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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신(Peter Shin) 칼럼니스트] '기쿠지로의 여름' 이라는 제목의 기타니 다케시 감독의 동화같은 영화가 있다. 기타니 다케시는 잘 알려진 냉혈적이고 다소 엽기적 캐릭터의 일본 배우 인데 그가 한물간 건달 역할로 나오는 이 영화에선 어른의 눈으로 보는 기쿠지로란 아이가 그려지고 그 얼간이 같은 건달 어른은 어떻게든 아이의 눈 높이에 맞추려 자신을 낮추며 비워 나간다. 엊그제 감상한 또 다른 일본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 은 요즘 일본을 대표하는 신세대 감독 고레이다 히로가츠 가 그려가는 아이들의 생각과 모습들이 너무나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이 영화에서는 아이들의 눈높이가 어른들 생각처럼 그렇게 낮거나 미성숙적이지 않다. 아이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어른들이 오히려 아이들보다 철없고 무책임 하며 좁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내 마음 속에서만 상영된 '아들과 함께 한 여름 2016' 이라는 나만의 도큐멘타리를 통해 난 내 아들과 나 스스로에게 뭘 남기고 싶었을까.. 벌써 스물한살이나 되어버린 아들이지만, 난 녀석의 어린 시절로 눈 높이를 낮추려고 했을 것이고, 아빠 보다 더 커지고 힘이 세지고

피터신 느리게 걷기 | 피터신 칼럼 | 2017-02-02 11:05

[피터신(Peter Shin) 칼럼니스트] 방금 일어난 일들에 대한 기억이 자꾸 사라진다. 그저께는 언제나 벨트에 차고 다니던 수십개의 각종 열쇠가 달린 호텔의 열쇠 뭉치를 잃어버려 하루 종일 탐정 놀이를 했었다. 아침에 은행에 다녀온 다음 차를 주차시킨 직후까지 내게 존재했던 열쇠 꾸러미가 감쪽같이 사라진 후, 그날의 모든 행위들을 모두 되짚어가며 찾고 또 찾고 결국 어둠이 내린 밤까지 계속되었는데 결국 밤 열한시가 넘어 호텔을 마감하며 레스토랑의 키친을 정리하면서 해동을 위해 꺼내 놓은 1.5kg 치킨 윙 포대자루 밑에서 발견되었다. 노화에 의한 생리적 현상은 이제 매일 매일 벌어지는 친구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노안에 의해 가까운 글씨들이 잘 보이지 않아 안경은 눈앞에 있기보다는 머리위에 걸쳐지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지금 내가 뭘 가지러 이곳에 왔는지가 생각이 나질 않아 연역적, 추론적, 가정적 방법을 동원해 겨우 알아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또 엊그제 처럼 중요 물건들을 어디다 뒀는지를 까맣게 잊어버리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short-term memory 의 access 가 잘 되지 않는 현상은 노화의 대표적 증상일 것인데, 서글

피터신 느리게 걷기 | 피터신 칼럼 | 2017-01-16 12:00

[피터신 칼럼니스트] 이 글은 오래전 딸아이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었던 당시 작성했던 것이다. 토론토에 도착하고 나서 두 달이 채 안된 지난 어느 겨울날. 북극의 블리져드(blizzard)가 너무나 멋지게 몰아치고 있었다. 눈보라 가운데 너무나 아름다운 상아탑의 실루엣을 그윽하게 보여주었던 저 뒷 건물은 나중에 알고 보니 토론토 대학의 Art & Science 학부 건물 이었다. 설립된 지 200년이 넘어가는 이 아름다운 캠퍼스에 눈이 쌓이는 모습은 정말 예뻤다. 난 이곳 넓은 토론토 대학 교정을 돌아보며 그 장중하면서도 발랄한 정취에 취하고 공대 건물에 들러서 곳곳에 나붙어 있던 아카데믹한 향취에 또 설레었었다. 강의실 복도에 붙어 있던 발표 자료들은 학부 고학년, 아님 석사 과정 학생들의 프로젝트 발표 자료 등이었던 것 같은데 그 내용들을 보고 있으니 학창 시절의 설렘이 기분 좋게 밀려 왔었다.엔지니어링 과 사이언스.. 참 비슷할 것 같지만 많이 다른 학문 분야다. 사이언스의 기본적 토대 위에 공학이라는 학문이 지어지고 있는 것이지만 그 학문적 내용은 물론, 어프로치 하는 자세, 사람들의 성향, 그리고 사회에서 쓰임새는 확연

