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곧 맞이할 2월 4일은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 ‘입춘(立春)’이다. 입춘은 대한(大寒)과 우수(雨水)에 사이한 절기로 봄이 시작하는 날이라 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봄이 시작하는 날이라 하지만 동지가 지난 후 태양이 다시 북반구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북반구 쪽의 지구가 천천히 달궈지는 시차가 존재해 입춘이 지난 후 한 달 정도 지나야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이월에 물독 터진다’, ‘가게 기둥에 입춘이라’, ‘입춘 거꾸로 붙였나’,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등의 속담이 있듯이 예부터 겨울은 쉽게 봄을 맞이하지 않았다.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인 춘분(春分)이 돼야 본격적인 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입춘은 태양의 황경(黃經)이 315도에 드는 때로 입춘 즈음에 날은 추워도 햇빛이 강해지고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입춘의 대표적인 의례로 입춘축을 각 가정마다 붙인다

입춘은 음력으로 주로 정월에 드는데, 어떤 해는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드는 때가 있다. 이 경우 재봉춘(再逢春)이라 한다. 음력으로 한 해에 양력 절기인 입춘이 두 번 들어 있으면 쌍춘년(雙春年)이라 하는데 이 해에 결혼을 하는 게 길하다고 받아들여져 왔다. 

또 입춘은 새해에 드는 첫 절기인 만큼 농가에서 보리 뿌리를 뽑아 보고 뿌리수를 통해 그해 농사가 잘 될지 어떨지를 점치기도 한다. 이때 보리 뿌리수가 3개면 풍작, 2개면 평년작, 1이나 없으면 흉작으로 여겼다. 

아울러 많은 사주가들은 입춘을 해가 넘어가는 기준점으로 생각했다. 태양의 중심이 황경 315도에 일치하는 입춘 절입시각을 기준으로 전년도와 금년도를 구분한 것. 

한중일 등 한자문화권에서는 이 전날을 해넘이라 해 귀신을 쫓을 목적으로 방이나 마당에 콩을 뿌리는 풍습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입춘 전날을 세쓰분(세츠분)이라고 해 콩을 뿌리고 김밥을 먹는 행사를 한다. 이날은 일본의 전통 명절 중 하나다.

일본은 입춘 전날 세쓰분(せつぶん)이라는 명절을 갖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이날을 기리고, 닥쳐오는 일 년 동안 대길(大吉)·다경(多慶)하기를 기원하는 갖가지 의례를 베푸는 풍속이 있었다. 임금이 휴가를 하사하는 입춘하례를 비롯해 나무로 만든 소를 끌고 다니는 목우(木牛) 등이 대표적이다. 

제주도에서는 입춘날 농경의례에 속하는 굿놀이를 행했다. 입춘 전날에 무당들이 나무로 만든 소에게 제사를 지내고, 입춘 아침에는 머리에 월계수 꽃을 꽂고 흑단령 의복을 차려 입은 호장(戶長)이 나무소에 농기구를 갖춰 나온다. 

이어 무격들에게 화려한 비단 옷을 입혀 큰 징과 북을 치며 행진하여 관덕정 앞마당에 이르면 호장은 무격들을 나눠 여염집에 들어가 쌓아둔 보릿단을 뽑아오게 해 이 보릿단으로 새해의 풍과 흉을 점쳤었다. 

제주도에서는 입춘 날 농경의례에 속하는 굿놀이를 행했다

또 입춘이 되면 명태순대, 오신반, 세생채 등의 음식을 먹는 게 풍습이었다. 대표적인 입춘 음식인 명태순대는 내장을 빼낸 명태 뱃속에 소를 채워 넣어 만든다. 동태(凍太)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함경도에서 즐겨 먹던 음식으로 명태의 배를 가르지 않고 생선머리를 따서 아가미 쪽으로 손을 넣어 창자를 깨끗이 들어낸다. 명태내장·고기·채소·두부 등을 다져 양념한 소를 채워 넣고 입을 오므려 묶은 것으로 찌거나 구워서 먹는다.

대표적인 의례로 입춘축을 각 가정마다 붙이기도 한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뜻의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 대표적인 입춘축이다. 

과거 입춘이 되면 명태순대를 먹는 풍습이 있었다

웃으면 만복이 온다는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역시 입춘축으로 자주 쓰인다. 입춘이 되면 도시나 시골할 것 없이 이들 입춘축을 대문이나 대들보, 천정 등에 붙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입춘 풍속이 아직까지 전해지고 있지만 입춘축을 붙이는 가정도 과거보다 줄어 절일로서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오늘 입춘부터는 새해를 맞을 때 마다 올 한해의 풍과 흉을 점쳤던 과거 우리 선조들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기억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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