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미적거리면 미적거릴수록 더 크게 되는 기라...무슨 말인지 알 것 재”

강란희 칼럼니스트

[공감신문 강란희 세상이야기] 얽히고설킨 복잡한 현대사회 속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국민들은 ‘뭣이 중’해서 엄동설한의 한 복판에서 촛불을 들고 태극기를 드는가?

아마 사람이 살아가면서 각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사태가 좀 다르다. 아주 심각한 단계에 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또 대략 개중에 사람들은 그것이 옳고 그런 것을 따져 보지도, 알지도 못한 채 그냥 맹목적인 것이 더 많아 보인다. 어떤 이는 그 중요함이 왜곡되고 저지되고 억지스러움을 보고 아연실색을 하다못해 앓아눕기까지 했다는 말들도 간간이 들을 수도 있고 흘러나오기도 한다. 이번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우리사회가 심한 후유증으로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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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뭣이 중한 디!”

“순리의 바퀴가 엄한 데로 갈팡질팡 하잔 어?”

“괜찮을 겨? 그들도 대한민국 사람이 잔 어... 심판하는 사람이 일본사람이 당가?”

“그시기하면 그시기 할 겨? 그치?”

“암만... 알 것이여... 국민들이 뭘 원하고 있는지? 그나저나 헌법재판손가 하는데서 그 노무 심판 좀 빨리 했으면 좋겠으라...”

“이게 뭐하는 짓인가 그려... 일본 쪽xx는 미국 트럼프를 만나서 뭔 짓거리를 하는 줄 알아? 결국 이러면 우리만 죽는 기어? 그렇지 않은가?”

“중  략~”

“국민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아직도 그 자리에 있고 싶은가 봐요? (갑자기 중간에 한 사람이 ‘아직도 정신없는 거지?’) 아니 서민들 어쩌고? 농어민들은 또 어쩌고?... 이게 사람 사는 꼴인가 말입니다?”

전요. 그 사람 옆에서 정말 뭣이 중한지도 모르고 알짱대면서 사회의 물을 흐려놓고 있는 변호산가 뭔가 하는 사람들이 더 꼴 보기 싫어요? 지네들은 집에 가면 가족들에게 요즘 벌어지고 있는 사태/사건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하는 것도 참 궁금하기도 합니다.”(한시민은 이 말을 꼭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정월 대보름 날 밤 날씨가 정말 춥다.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 손에는 촛불이 드려져 있다. 오들오들 떨면서...  때로는 치아가 서로 부딪치며 소리를 내기도 한다. 정말 추운 밤이다. 하지만 “뭣이 중한가?”라는 화두로 시작한 민초들의 대화는 정말 눈물겹도록 가슴을 찡하게 하고 있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는 전국 수십여 곳에서 동시에 타 올랐다.

<2월 11일 정월대보름날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나이 드신 분이 합장을 하고)아이고 우리 대통령님 죄송합니데이”

“그렇게 청렴하신분이 몇 사람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일도 못하고 .... 우리 대통령님 일하게 해 주이소 고마.”

“중략~”

“(한 손에 태극기를 들고) 내예! 대구서 왔어예? 모이라 캐서 왔다 아임니꺼, 와보니 태극기도 많네예? 아이고마... 날씨도 춥고 못할 짓이네 예? 얼른얼른 결정을 내려 주면 모두가 이런 고생 안  할 거 아이가? 일은 미적거리면 더 크게 되는 기라. 뭐... 볼거 뭐있노? 정치는 민심을 잘 따르면 되는 기라. 이것도 마찬가진 기라. 국민들 맘이 어디에 있는가만 살피면 되는 기라. 안 그렇소?

“내도 여기 왔기는 하지만 맹목적으로 안 하요. 옳은 일에 우리는 따라 가제?”

“이게 무슨 짓이고? 날씨 추운데 북한하고 남한하고 갈라진 것도 죽겠는데... 또 두 개로 갈라져서 이게 무슨 짓거리고... 이래쿠나 저래쿠나 우리는 다 알제? 우리 시골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기라. 그래도 마음속으로만 알고 말은 안 하제? 왜냐하면 아직까지 지역세가 쎄...”

태극기를 들고 모인 어르신들도 춥기는 마찬가지다. 솔직히 건강이 더 걱정된다. 이들은 대략 나이가 많은 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들의 대화에서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 듯하다. 정말 대통령을 걱정해서 나온 사람, 또 다른 목적으로 참석 한사람 등 그 중에는 아주 솔직한 사람도 있었다. 예컨대 “이건 안 될 일인데 억지로 하고 있어요?”라는 말에는 수많은 의미가 들어 있는 듯싶기도 하다.

“이제 좀 고마 하이시더. 우리도 이제 지칬다 아입니꺼. 잘못 했시모 잘못 했다카고.... 그런데 내가보기엔 잘핸기 하나도 없는 것 같구만 뭐...” 

(이곳저곳에서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린다. 구호나 서로 이야기 하는 소리 등)

“대다수국민이 아니라잖아요? 그리고 이쪽저쪽 정치인들... 그리고 법조인들 제발 서로 부추기지 말아요. 국민도 알고 검찰도, 법원도, 그리고 헌법재판소도 다 알잖아요?”

“헌재에게 바랍니다. 이제 모든 것들을 보고 듣고 했잖아요? ‘국민만보세요’ 아는 대로 결정하세요. 빨리요. 국민들이 죽어요? 나라가 죽어가고 있어요. 모든 분야에 숨통이 막히고 있습니다.”

“죄가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한사람도 남김없이 엄중한 처벌을 바랍니다. 그들 중에는 돈들이 있으니 좋은 변호사 선임했다고 빠져나오거나 하면 우리가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사법부의 본 모습을 기대 합니다.” 

어쨌든 참 많은 사람들이 참 많은 이야기를 쏟아 내고 있었다.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도 말고, 지금까지 나온 증거들로만 종합해서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고 말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국민만 보라”는 소박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 다른 것은 생각 할 겨를이 없다. 아니 필요가 없어 보인다. 대선도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난 후의 일이다. 우리나라 둘러싼 주위는 숨 가쁘게 돌아간다. 그런데 우리는 뭔가 “이제 그만 내려와라.”는 부류와 “안 된다. 그대로 있으라.”는 부류의 대치가 어지럽게 이어지고 있다. 마치 당파싸움 같이...

주권자인 민초들은 이번 탄핵 사건과 국정농단 사태를 정리하고 결정할 권한을 가진 사람들에게  “뭣이 중한가?”를 묻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대들은 “뭣이 중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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