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기 비결은 말입니다...

지해수 칼럼니스트

[공감신문 지해수칼럼] 난 인기가 많다. 이 글의 목적은 자랑이 아니다. 음, 아닌 게 아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 방법을 알려줄 테니 대신 내 자랑을 조금만 들어줘라. 내가 인기가 많은 이유 중엔 피부가 하얘서, 키가 적당해서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연 가장 큰 이유는 내 직업 때문이다. 알다시피 난 작가다. 직업은 생계 수단이다. 대부분 직업을 들으면 ‘그래서 얼마를 벌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내 직업은 연봉으로만 따지자면 그리 인기 많을 직업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 이성들은 대부분 여자가 얼마 버는 지에 관심이 적거나 별로 상관없는 사람들이 많다, 혹은 관심이 있어도 나에게 그것을 묻지 않는다. 또한 작가라는 직업이 아나운서, 승무원, 교사처럼 남자들이 선호하는 여성의 직업군도 아니다. 근데 네가 작가라서 인기가 많은 건 왜냐고? 내가 가진 의외성 때문이다. 어디를 가든, 날 딱 보고 단박에 내 직업을 맞추는 사람은 없다. 내 SNS만 보아도 칼럼이나 강연에 관련된 것들을 제외하면 별로 ‘작가’스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니, 사실 ‘작가 지해수’스러운 건데,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작가라는 이미지와는 뭔가 모르게 동떨어진 느낌이 있음을 스스로 안다. 난 그런 의외성을 즐긴다. 중1 때 전국 백일장에서 대상을 받고, 2년 뒤에는 모 제과의 과자CF를 찍었다. 난 나에게 그런 ‘의외성의 포텐셜(potential)’이 있음을 알아챘다. 물론 당시에는 이것을 활용하지 못했다. 너무 어렸다. 그래서 욕도 많이 먹었다. 내 글을 읽어보지도 않은 사람이, 심지어 어떤 지인은 내 면전에 대고 ‘네가 무슨 작가냐, 삼류 작가 주제에.’라는 말도 서슴없이 했었다. 그러나 이제 조금은 활용할 줄 알게 되었다. 벌써 스물아홉이니까. 자랑 끝, 이제 그 의외성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려드리리다. 

인터넷을 할 때 종종 그런 포스트를 접한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스타일’혹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스타일’. 글쎄, 난 이게 별 도움이 되나싶다. 오히려 ‘남자들이 싫어하는 여자스타일’혹은 반대로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스타일’을 찾아보는 게 낫다. 왜냐하면 보통 남자들이 싫어하는 여자스타일은 같은 여자가 봐도 싫기 때문이다. 욕을 너무 많이 하는 여자? 나도 싫다. 안 씻는 여자? 나도 싫다. 친구 뒷담화 하는 여자? 제일 싫지. 아는 오빠가 너무 많은 여자? 좋지 않느냐고? 아니다. 그녀가 그 인맥을 유지하려고 친구들을 얼마나 불러대는 지 아는가? 피곤하다. 이런 걸 아는 것은 성별 나이 불문 모두의 인간관계에 좋은 거니 도움이 된다. 하지만 ‘좋아하는 스타일’이 되게 유익한 정보인지는 모르겠다. 이건 그 대상이 남자가 아니라 남자‘들’, 여자‘들’이라서다. 즉, 보편적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건데.... 이해는 한다. 당장 애인을 찾고 싶으니까 두루두루 선택폭이 넓은 게 좋겠지. 그리하여 ‘나쁘지 않은’ 사람이 돼서 연애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연애보단 ‘인기 많은’사람이 되기 위한 팁을 주기 위한 것이다. 

사실 저렇게 누가 보아도 괜찮은 사람은 주변에 진짜 많다. 특히 20대 후반부터는 돈이 더럽게 없지도 않고, 대부분 어느 정도 사회생활(특히 남자는 군대)을 하면서 어느 정도 남 눈치도 볼 줄 안다. 말도 안 되는 옷차림을 하는 경우도 극히 적다. 그러나 다들 남자친구, 여자 친구가 없다. 뭐하나 빠지는 게 없는데 왜? 그건 당신이 보급형이라서 그렇다. 외모가 보급형인건 전혀 상관없다. 매력이 보급형인 건 좀 상관이 있다. 게다가 우리는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연애보다는 자기 발전에 신경을 쓰니 ‘꽤!’매력적이거나 대단한 이성이 아닌 이상 시간과 돈, 노력과 감정을 상대방에게 쏟으려 하지 않는다. 

보급형이 아니라 ‘ONE of a Kind’가 되어야한다. 즉 뭔가 특별한 누군가가 되어야한다. 또 다시 내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생각보다 진짜 많이 안 돌아 다닌다. 신년회가 많은 이번 달에도 점심/저녁 포함 약속이 10개도 없었다. 이번 달 같이 밥 먹은 사람이 겨우 다섯 명이더라. 항상 보는 사람만 본다. 인기 많다면서 뭐 이리 왕따 같냐고? 내 기준에 인기는 양보다 질이다. 이성 친구를 사귀려면 많이 돌아다녀야 된다? 사람 만나는 걸 즐긴다면 상관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나 같은 사람 입장에선 그것만큼 비경제적인 일이 또 있을까. 차라리 그러지 말고, 남들을 통해 날 궁금해 하도록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타인을 통해 날 PR하는 거다! 

