. 봄에는 성정각 자시문 앞 만첩홍매화, 낙선재 승화루 뒤편 수령이 150∼200년 돌배나무의 화사한 꽃잔치, 여름에는 전각 위로 쏟아지는 비가 기와를 타고 흘러 떨어지는 물소리, 관람지와 존덕정 주위의 가을 단풍들의 향연, 낙선재 앞 찬서리에 농익어 빨갛게 고운 자태를 들어내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연시 등등이 전각들과 어울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니스트 | 2019-01-30 16:11

[공감신문] 2004년부터 유네스코의 이념 가치에 맞는 세계사적 사건이나 위인의 기념일을 ‘유네스코 관련 기념일’로 선정하여 지구촌이 함께 그를 기리게 된다. 유네스코는 조선의 실학자로 알려진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삶과 업적을 인정하여 2012년 다산 탄신 250주년을 ‘유네스코 관련 기념일’로 선정하였다. 다산은 1762(영조38)년에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임오화변’이 일어난 해에 태어났다. 15세에 결혼하여 서울 명례방(지금의 명동)에서 살았다. 1783년 22세에 대과와 달리 바로 벼슬이 주어지지 않는 명예직이자 가문의 영광이라는 소과의 진사과에 입격한다. 27세에는 성균관에서 실시하는 과거시험인 ‘반제’에 합격한 후 희정당에서 정조를 직접 뵙는다.‘성정각’은 과거에 합격하지 않은 성균관 학생 다산이 반제에 수석 합격한 답안의 시를 낭송하고 정조로부터 칭찬과 선물을 받기도 한 곳이다. 이미 여러 차례 선물을 받아 이제는 줄 것이 없자 ‘중희당’으로 불러들여 커다란 사발에 ‘계성주’를 가득 부어 몹시 취하여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마시게 하여 빈청에서 쉬어야만 하는 일도 있었다. 정조의 무취불귀(無醉不歸) 술에 취하지 않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 | 2018-12-13 16:43

[공감신문] 창덕궁 전각 지붕에는 관람객들의 이목을 끄는 용마루와 용마루 장식이 있다. 특히, 대조전과 인정전의 지붕에는 용마루가 있다느니 없다느니 관심을 보이면서 입방아에 올린다.대조전 지붕에는 용마루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붕 마루 등에 적새(=암키와를 차곡차곡 쌓는 것) 후 양성(兩城) 처리한 장식 부분이 없으니 용마루가 없다고 한다. 한옥 건물은 자체적으로 멋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위하여 지붕 위 용마루에 용마루 장식이나 잡상, 망와와 같은 여러 가지 장식을 한다. 용마루의 주된 기능은 본래 누수 방지가 주목적이며 그위에 여러 가지 장식을 한다. 용마루 장식을 하는 방식에는 곡와(=굽은 기와)를 용마루 등위에 줄지어 덮는 방법, 용마루 위에 암키와를 차곡차곡 쌓고 그 위에 수키와를 올린 후 지붕 마루 등의 양쪽에 강회와 백토를 섞어 만든 회반죽을 발라 장식하는 방법, 초가의 경우 짚으로 길게 틀어 엮은 이엉인 용마름으로 용마루를 덮어 마무리하는 방법 등이 있다. 대조전은 왕비와 궁녀들이 서정적이면서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사용하는 공간으로 용마루 장식을 하지 않는 대신 ‘곡와’로 단순 처리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은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 | 2018-10-01 11:58

[공감신문] 궁궐에서 살아가는 임금이나 궁인들의 은밀한 사생활 이야기를 한다는 자체가 쑥스럽다. 예로부터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아갈 수 있는 세가지 조건으로 잘먹고, 잘자고, 배설을 잘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 점에 대해서 임금이나 궁궐에 살았던 사람들 모두가 예외일 수가 없다. 특히, 배설의 문제는 쉬이 드러내 놓고 처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지금의 화장실(化粧室) 개념은 대소변을 배설하고 손을 씻거나 화장 따위를 고칠 수 있다. 재래식인 저장식(속칭 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자라난 세대들에게는 한여름 폭염에 분뇨 항아리에서 올라와 뒷간 주위를 감싸는 쾌쾌한 암모니아와 나프탈렌 냄새의 추억을 기억 속에서 쉬이 지우기가 어렵다. 임금과 궁궐 안에 살았던 사람들은 쾌변을 위한 은밀한 공간을 어떻게 만들었고 뒤처리를 하였을까? 궁궐에서의 배설물 뒤처리를 위하여 왕과 왕비가 거주하는 내전에는 측간이 없다. 이곳에서는 임금 전용 이동용 화장실 매화틀을 사용하였다. 제국 말기의 ‘김명길 상궁’에 의하면 창덕궁에서 매우틀은 선정전, 대조전의 흥복헌, 동온돌 등에 하나씩 있었다고 하였다. 현재는 창덕궁 경훈각 함실 아궁이 위쪽 좌측에 매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 | 2018-08-13 10:51

