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요.”

강란희 칼럼니스트

[공감신문 강란희 세상이야기]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만세 ~ 만세~”

“오늘이 시민 축제의 날 이예요. 오늘을 대한민국 국민 승리의 날입니다.”

“이렇게 기쁠 수가! 말로서 표현을 할 수가 없어요, 이제 살 것 같습니다. 뭔가에서 해방된 기분입니다.”

“(기분에 취한 젊은이)오늘 금요일~~ 정말 불금입니다. 오늘은 마음껏 먹고 마시고 취할 랍니다. 지금부터는 물구나무를 서서 걸어도 이전보다는 낫겠죠? 아~ (한숨) 차기정부는 정말 초기에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 다 알아요. 이제 우리 젊은이들부터 힘을 모아야지요.”

“(여학생으로 보이는) 죄 지은 사람 모두 상응하는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그냥 어영부영 하면 안 된다는 것 검찰도 사법부도 잘 알 테니까요. 정말 시원합니다. 투통이 날아갔어요.  저런 무능력자에게 우리나라를 통째로 맡겼으니 우리 국민이 바보였죠 뭐~ ”

2017년 3월 10일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함성을 지른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전원 탄핵인용을 선언되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탄성의 손뼉과 환호와 함성을 지르면 만세를 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시민들은 이제 앞으로는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나라를 꿈꾸고 기대하고 있다는 듯 희망을 보았다고 했다.

<사진출처: YTN 캡쳐>

“(시외터미널 승차 대기승객) 이제 새로운 나라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정치는 정말 신물이 납니다. 정말 만셉니다. 만세요~~(함박웃음)”

“(많은 사람들이 웃고 있다) 암만~ xx구리 x신... 우리 집 열 살 먹은 손녀를 갔다 놔도 지금보다는 잘 했실끼라. 진작 내려 왔어야 재. 이게 무슨 꼴인 기고(서로 주고받는 대화) 나라가 이게 뭐 꼬? 사-든(사드)가? 지랄인가? 그것도 벌써 들어 왔다 매? 아이고 또 일 저질은기라.”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동안 뭐가 무서워 입을 닫고 있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마구 쏟아진다. 그 중에서는 수위가 좀 높은 것도 있다. 대략 공통적인 말은 “이게 뭐냐?” “나라꼴이 이지경이 되도록 뭐했냐?” “우리가 중국 등 다른 나라에 힘을 쓰는 게 뭐있냐?” 등이다.

“문제는 문젭니다. 비리들이 그만 나왔으면 하는데도 자꾸만 나와요. 도대체 이놈의 정권은 어디까지 가려고 했을까요? 어저께 전 국정원장인가? 비서실장인가? 하는 양반이 특정단체모임에 돈을 대주고 관제데모를 조장했다고 실토했잖아요. 그리고 어버이연합인가? 하는 곳도 수시로 알바를 고용해서 국민들을 괴롭혀 오고 말입니다. 이런저런 생각만 해도 진짜 분통이 터져요.”

“지네들이 가스통을 멜 것이 아니라 x할 내가 대포를 싸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런 것을 비호하고 역성을 들고 있는 세력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이제 우리가 좀 묻고 싶습니다. 그동안 빨갱이로 좌 빨로 몰릴까봐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도 못하고 살아 왔거든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는 지금까지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은 없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살벌하고 감시받고 자유롭게 말을 하면 검은 눈동자들이 감시하는 기분이 들어 말문을 닫고 살았습니다. 나도 그랬어요. 용기가 없어 광화문이나 집회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무서웠어요. 두려웠습니다. 지난정부(이명박정부)부터 지금까지 몸 사리고 산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광화문도 가고 내 할 말 다하면서 살 겁니다.”

“너무 좋아요. 숨을 쉴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코가 뻥 뚫리는 기분이 이런 것 같아요. 그래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믿었어요. 우리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것이라는 것에 참 많은 기대를 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멍청인지 몰랐습니다. 어떻게 이런 위험천만한 사람에게 5천만의 목숨을 맡기고 살았는지 지금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사실 이번 탄핵이 만에 하나 잘못되어 기각이라도 났으면 어떻게 됐을 까요? 상상도 하기 싫어요. 내가 살면서 역대 대통령을 다 봐왔지만 정말 너무 했어요. 지금도 몸이 부르르 떨려요. 헌재가 탄핵심판 선고 날짜를 발표 한 후로부터 기도 했어요. 잠도 못자고 아니 안 잤다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밥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도 이제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숨이나 쉬고 살고 싶어요, 특히 우리들의 아들 손자 손녀 들이 살아갈 세상은 정의롭고 평등하고 반칙 없는 세상을 그래도 물러주게 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반드시 지금보다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거든요.” 

“나도 오늘 고향에 내려가면 동네 사람들이랑 한잔해야 되겠습니다. 내가 한턱내야지요. 누가내면 어떻습니까? 내손으로 내가 뽑아놓고 이런 말하기 좀 그렇습니다만 뽑은 우리가 죄인이지요. 미안합니다. 늙은 우리가 더 고통스럽게 만든 것 같아 젊은 사람들한테 미안하지요. 다시는 이런 실수 하지 말아야지요. 이런 사건이 있는데도 우리 고장에는 또 그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요. 참 신기하기도하고... 지네들 자윤데 어떻게 하겠어요.”

“보소~보소~ 아무튼 좋은날이잖소. 갈사람 가고 남을 사람 남고... 오늘은 금요일이기도 하고요. 이제 우리 한잔하러 가렵니다. 고맙소. 어이 기자양반 이것 내일 나옵니까? 익명이요~ 익명....”

