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지점 폐쇄 및 창구거래 수수료 부과…'실버 마케팅'과는 다른 이중적 행태 논란

(연합뉴스=공감신문)

[공감신문] 점차 오프라인 은행 업무가 축소되면서 고령층이 금융거래에서 소외되고 있다.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의 비중이 커질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 효율화를 위한 금융기관 지점 폐쇄에 대해 고령층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일부 제동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기관 지점 축소는 이미 막을 수 없는 대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연말 전국 은행 영업점 수는 7103곳으로 전년 대비 175곳 줄었다. 관련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2002년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현금인출기(CD기), 현금자동입출금기(ATM기) 등 자동화기기 수도 2641개 감소했다. 이러한 추세는 인터넷뱅킹으로 쏠리는 소비자 금융거래 이용 행태를 반영한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중 전체 조회서비스에서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뱅킹 비율은 80.6%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높았다. 창구거래와 자동화기기 등을 통한 오프라인 거래는 15.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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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창구 거래에 수수료를 매기는 은행까지 등장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3월부터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 신규 고객에게 월 5000원의 계좌 유지 수수료 부과 제도를 도입했다. 전체 거래 잔액이 1000만원 미만이 부과 대상이다. 창구를 이용하지 않는 인터넷뱅킹 고객은 수수료가 면제된다.

KB국민은행도 거래 잔액이 일정 금액 이하인 고객이 창구에서 입출금 거래를 하면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역시 인터넷뱅킹 고객은 면제 대상이다.

사실상 창구 거래 주 고객인 고령층에 부과되는 '고령 수수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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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6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인터넷뱅킹 이용자(최근 1년간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적 있는 사람) 비율은 세대별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대가 79.8%, 30대 88.1%, 40대 73.5%인 반면, 50대는 42.5%, 60대 14.0%, 70세 이상은 4.3%였다.

인터넷뱅킹을 못 하는 고령층으로선 안 그래도 은행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어렵게 찾아간 창구에서 수수료까지 물린다니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은행들이 은퇴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실버 마케팅'을 통해 고령층 고객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을 고려하면 이중적 행태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은행이 어르신 전용 점포나 전담 상담 창구를 운영하지만 고령층의 박탈감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스마트 뱅킹' 시대에 점점 심화되는 금융의 노인 소외 현상을 점검하는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지금은 스마트뱅킹 시대인 동시에 백세시대에 들어섰다"며 "금융기관은 노인을 비롯한 취약계층 전용 창구와 이동은행 활성화, 인터넷뱅킹 교육 등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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