[공감신문] 고양시 서삼릉 미공개 태실군(胎室群)에 창덕궁 후원에서 옮겨온 ‘태실(胎室: 항아리에 태를 담아 묻은 곳)’이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고 관심이 갔다. 어떤 이유로 지엄한 궁궐 후원에 태실이 있었을까?태(胎)는 잉태한 어머니 몸과 아이 사이에 연결된 태반이나 탯줄 등의 조직을 일컫는다. 민가에서 아이들이 태어나면 태를 손 없는 날 짚과 왕겨를 쌓아 놓고 태운 후 강물에 버리거나 산에 가지고 가서 묻었다. 조선왕실은 왕권의 안정과 나라 번영을 기원하고 태어난 아기씨 앞날의 건강과 장수, 복을 받는다고 믿어 전국의 명당을 찾아 태실을 만들었다. 아기씨가 태어나면 길한 날을 택하여 ‘태’를 물로 백번 정도 깨끗이 씻은 후 독한 술로 잘 갈무리한 후 안쪽항아리 바닥에 동전 한 닢 깔고 그 위에 태를 올려놓은 후 남색 비단으로 항아리를 덮었다. 그리고 바깥쪽의 항아리를 빨간 끈으로 동여매어 보관하였다가 명당자리에 묻은 것을 '태실' 또는 '태봉'이라고 한다. 훗날 태실의 주인이 왕위에 오르면 왕의 위엄을 보이기 위하여 돌난간을 비롯한 석물을 더 많이 설치하고 “주상전하” 가봉비(加封碑)를 세우는 가봉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 | 2018-07-04 10:08

[공감신문] 2018년 6월 7일 창덕궁 후원 청의정 논에서 농촌진흥청과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가 공동으로 친경례 전통을 잇는 모심기 행사가 있었다. 2011년부터 창덕궁 직원들 중심의 미미한 수준 행사였다. 이날 행사는 궁궐 밖 원서동 주민과 유치원 학생, 옥류천을 찾은 관람객들이 함께하는 행사였다. 한쪽에서는 떡메치기, 달걀 꾸러미 만들기와 같은 전통체험행사와 쌀로 만든 음식 시식회 등도 함께 이루어졌다. 세종은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다. 농사짓는 일은 의식(衣食)의 근원이고 왕정(王政)에서 앞서 해야 할 바이다”라고 하며 농업을 나라의 근간으로 삼는 중농정책을 펼쳤다. 조선은 임금이 백성에게 권농하는 뜻으로 지금의 제기동에서부터 전농동 일대에 조성한 논인 ‘적전’에 나아가 친히 쟁기를 잡고 농사 시범을 보였다. 궁궐에서 유일한 초가지붕 정자 주위에 논을 만들고 조촐한 친경례 행사를 한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뜻깊은 일이다. 모내기 행사는 농사의 중요성을 알리고 친경례의 전통을 상징적으로 재현한다는 의미가 있다. 가을에는 추수 행사를 하고 여기서 나온 볏짚과 모자란 볏짚을 사들여 이엉을 엮어 올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 | 2018-06-11 09:57

[공감신문] 궁궐에는 외부로부터 침입해오는 나쁜 기운을 막고, 복되고 좋은 일이 많이 있으라는 상징적 의미의 ‘서수’들이 있다. 돌 거북이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꼭꼭 숨어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서수 중에 하나다. 궁궐 여기저기 관람하다 보면 궁궐을 노니는 거북이 흔적과, 이와 관련된 이야깃거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거북이는 금천교 북쪽 중앙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면 있다. 좌대에 무덤덤하게 웅크리고 앉아 북쪽 금천을 바라보고 있는 북현무에 해당하는 돌 거북이다. 등에 선명한 귀갑무늬가 새겨진 거북이는 청정무사의 귀신 얼굴과 함께 물길을 따라 들어오는 모든 악귀와 나쁜 기운들을 잡아내기에 충분하다. ‘예기’에서 “현무의 정체는 거북이다”라 하였다. 사람들은 현무를 벽사 기능을 가진 신령한 거북이로 받아들였다. 고구려 무용총에 그려진 사신도 중 북쪽을 지키는 현무도 이와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부용정과 애련지의 정자 기둥에는 널빤지에 글씨를 써서 붙인 주련이 있다. 부용정 주련에는 “귀희어유추수리(龜戱魚遊秋水裏)”, 가을의 부용지 안에서 거북이가 물고기와 유유자적하게 헤엄치며 노니는 광경을 표현하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 | 2018-04-23 11:08