피터신 느리게 걷기 | 피터신 칼럼 | 2017-01-02 16:14

[공감신문=피터신(Peter Shin) 칼럼니스트] 태초의 神 캐이오스, 카오스(Chaos)란 이름은 동양으로 넘어와 혼돈(混沌)이라는 매력적 신화속 존재로 매치된다. 얼굴에 눈, 코, 귀, 입이 없었던, 그래서 인위성이 없고 항상 중립적이었던 가운데 나라 임금 혼돈은 남쪽 임금과 북쪽 임금이 선물이랍시고 얼굴에 뚫어준 일곱개의 구멍이 뚫리는 칠일 째 죽고 만다. 혼돈은 죽고 대신 남북의 우두머리들에 의해 천지가 창조된다. 뭐 이런 이야기가 장자에 나온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LG의 카오스 세탁기는 나름 카오스 이론을 적용해 강한 세탁력과 빨래의 엉김을 줄여 단숨에 마킷 1위 자리에 등극하기도 했다. 세탁기의 주 회전봉 주변에 랜덤하기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세탁기내 물살의 흐름 조건을 제멋대로 바꿔주는 작은 물체를 설치했던 것이다. 이론이 다루는 무한한 복잡도를 가진 시스템에 비하면 혼돈 이론이 가지는 정의 자체는 명쾌하고 단순하다. 시스템의 초기 조건이 아주 미미 하게 바뀌기만 해도 그로 인한 시간이 지남에 따른 변화는 엄청나게 커지는 시스템이자 랜덤한 노이즈 처럼 보이는 단기간의 데이타들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반복적인 패턴을 가지는 시스템이다.

피터신 느리게 걷기 | 피터신 칼럼 | 2016-12-30 11:41

[공감신문=피터 신(Peter Shin) 칼럼니스트] 지구상의 빵공장 이라 일컬어지는 북미 대륙의 대평원(The Prairie) 곡창지대에 살고 있는 나지만, 전후 좌우 지평선만 보이는 거대한 대지의 어느 곳에서도 발목 정도 깊이의 논물이 살랑대며 익어가는 벼가 넘실대던 한국에서의 정겨운 농촌 풍경은 찾아 볼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검고 비옥한 이 들판엔 수억이 넘는 몬스터 트랙터와 컴바인들만이 간혹 눈이 보일 뿐이고, 농부라 해봐야 그 비현실적 모양새의 기계들을 다루는 미케닉들에 다름 아니다. 이곳의 쌀은 주로 동남아 등지에서 수입된 것이라 한국의 쌀처럼 쫀득하지 않다. 이젠 입맛도 바뀌어 그런데로 먹을만 하지만, 가끔 아내가 좋아하는 한국 쌀로 밥을 해 먹을때는 아.. 우리의 밥이 이렇게 다르고 맛있구나.. 하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벌써 나이가 50 중반을 넘고 있는 우리 세대에서 김이 무럭 무럭나는 정성스런 밥에 대한 추억은 참 많을 것이다. 어렸을적 나라 전체에 쌀이 궁해 원조 받은 옥수수 가루와 밀가루로 대신했고, 그 수제비 시대를 지나, 보리와 콩등을 섞어 잡곡의 시대도 거쳤는데, 건강상, 입맛상의 이유가 아닌 단지 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러

피터신 느리게 걷기 | 피터신 칼럼 | 2016-12-29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