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2인자라는 들어 본 적 있는가. 2인자란 2위라는 순위와 달리 늘 두 번째 자리에 머무는 사람을 뜻한다. 1위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 실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1위 다음에 머문다.

2인자를 떠올리면 많은 이들이 개그맨 박명수를 생각할 것이다. 박명수는 MBC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10년 넘게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있다.

박명수는 10년 간 무도에 출연하면서 ‘2인자’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나이는 1인자로 불리는 개그맨 유재석 보다 많지만, 인기 등 여러 면에서 유재석에 밀린다는 이유로 2인자 이미지가 굳혀졌다.

제법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는 2인자라는 수식어를 박명수는 자신의 캐릭터로 승화시켰다.

박명수는 무도를 비롯한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을 2인자라고 소개한다. 아울러 그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쏟아내며 2인자지만 1인자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번 편을 통해 박명수 외 또 다른 2인자를 알아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겠다.

개그맨 박명수 ./ 사진출처=무한도전

콩과 숫자 2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남자 ‘홍진호’

2인자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박명수와 함께 바로 떠오르는 남자일 것이다. 홍진호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홍진호는 2인자와 더불어 ‘콩’진호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는 자신의 이름을 발음할 때 혀가 짧아 홍을 ‘콩’처럼 들리게 발음해서 그렇다. 이 때문에 일부 팬들은 홍진호에게 콩으로 만든 두유를 선물하기도 한다.

준우승과 숫자 2는 늘 홍진호 따라다닌다. 홍진호는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지만,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 경력이 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그는 저그의 독보적인 최강자였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 테란황제로 불렸던 임요환에게 중요한 경기마다 패배했다.

아울러 당시 홍진호의 소속팀이었던 KTF 매직엔스 역시 스포츠 역사상 전무후무한 23연승이란 기록을 달성 했음에도 불구하고 홍진호가 프로게이머를 은퇴할 때까지 준우승만 차지했다.

프로게이머 시절 홍진호

라이벌 관계인 홍진호와 임요환 경기 중 특히 화제 됐고 지금까지 회자되는 경기가 있다. 2004년 EVER 스타리그 4강전이다.

테란 유저였던 임요환이 3경기 연속 초반 벙커링(일명 3연벙)을 구사했고, 홍진호는 큰 피해를 입거나 경기를 포기했다. 해당 경기는 30여분만에 3:0으로 임요환의 승리로 끝났다.

같은 방법으로 3경기 연속 패배하자 일부 팬들은 홍진호를 향해 바보 아니냐며 비난 아닌 비난을 하기도 했지만, 홍진호는 설마 임요환이 같은 방법을 세 번이나 사용할 줄 몰랐다며 해명 했다.

홍진호는 임요환에 밀려 2인자가 됐지만 그 덕에 방송에서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재치 있는 입담 등으로 임요환 보다 방송에 더 많이 출연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비운의 NBA 2인자 찰스 바클리(Charles Barkley)

1980~90년대 미국 프로 농구인 NBA를 떠올리면 단연 마이클 조던이 생각날 것이다. 마이클 조던의 플레이는 몰라도 그의 이름을 딴 신발 때문에 아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설로 남은 조던에 가려져 빛을 잃은 불운의 2인자가 있다. ‘척’(Chuck), ‘바클리 경’(Sir Charles), ‘리바운드하는 둥근 뭉치’(The Round Mound of Rebound)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찰스 바클리다.

찰스 바클리는 NB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파워포워드로 평가받는다. 1986~87 시즌 리바운드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고, 경기당 득점도 20점 이상을 기록했다.

선수로 활동 당시 수차례 MVP를 수상하는 등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1992년과 1996년 하계 올림픽에 드림팀이라 불렸던 미국 농구 대표팀으로 참가해 2연속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바클리는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보유했지만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평가받는 조던에 가려져 활약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바클리는 조던과 나이, 키, 데뷔연도가 같다.

헐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는 "세상에는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 마이클 조던이다. 신은 농구를 시키기 위해서 그를 창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클리가 조던과 다른 시기에 농구를 했다면 어땠을까.

바클리는 2000년에 은퇴했다. 그가 은퇴한지 17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일부 NBA 팬들은 그의 플레이를 회상하며 조던보다 좋아 했던 선수라고 말하기도 한다.  