[공감신문] 창덕궁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 3월 하순의 관람지에는 봄소식을 알리는 보춘화(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꽃)인 생강나무의 노란 꽃이 살짝 내리는 봄비와 잘 어울려 지나치는 관람객들을 방긋 미소로 유혹한다. 년 6월 13일 수요일에는 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 단체의 장을 선출하는 전국 동시 지방 선거가 실시된다. 대통령을 비롯한 나라의 리더들은 국가의 대사가 있을 때면 현충원을 찾아 참배한다. 조선에서는 국가의 중차대한 일이 있을 경우 왕과 대신들이 사직과 종묘 그리고 선원전을 찾아 제사 형식의 참배를 드렸다. 영조 임금은 어려서 매우 영특하였던 세자에게 사랑을 듬뿍 주었다. 하지만, 세자가 질병이 생겨 천성을 잃어버리고 세자의 본분을 지키지 않았다. 이에 세자를 폐하기로 결심하고 선왕이신 숙종의 어진이 모셔진 창덕궁 선원전(璿源殿)에 세자의 일을 알리고 재가를 받고자 전배하러 경희궁을 출궁했다.영조는 선원전에 들어가는 경우 기분이 좋은 날에는 만안문을 기분이 안 좋으면 경화문으로 들어가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왕이 경화문으로 납시었다는 소식에 세자빈 혜경궁 홍씨는 불길한 예감을 어찌할 수 없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 | 2018-04-02 11:21

[공감신문] 대한민국의 청와대(靑瓦臺)와 조선의 창덕궁 선정전(宣政殿)은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이나 임금이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공간이 있는 건물로 지붕이 공통적으로 청기와다. 청기와는 점토로 기와 형태를 빚은 후 염초로 만든 유약을 발라 푸른 빛깔이 나도록 구운 것이다. 조선 성종과 광해군 시대에 청기와를 만드는 데에 사용된 푸른색 물감 안료인 회회청(回回靑)은 아라비아(주로 이란 지역)에서 중국을 통해 수입해 금(金)보다 더 비싼 귀한 물건이었다. 때문에 궁궐에서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였다. 태종 때 권방위라는 관리는 태상전(太上殿)에서 쓰는 청기와를 훔쳐 팔아먹으려다 들켜 먼 지방으로 귀양을 갔을 정도다. 동궐도에는 1647년(인조 25년) 창덕궁의 중건 때 인경궁의 정전과 편전을 옮겨 지은 징광루와 선정전(宣政殿)에 청기와가 있지만 현재는 선정전에만 남아 있다. 선정전은 주로 임금이 신하들과 나랏일을 의논하고, 학문을 토론(경연)하며, 이웃나라 사신을 만나는 등의 일상적인 업무처리를 위해 집무 공간(편전)으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창건 당시에는 ‘조계청’이라 불렀었다. 세조7년(1461년)에 ‘정치는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 | 2018-02-05 15:04

[공감신문] 좋은 일이 나타날 조짐이 있을 때 내리는 눈을 서설(瑞雪)이라고 한다. 2018년 시작과 함께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남북대화가 시작되고 있다. 추운 겨울, 세계 많은 사람들이 즐길만한 구경거리인 '올림픽'이 우리나라 평창에서 열린다. 이번 겨울은 함박눈이 자주 내릴 것으로 보아 올림픽과 궁궐 구경이 제격일 것으로 전망된다. 각 경기장에서 펼쳐질 경기와 궁궐의 경치는 쌓인 눈과 잘 어우러지며 아름다움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겨울 맹추위가 오면 많은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방에만 처박혀있는 방콕족이 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맹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 내리는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일 년에 어쩌다 한번 마주치는 궁궐의 함박눈은 자연과 전각과 눈의 만남으로 환상적인 절경을 만들어 낸다. 맹추위와 눈이 쏟아지는 어느 해였던가 보다. 관람객들이 없으리라는 예단을 깨버리고 관람객들로 북적거린 기분 좋은 함박눈이 쏟아지는 절경의 기억은 지금도 나의 뇌리에 지울 수 없는 추억거리로 각인되어 있다. 눈 예보에 궁궐에서 오랜 기간 지울 수 없는 추억의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고자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 | 2018-01-09 15:35