내가 아는 누군가는 어딘가 나와 연관 있는 무엇, 내가 친한 사람 얘기, 나를 궁금해 하는 사람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레 내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나는 잘난 사람은 절대 아니지만 대단한 이야기 거리가 되는 사람은 맞다. 내가 봐도 난 좀 특이한 이력이 많다. 우선 작가다. 근데 예전에 가수 백업 댄서도 했었다. 걸그룹 연습생도 했었다. 걔 아버지는 유명한 사진작가래, 걘 외국 연예인들하고도 친하더라.... 여기에 뭐 잘난 게 있나? 없다. 아빠나 친구가 잘난 건 내가 잘난 게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누군가는 한 마디 말을 더 덧붙인다. ‘걔 좀 또라이야.’

이건 나쁜 뉘앙스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재밌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 말은 나의 인간성이나 재력, 미모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 만나면 재밌다는 거다. 그러면 청자는 물을 것이다. ‘걔 인스타 있어? 사진 봐봐.’

누군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나’라는 사람을 알고 계속 궁금해진다면, 그는 날 만났을 때 호감이 생길 가능성이 꽤 높다고 볼 수 있다. 이게 인기의 비결이다. 난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스타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난 나다. 그래서 적어도 기억에는 남고 궁금해진다. 여기서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남자들은 친구에게 그런 ‘여자 사람 친구’가 있을 경우, ‘나중에 걔 한번 같이 보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자들은 그 남자가 특이해, 또라이야, 라고 해서 굳이 만나보고 싶지는 않다. 남자의 ‘똘끼’가 얼굴, 키, 몸매, 재력 같은 미래의 남자친구 매력 조건에 들어가진 않기 때문이다. 그럼 남자들은 똘끼 있는 여자를 사귀고 싶어 하느냐? 아니, 남자들은 그냥 다양한 여자를 알고 싶어 하는 생물학적 구조를 가졌다. 똘끼 있는 여자, 색기 있는 여자, 분위기 있는 여자, 애기 있는 여자.... 응?

이것은 여자들 스스로를 어떤 기분 위로 올려놓기도 한다. 여자는 욕망의 대상의 되기를 욕망하는 존재들이다. 그러니 남자들은 이것을 십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그녀의 숨겨진 저런 욕망을 일깨우는 것이다! ‘넌 내가 꿈꾸던(욕망하던) 대상 같아보여서 널 욕망해’가 아니라, ‘넌 내가 꿈꾸던 대상 같아보여서 너에게 잘하고 싶어’라고.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중에서)

‘딱 누구!’그러니까 레어템이 되는 게 쉬울 수도 있지만, 사실 누군가에겐 꽤나 어려울 수도 있다. 내가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평생가도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알려고 하는 거다. 그럴 땐 영화나 소설을 통해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탐닉해도 좋다. 물론 ‘나’와 어느 정도 닮은 구석이 있는 캐릭터들이어야 현실성이 있다. 아니면 때려치우면 된다. ‘난 그런 사람이야’도 성격이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역시도 그 사람의 특징이다. 난 사수자리 태생의 사람인데, 사수자리들 특징이 본인이 본인 스스로를 잘 모른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청사진을 아주 많이 그렸고 아주 많이 찢어버렸고 다양한 내가 되어버렸다. 나도 아직 나를 잘 모르겠다. 누군가 ‘해수는 이런 아이야.’라고 하면, ‘음, 나에게 그런 모습도 존재하지!’라고 인정할 뿐. ‘누구나가’좋아하는 ‘누군가’가 되지 말고, ‘누군가가’좋아하는 ‘딱, 누구’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와 ‘딱 누구!’는 엄청난 차이를 가진다. 남자들, 혹은 여자들이 좋아해서 뭐하겠나. 유권자를 획득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이리 짧은 인생에 다 만나볼 것도 아니면서. 그리고 사실 ‘딱 누구!’가 되면 나 역시도 그런 사람에게 끌리게 된다. 사람을 단지 외모나 재력 같은 단순한 잣대로 평가하지 않게 되는 거다. (사실 그래서 더 밖에 안 나간다. 그런 꽤 괜찮은 ‘누군가’들은 많지만 ‘딱 누구!’들은 정말 드물기에. 양보다 질!)

잘난 게 많아서 인기가 많은 게 아니다. 난 정말 잘난 게 없다. 잘난, 아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하여 노력할 뿐. 더 나다운 나를 찾기 위하여! 내가 사랑할 상대방 역시 그랬으면! 물론 잘난 사람이면 존경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앞서 노력할 줄 아는 사람이길. 안 잘나면 어때? 그걸 뛰어넘는 게 사랑이고, 애정 아니야? 난 그런 사랑을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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