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D 동결’ 첫 언급...‘단계적 로드맵’ 합의 징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1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주 베트남 미국대사관 방문을 마친 뒤 숙소인 뒤 파르크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2차 북미정상회담을 5일 앞두고 윤곽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실무협상이 시작되는 21일(현지시간) ‘핵 동결’이 언급되면서 협상의 방향성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전날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실무협상을 시작했다. 이들은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고, 실제 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한다.

실무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미국으로부터 다양한 발언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북미 협상에 정통한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회담 관련 전화 브리핑에서 “매우 신속하고 큼직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며 ‘비핵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유된 이해의 진전’과 ‘모든 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 ‘최종적으로 로드맵을 향한 협력’을 언급했다.

북미가 이번 회담을 앞두고 협상을 돌입하면서, 대량살상무기(WMD) 동결 문제는 이번에 처음 언급됐다. WMD는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 다수의 사망자를 낼 수 있는 무기를 뜻한다. 또 이런 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역시 포함된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5일 앞둔 22일(현지시간)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이 베트남 하노이 영빈관을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의제가 작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영변핵시설 폐기’와 ‘+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에 처음으로 ‘핵 동결’이 언급된 것이다.

이에 북미가 비핵화를 두고 단계적 폐기 로드맵을 의제로 두고 협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미국은 핵 신고와 폐기 등이 한 번에 이뤄지는 방안을 고심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핵 폐기의 복잡성과 전문성 등을 감안해 ‘동결 후 폐기’라는 단계적 수순을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비건 대표는 북핵 실무협상을 준비하면서 전문가 집단의 조언을 청취했고, 이중 ‘카네기팀’으로 불리는 집단이 비핵화에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북한의 핵무기를 포괄적이고 검증 가능하게 동결하는 개념의 ‘CVC(Comprehensive Verifiable Capping)’ 전략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서 관계자들이 입구 도색작업을 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김 위원장과의 2차 회담 이후 추가회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을 만나는데 우리는 많은 것을 성취해낼 것”이라며 “나는 이번이 행여 마지막 회담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정황상 미국이 ‘동결→신고→사찰→검증→폐기’와 같은 전통적 방식은 아니더라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큰 틀에서 패키지로 묶는 로드맵을 그리는 쪽으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