[공감신문] 예전 우리가 살던 고향 마을! 그곳에 들어서면 어귀에서 집 앞까지 비포장 S자모양의 굽은 길에 장승, 서낭당, 작은 돌다리, 실개천 등이 있어 포근함과 아늑함으로 늘 편안했다. 우리 조상들은 궁궐, 왕릉, 서원, 향교, 마을 입구의 길목에 실개천을 가로질러 돌다리를 놓았다.궁궐은 외부 침입자나 각종 질병, 악한 귀신, 나쁜 기운의 유입을 사전에 차단해 궁궐과 그곳에 사는 이들의 안전을 지키고자 상징적인 아이언 돔(Iron Dome) 형태의 방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늘로부터 들어오는 악한 것들은 지붕의 처마마루 끝자락에 위치한 삼장법사, 손오공 등의 ‘잡상’과 용마루 양쪽 끝머리에 얹는 기와인 ‘망와’로, 지상과 물길을 따라 들어오는 악한 것들은 금천교(禁川橋)에 각종 서수(瑞獸)를 배치해 설치한 상징적인 검문소로 차단하고 있다. 금천교는 풍수적인 명당수와 궁궐로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십자로다. 이 다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속적인 세상과 신성한 영역인 천상의 세계를, 궁궐의 안과 밖을 경계 지으며 백성과 임금을 연결해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임금을 만나러 들어감에 있어 먼저 맑고 깨끗하게 흐르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 | 2017-12-14 14:28

[공감신문] 가을서리 내리기 시작할 즈음의 궁궐은 서울 도심에서도 제대로 된 가을단풍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창덕궁 후원에는 160여종의 다양한 나무들이 있으며 이 가운데 70여종이 300년 이상 된 고목이다. 후원 단풍은 후원 입구 함양문에서 부터 화려함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사람들은 어딘가에 자신들의 삶의 흔적을 그림이나 글 등으로 남기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갖고 살아간다. 선사시대 한반도에 살았던 인류는 바위에 여러 종류의 동물과 인간, 그리고 다양한 기하하적 문양을 새겨놓았다. 국보로 잘 알려진 울산광역시 태화강가 절벽의 암각화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이러한 욕망은 후원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암각서(巖刻書)”는 바위에 새긴 글씨로 문인들이나 학자들에 의해 쓰여 진 것이 대부분이다. 후원에는 정자 편액이나 시문에 관련된 글씨를 자연스럽게 암각 할 수 있는 단단한 화강암 계통의 너럭바위와 절벽이 몇 군데 있다. ‘옥류천’(玉流川)과 ‘빙천(氷泉)’, 신선원전 구역의 단단한 바위들이다.인조 14년(1636)에 조성된 ‘옥류천’ 일원은 후원에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곳으로 관람지에서 깔딱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하는 곳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 | 2017-11-07 11:11

[공감신문] 자연 친화적으로 잘 만들어진 궁궐 전각과의 만남은 어머니 품속과 같이 포근하고 아늑하여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궁궐 건축의 아름다움은 전각들의 화려한 꽃인 ‘합각’이 함께 어우러져 연출해내는 미적인 조화로움에 있다. 비 개인 후 여러 가지 모양의 합각이 있는 지붕들이 안개를 헤집고 솟구쳐 마치 꿈틀거리는 용처럼 긴 호흡을 내놓는 장면은 한 폭의 동양화이자 천상의 모습이다. 이런 ‘합각’을 가진 전각들을 궁궐 담장 밖에서 들어다보면 그야말로 환상적이어서 절로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오른다. 궁궐 관람객 대부분은 궁궐 전각의 전면만 관람하고 쉬이 스쳐 지나가버려 궁궐의 진면목을 놓치기 쉽다. 제대로 된 관람은 느림의 미학으로 전각 앞을 지날 적마다 잠깐 멈춰 서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궁금한 점을 풀고 지나가는 것이 좋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려면 눈의 시선을 전각 옆면의 지붕 위쪽으로 올려보면 전각의 꽃인 아름다운 ‘합각’을 쉽게 찾아 감상 할 수 있다.‘합각’(合閣)은 “팔작지붕 측면에 팔자(八字) 모양을 이룬 모든 부분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어떤 이는 ‘팔작지붕 측면에 비바람의 들이침을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 | 2017-10-26 16:28

