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김정한 에세이]

시인 예이츠는 사랑에 대해 이런 표현을 썼어요.
"Wine comes in at the mouth/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And love comes in at the eye;/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네"      

2월 14일은 밸런타이 데이(Saint Valentine's Day), 아프로디테가 찾아와 사랑을 확인하는 연인의 날이에요. 밸런타이 데이(Saint Valentine's Day)'의 역사를 찾아보면, 로마 가톨릭 교회의 성 밸런타인 주교가 군인들의 군기문란을 우려하여 남자들을 더 많이 입대시키기 위해 결혼을 금지하던 황제 클라디우스 2세의 명령을 어기고 군인들의 혼인성사를 집전했다가 순교한 날인 2월 14일을 기념하기 위한 축일이라는 주장과 서양에서 새(bird)들이 교미를 시작하는 날이 2월 14일이라고 믿은 데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어요. 지금은 세계 각지의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하는 날로 자리를 잡고 있죠. 

정확하지 않지만 초콜릿과 캔디를 주고받는 것은 영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번져나갔고, 이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빠르게 유입되면서 연인들끼리 사랑을 고백하고 초콜릿과 선물을 주고받는 기념일로 정착이 되었죠. 어떤 이유로 발렌티노라 불렸던 기독교 성인의 순교 일이 연인들의 프러포즈 날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요. 

사회가 점점 메말라가고 사는 것이 쌉싸름하다면, 연인은 물론이고 가족, 동료,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으면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거죠. 사랑한다는 표현에 인색하고 익숙하지 않은 우리 문화에 이렇게 아주 특별한 기념일이 생긴 것은 바람직한 일이에요.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동료,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마음속 고백을 손편지에 담아, 선물과 함께 건넨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미롭겠죠.  

비록 초콜릿이나 캔디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을 준다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선물은 없겠죠. 꽃바구니도 좋고 비싸지 않은 사랑스러운 팔찌를 손목에 감아주면 어떨까요? '사랑의 맹세'를 담은 목걸이도 좋겠죠? 

예로부터 팔찌나 목걸이는 견고한 사랑을 상징하니까요. "사랑해요, 감사해요…." 수줍은 듯 연인에게, 가족에게, 직장 동료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고백한다면 라일락 꽃향기가 세상을 가득 채울 거예요. 

밸런타이 데이(Saint Valentine's Day)는 상술이니 사대주의 풍속이니 해도 분명 설레는 날이에요. 사이가 좋으면 더 좋을 수 있는 날, 다툼이 있어 소원해졌으면 화해의 날이 될거에요. 형형색색 초콜릿에 마음을 담아 건네보세요. 마음도 달짝지근해질 테니까요. 짝사랑이든, '썸' 이든, 적당한 때에 고백해야 사랑의 열차는 달리게 되니까요. 사랑의 고백은 연인들에게는 반드시 거쳐가야 할 통관 의례이니까요.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도 나오잖아요. 기억은 지워져도 사랑했던 시간은 지워지지 않는다고. 사랑했던 순간이 추억이라는 아름다운 섬을 만든다는 거예요. 외로울 때마다, 그리울 때마다 떠오르고, 불현듯 가보고 싶어 수시로 들락거리는 사랑의 섬이 되는 거예요.  

밸런타이 데이(Saint Valentine's Day) 에는 저절로 로맨틱하고 알아서 들뜨는 날이 되기도 하죠. 타이밍과 명분, 분위기까지 이미 조성되어 있기에 누구나 용기가 생기죠. 초콜릿과 사탕을 매개로 수많은 고백이 전류가 되어 마음에서 마음으로 흐르죠.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의 대사 속에 이런 말이 나오잖아요. 검프의 엄마(샐리 필드)가 죽기 전 침상에서 “왜 죽어야 해요?” 라며 슬퍼하는 검프에게 이렇게 말하죠. 

“그냥 때가 된 거야.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이란다. 난 네 엄마가 될 운명이었고, 최선을 다했어. 너도 신께서 네게 주신 걸로 최선을 다해 살아라.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란다. 다음에 어떤 모양의 초콜릿이 잡힐지 알 수가 없어.” 

인생이 그렇듯 사랑도 마찬가지예요.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 만나는 것, 그게 사랑이에요. 죽기 전까지 사랑은 진행형이고 사랑하면서 사랑에 대한 예의도 배우게 되죠. 사랑은 고백하면 할수록 행복해진다는 사실이에요. 초콜릿은 종류도, 모양도 맛도 다양하기에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콤하기도 하고 쌉싸름하기도 하잖아요. 지금 쌉싸름한 초코릿을 집었다면 다음에는 달콤한 초코릿을 맛볼 수 있어요. 희망을 가져요.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니까요.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세요. 마음이 심쿵 해지는 멋진 그대가 있는데 망설여지거나 두려운가요? 용기를 내어 선물과 함께 임재범의 '고해', 이소라의 '청혼'이나, 테일러 스위프트의 'Love story', 제임스 블런트의 'You're Beautiful)' 를 불러 보아요. 큐피드의 화살이 서로의 심장에 정확히 박혀 사랑을 확인하는 최고의 날이 될 테니까요. 당당하고 멋지게 도전하고 쟁취해보아요. 이토록 로맨틱한 밸런타이 데이(Saint Valentine's Day)에. 한 줄 고백으로 사랑을 불러 보아요. 사랑이 오고 있어요.

사랑할 수 있을 때
후회 없이 사랑하십시오.
사랑이 다가왔을 때
주저 없이 잡으십시오.
사랑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사랑에는 목적도 없습니다.
그저 사랑하면 됩니다.

사랑이 당신을 
어디에 내려놓을지 모르지만
사랑할 수 있을 때
후회 없이 사랑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