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사진작가 위촉 

광복 70주념 기념 귀향 화보집 中 일부

[공감신문] 사진은 즉각적이고 쉽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크고 작은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보는 사람이 직접 풀어나가게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인 ‘매력(魅力)’을 가지고 있다. 

사진작가라면 이런 힘은 더 세지기 마련이다. 사진을 하나의 목적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푸는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통해 소재의 밝은 면을 더 부각시키기도 하고 어두운 면을 더 어두워 보이게 전달하는 게 바로 사진작가들이 가진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조물주가 창조해 낸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필름 한 장으로 누군가에게는 웃음을 주고,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는 의지까지 만들어 준다. 

이에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사진작가로 위촉된 지영빈 감독을 만나보았다. 그가 35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사진작업을 해오면서 느껴왔던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지영빈 사진감독

Q. 오랜 시간동안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특별할 것 같다. 

A. 그림에서부터 내 사진 인생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 사진이라는 예술 장르를 만나기 전에 접했던 게 그림이었다. 그림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해오면서 군대 전역 후 개인화실을 열 계획이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사진을 접하게 됐다. 

대한민국미술대전을 준비하던 중 사진작가 한 분을 만나게 됐다. 나는 그분에게 그림을 알려줬고, 그분은 나에게 사진을 알려줬다. 사진을 배우면서 내가 찍은 필름을 직접 인화해 결과물로 나타나는 과정에서 엄청난 매력을 느꼈다. 이렇게 사진과 인연을 맺게 된 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Q. 대한민국 최초로 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사진작가로 위촉됐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A. 독립영화로 유명했던 워낭소리의 사진촬영을 담당했던 점이 계기가 돼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네스코 대표사진작가로 위촉됐다. 위촉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나에게 있어 최고의 영광이었다. 유네스코가 ‘휴머니즘’이라는 정신을 강조하는 만큼 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사진작가로서 이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첫 유네스코 대표사진작가에 위촉된 지영빈 사진감독

대표적으로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아프리카 대륙의 많은 이들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를 비롯한 아프리카 대륙을 돌면서 교육,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사람들의 모습을 필름에 담아 알리고 있다. 

이들 지역을 돌아다니며 나눔에 대한 생각이 커졌다. 유네스코 대표사진작가로서 책임감과 사명감도 더욱 커졌다. 순수한 아프리카 아이들의 모습이나 일가족이 모두 에이즈(AIDS)에 걸린 모습 등을 보면서 그들이 처한 상황에 가슴이 아팠고, 기회가 되는 만큼 그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가진 능력이 사진인 만큼 사진이 필요한 전 세계 어느 곳이면 언제든 갈 준비가 돼있다. 최종적으로는 이들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활동을 펼칠 것이다. 

Q. 3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사진을 촬영해왔다. 유네스코 대표사진작가 외에도 많은 활동을 해왔을 텐데 대표적인 활동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사진을 업으로 삼았던 활동은 미군부대 전속 사진기자가 시작이었다. 사진에 흥미를 느끼면서 사진에 대한 공부가 깊어졌고,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으면서 일도 할 수 있는 진로로 미군부대 전속 사진기자를 택했다. 사실 미군부대 전속 사진기자는 종군기자를 꿈꿨던 나에게 거쳐 가야 하는 단계로 생각했다. 종군기자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우연한 계기를 통해 본격적인 사진작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1980년도 중반 당시 톱스타였던 가수 이선희를 만난 게 계기가 됐다. 미군부대 전속 사진기자로 활동을 하면서 이선희의 앨범 자켓사진과 화보 등을 촬영한 게 반응이 좋았다. 관련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지면서 사진기자 활동을 접고 본격적으로 사진작가의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워낭소리, 그후 화보집 中 일부

그러면서 아직까지도 최고의 가수로 꼽히고 있는 가왕 조용필의 작업을 맡게 됐다. 조용필의 작업을 진행한 것은 나에게 영광스러운 커리어이면서도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당시 소위 잘나가는 사진작가로 이름을 날리면서 돈, 명예 등에 자만심이 커진 것이다. 이 자만심은 사진작업 중 내 자신에게 용납이 되지 않는 실수로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초심으로 돌아가 사진을 다시 시작하게 됐던 기억이 있다. 이후 장동건, 김건모, 이승연, 설운도, 변진섭, 정수라, 양희은, 케니로져스 등 국내외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정치인 등 유명인들의 작업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워낭소리, 그후 화보집 촬영 △창작 뮤지컬 드림헤어 포스터 △장애인 다큐화보 촬영 △동두천 다큐화보 촬영 △광복 70주념 기념 설운도의 귀향 화보 촬영 △20세기를 빛낸 위대한 복서 25인 장정구 화보 촬영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활동을 진행해왔다. 

Q. 사진과 함께 해 온 세월이 더 긴 만큼 사진을 다루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남다를 것 같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하거나 사진을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A. 사진 역시 말과 글처럼 소통을 위한 도구 중 하나다. 인물사진이 됐던 풍경사진이 됐던 사진을 통해 사진 속에 담긴 무언가와 사진을 보는 이들, 사진을 찍은 작가와의 소통이 이뤄지려면 가장 먼저 사진작가가 피사체를 사랑해야 한다. 내가 가진 노하우는 이것이 전부다. 

소방관 사진전-우리의 소방관들의 손을 잡아주세요 화보집 中 일부

기술적으로 사진을 잘 찍고, 비싼 카메라를 쓰고, 누가 봐도 멋진 풍경을 셔터만 눌러서 담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본다. 피사체를 사랑하면서 생기는 애정이 있어야만 피사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좋은 피사체를 좋은 구도로 놓고 셔터만 누르는 것은 눈으로 보기에 좋은 사진일수는 있어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 

사진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사진 기술이나 장비에 대한 공부를 하기 보다는 피사체를 사랑하는 방법을 먼저 공부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좋은 기술과 장비가 없어도 피사체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어도 사진을 통해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Q. 사진을 다루는 예술가이면서도 집안의 가장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하고자 하는 얘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얘기해 달라.

A. 사진을 다루는 감독의 입장과 집안의 가장이라는 입장은 많이 다른 것 같다. 모든 가장들이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직업과 가장으로서 동시에 인정을 받기는 상당히 어려운 사회 현실인 것 같다. 

어느 하나 선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사진예술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좋은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어느 무엇으로부터 구속되지 않고 억압받지 않으려 하다 보니 가정에 소홀했던 부분이 있었다. 심지어 예술에 대한 욕심이 큰 나머지 집 없이 오로지 사진을 위해 거처 없이 떠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가족들이 이점에 대해 서운할만한데 오히려 응원을 해줘 나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광복 70주념 기념 귀향 화보집 中 일부

Q. 사진작가로서 오랜 시간 한 길을 걸어왔다. 향후 자신의 발자취가 어떻게 남게 되길 원하나.  
A. 내가 사진을 촬영했던 목표는 돈이 아니었다. 가장 큰 목표는 가슴을 울리는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었다. 아직 이 큰 목표를 확실하게 달성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앞으로 더 연구하고, 공부하며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유네스코의 휴머니즘 정신을 이어가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통해 다양한 이들의 삶에 담긴 희노애락을 얘기하고 싶다. 특히 세상의 어두운 곳에 자리한 나눔이 필요한 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향후 사람들이 지영빈이라는 사진작가를 떠올렸을 때 모든 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됐던 사람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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