[공감신문] 언제나 밝고 아름다운 덕이 넘쳐나는 창덕궁은 가을이 오면 평소보다 더욱 많은 인파로 시끌벅적거린다. 이러한 틈바구니 속에서 해설을 하다보면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들이 가장 많은 질문들을 주저리주저리 쏟아 낸다. 해설 장소로 이동하는 도중 건물 중앙 처마 밑에 걸린 편액을 손끝으로 가리키며 무슨 글자냐 하고 질문공세 시작이다. 궁궐 관람의 시작은 초입 광장의 기와지붕 추녀 아래 이름표인 편액 붙은 커다란 대문 앞에서부터 시작된다. 때문에 궁궐 관람은 건물의 이름과 특징 사용용도를 잘 표현하고 있는 편액의 글자와 의미를 먼저 알아보는 것이 많은 도움을 준다. 고궁의 가을 향기가 뿜어 나오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편액을 따라 걷다보면 궁궐관람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현판(懸板)은 ‘글씨를 쓴 널빤지[板]를 걸었다[懸]’는 뜻이다. 글씨나 그림을 널빤지나 종이, 비단 등에 새기거나 써서 벽이나 기둥 등에 거는 액자 종류 등을 말한다. 주련, 게판, 상량문, 편액, 등등이 여기에 속한다. 주련은 대련이나 명구를 쓰거나 새겨서 기둥에 거는 것. 게판은 알림사항 등을 적어 게시한 것. 편액(扁額)의 ‘편’은 글씨를 쓴다는 뜻이며 ‘액’은 건물 앞부분 높은 곳을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 | 2017-09-18 15:56

[공감신문] 매년 이때쯤 8월의 끝자락이 오면 더위도 한풀 꺾이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창덕궁 8월 마지막 주 입궐 해설을 위하여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일제가 대한제국을 식민지화하고 영속적으로 통치하고자 시도했던 각종 술수와 음모의 현장, 궁궐을 무차별적으로 훼손하였던 야만스러운 행동들로 가득 찬 현장들이 곳곳에 보인다. 1910년 일제는 대한제국을 병탄한 후 식민지배 통치를 하고자 조선 총독부를 설치하였다. 궁궐에는 왕실을 철저히 감시하고 탄압할 목적으로 아래 평면도와 같이 지금의 금호문 궁장을 헐고 문밖 주차장에 창덕궁 경찰서를, 금천교 북쪽 내각입구 쪽과 승화루(소주합루)에는 경찰지서를 설치 및 운영하였다. 일제강점기하에서 수난을 많이 겪은 곳 중 하나가 인정전이다. 1907년 고종황제가 강제 퇴위 당하고 순종이 황제에 즉위한 후 경운궁(덕수궁)에서 창덕궁으로 이어(移御)하게 된다. 1908년 인정전은 일본인 건축가들에 의하여 대대적으로 개축된다. 현대화도 좋지만 한옥 본래의 전통적인 정전 내부모습과 인정전의 당가가 사라지고 서양식 가구와 실내장식, 전기시설이 설치되어있다.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 | 2017-08-24 10:57

[공감신문] 금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에서 이전에 살고 있었던 5마리의 진돗개는 자리를 비워 주고 떠나고 이제는 새로운 식구 떠돌이 잡종 개 ‘토리’를 맞이하였다고 각종 매스컴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최고의 통치자들이 살았던 공간에는 반려동물들이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궁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동물들을 귀히 여기고 존중과 배려 할 줄 아는 덕이 많으신 임금님을 만나야 팔자를 쭉 펴고 마음 편하게 살아 갈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더운 삼복지절을 견디어내야 하는 개들 역시 주인 잘 만나야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의 창덕궁에는 임금님이 살고 있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많은 동물들이 저마다 영역을 차지하고서 왕 노릇을 하려고 한다.창덕궁 내부가 궁금하여 신선원전 궁장을 넘어 들어온 멧돼지는 불행이도 죽음을 맞이하여야 했다. 너구리 가족은 여전히 종묘와 창경궁 궁문과 여러 틈바구니 사이를 오가면서 대낮에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타나 이리 저리 어슬렁거리며 나타나 관람객들이 그곳으로 모두 몰려가 사진을 찍고 함성을 지르는 바람에 해설에 방해를 받은 적도 있다. 어느 날인가는 궁에서 기르지

정환선의 궁궐이야기 | 정환선 칼럼 | 2017-08-16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