마이클 조던과 찰스 바클리

2인자였지만 신이라 불린 사나이 ‘양준혁’

굉장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이종범과 이승엽에 가려져 2인자라고 불린 야구 신이 있다. 바로 양준혁이다.

양준혁은 타격 폼이 마치 만세를 부르는 것과 같아서 붙여진 ‘만세 타법’으로도 유명하다. 만세 타법은 야구 교본에도 실려 있지 않은 독창적인 타법이다. 프로 야구 선수 시절에는 ‘양신’이라 불렸다.

데뷔 첫 해에 타율 0.341로 타격왕에 오르고, 이종범과의 경쟁 끝에 신인왕에도 올랐다. KBO 리그 사상 신인왕과 타격왕을 차지한 유일한 선수다.

양준혁은 16년 동안 100안타 기록을 달성했다. 1996년과 1998년에는 최다 안타 타이틀을 차지했다. 또 2007년 6월 9일 KBO 리그 사상 최초로 개인 통산 2,000안타를 달성했다. 지금까지 골든 글러브를 모두 8차례 수상했다.

개인 기록으로 보면 최고의 타자지만 라이벌 이종범과 팀 후배 이승엽의 타율·홈런에 밀려 2인자라 불렸다.

양준혁은 2010년 은퇴했다. 은퇴 후 전국 청소년 야구 대회 개최, 해설 위원, 방송 출연, 야구 재단 설립, 다문화 유소년 야구단 ‘멘토리 야구단’ 창단을 포함한 사회공헌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시절 양준혁

양준혁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1인자로 불리지 못 했지만 야구 팬들은 그의 실력을 매우높게 평가한다. 또 앞서 밝힌 다양한 활동으로 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무관·2인자의 아이콘 ‘미하엘 발락(Michael Ballack)’

미하엘 발락은 독일 축구 선수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과 4강전에 출전해 활약했다. 또 유명 프로축구팀 영국 첼시FC 와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해 우리나라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선수다.

발락은 무관·2인자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한다. 독일 축구 전설 중 한명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는 건지 팀원들 탓인지 많은 우승을 놓쳤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독일 준우승을 시작으로 2001-02 시즌 바이어 04 레버쿠젠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 1’와 ‘챔피언스리그’, ‘DFB-포칼’ 등 세 개 대회 준우승을 경험한다.

이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지만 2003-04 시즌을 준우승으로 마감한다. 발락은 우승을 위해 첼시 FC로 이적한다.

그러나 첼시에서도 2006-07 프리미어리그 준우승, 2007-08 프리미어리그 및 FA 커뮤니티 실드, 칼링컵을 준우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모두 준우승을 기록한다. 심지어 유럽 국가 대항전인 유로 2008에서도 스페인에게 밀려 준우승을 거머쥔다.

첼시 FC 시절 미하엘 발락

이 때문에 발락에게 2인자·준우승 귀신이 달라붙은 것 아니냐는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발락은 결국 2009-10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한다. 발락이 만약 우승을 포기하고 팀을 옮기지 않았다면 그는 우승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발락은 우승을 경험했지만 그는 지금까지도 축구 팬들에게 무관·2인자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그래도 그가 뛰어난 미드필더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만년 2인자였던 ‘앤디 머레이(Andy Murray)’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앤디 머레이란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그는 영국 테니스 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프로 테니스 선수다.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매번 우승을 놓쳤다. 이 때문에 테니스 세계 랭킹 2위를 넘어서지 못해 2인자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오죽했으면 그는 일부 매체와 인터뷰에서 1위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테니스계 만년 2인자 일 줄만 알았던 머레이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바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것이다. 머레이는 2016년 여러 대회에서 우승하며 노바크 조코비치를 밀어내고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됐다.

머레이는 처음 2위가 된 시점부터 7년 3개월 만에 1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1위에 오른 그는 “항상 세계 1위가 되는 자신을 상상해왔다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머레이는 꾸준히 노력하면 2인자를 넘어설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됐다.

앤디 머레이

이번 편을 통해 다양한 2인자를 알아봤다. 앞서 소개한 이들은 2인자 였지만 그 이상의 존재감을 보이며 1인자 못지 않은 응원과 사랑을 받았다. 

이들은 우리에게 결과나 위치에 상관없이 꾸준히 노력한다면 반드시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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