“야! 걱정 말어. 저 양반 우리 이름도 어디 사는지도 묻지 않았어. 가야~ 어여~ 어여....(도시의 조명 속으로 사라졌다.)

입담 좋은 어르신들과의 짧은 대화지만 재미있었다. 그리고 조명 불빛 사이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딘지 모르게 희망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예전의 축 처진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날씨가 풀린 탓인지 가게 안에만 있던 사람들이 길거리의 탁자에서 생맥주를 마시고 있는 젊은 층의 무리를 만났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오늘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됐다고 탄식하거나 슬프다거나 아쉽다거나 하는 무리나 개인은 전혀 만나보지 못했다.

말 그대로 왁자지껄하다. 뭔가 기분이 붕 떠 있는 모습이고 행동이고 소리였다. 한마디로 모든 사람들의 기분은 ‘업’되어 있었다.

세상이 예뻐 보여요.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어요. 이것이 희망인가 봐요. 왜? 이렇게 실실 웃음이 날까요? 콧노래가 날까요? 그냥~ 그냥 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그냥 막 희망의 힘이 솟는 것 같아요. 그냥 좋아요. 솔직히 우리가 또 얼마나 큰 실망을 할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보다는 좋아진다는 기댑니다.”

“그럼~ 그럼 다음정부가 얼마나 빨리 설거지를 끝내고 본 게임에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를 하느냐가 문제지요. 거기까지 우리들은 힘을 모아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혼란이 오거든요. ‘알고 싸워야지 알지도 못하면서 멍청하게 있으면 또 이 꼴 나지요.’ 담 정부는 반드시 다른 나라에 무지막지하게 당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3년제나 내각제 등 개헌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데... 생각해 봅시다. 임기가 3년짜리 대통령이면 이 정부가 저질러 논 것을 그대로 3년간 방치 해 두자고요. 2년만 있으면 또 대선 준비로 서로 물고 뜯고 난리가 날 텐데요? 모르겠어요. 우리 젊은 사람들은 개헌이나 3년제 대통령을 운운하는 사람들을 보면 권력에 눈먼 사람들로만 밖에 안 보입니다. 나라야 죽든 말든 나만 대통령한번 해 먹으면 되겠지? 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죽고 나면 비석에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누구누구’ 이렇게 새기려고요? 턱도 없는 소리지요. 지금 대통령제가 뭐가 어땠어요. 지금까지는 권력을 사유화해서 이 지경으로 만들었지 제도가 잘못 되서 이 지경으로 됐나요. 제왕적이니 하는 사람들은 헌법대로 한번 해 보기나 했어요. 정말 나라를 위한다면 그러지 말아야 할 걸요.”

-중략-

“대 중국 문제도 그래요? 이것은 우리의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입니다. 미국이 이번 달에 금리를 또 올린다잖아요. 서민들 어떻게 하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요? 하루속히 대책을 내 놔야 하잖아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참 누군지 말은 안 하겠는데 사드와 같은 중대한 문제를 또 야밤에 들어오는 등 이 정부는 아주 국민을 우롱하는 License(면허)를 가지고 있는지... 국민이 싫다는 것은 골라 가면서 하고 있어요.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가 깜짝 놀란 것은 사정이야 어쨌든 야구방망이와 죽창이 등장하고 개인정보 유출로 헌재의 재판관이나 특검의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런 행동들은 법을 현저하게 위반을 하고 있고 또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에 미적거린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기가 찰 일 아닙니까?”

“(취기가 오른 한 사람)야~ 야~ 우리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냐? 유토피아? 아니지.. 아니지... 나...지금 ‘백수’에서 살고 있지? 너도 임마~ 마찬가지야, 너 지금 행복해? 아니잖아, 너도 알바, 너도 알바, 나는 백수 너도 백수.... 변변한 직장이라도 있느냐 말이다. 이게 현실이야? (좀 취했다. 그렇지만 말에는 뼈가 있어 보였다.) 우리부모가 나를 공부시키면서 ‘이럴라고? 공부시켰나.’ 하고 자괴감이 들까봐 미치겠어. 도대체 상식이 없는 나라잖아...(쿡 쓰러진다)”

“모두 바로 잡아야지요. 정의의 바탕위에 건전한 경제발전의 토대를 다시 마련해야지요. 지금은 정의도 경제도 국가안보도 모두 실종상태나 마찬가진 것 같습니다. 정말 다음 정부의 대통령이 누가 되던 굳건하게 5년 내에 마무리를 잘 지어 놔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새로운 대한민국이 태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웃으며 잔을 들고)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 옳소~  자~ 자 한잔 합시다.”

“야야 야~ 내가 할게.  자~ 자 따라해 봐”

“(모두) Bravo my friends. 
 Bravo my life. 
 Cheers... ”

그렇게 그들의 밤은 깊어가고 길가에 네온사인 불빛은 희미해져 갔다.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이들이 늘어놓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방 안보 등 주옥같은 이야기는 한마디도 흘러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이야기 들이다. 정말 젊은이 들은 젊은이다웠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이 이렇게 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시간이 흘러 사람마다 이미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고 혀는 감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흥을 여기에서 깰 수 없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결국 이들은 “그냥 희망이 생기는 것 같아요.”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희미한 가로등 불빛의 어둠을 등지고 사라져 갔다.

<2017년 3월 10일 ‘역사적인 날’ 바쁜 시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본 칼럼은 당사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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