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례 없는 中 롯데마트 전지점 '마비'에도 '증거' 타령…"WTO 이사회에서 관련 언급 하겠다"

(연합뉴스=공감신문)

[공감신문]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응으로 국내 관련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사드 보복으로 큰 타격을 입은 롯데마트 등 롯데계열사와 면세점, 여행·관광업체, 전자업체 등과 만나 중국 사업 관련 피해 현황을 들었다.

2월 말 롯데가 성주골프장을 사드부지로 제공한 직후 본격적으로 중국 당국과 소비자들의 사드 보복이 시작된 이후 거의 보름만의 일이었다.

더구나 지난 연말 사드 배치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통관 지연·탈락 사례가 속출하고, 지난해 11월 롯데의 중국 사업장 등에 대한 일제 소방·위생 점검이 이뤄진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거의 3~4개월 만의 공식 피해 상황 취합이다. 당시에도 '뒷북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에도 정부의 소극적 태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한 피해 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이후 다시 한 달이 지났지만, 그동안 정부가 공식적으로 피해 상황을 파악해 간 것은 더 이상 없었다"고 전했다.

학계와 통상전문가 사이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한 투자자국가소송(ISD) 등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지만, 여전히 정부는 "증거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과 관련, "특별한 (경제보복) 물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건 하겠다"고 말한 것이 거의 전부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이미 롯데마트의 경우 중국 현지 점포 99개 가운데 87개(강제 영업정지 74개, 자율휴업 13개)가 문을 닫았다. 나머지 12개 점포도 중국인의 '불매 운동'에 사실상 영업이 마비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프랑스의 티베트 독립 지지 논란으로 중국 내 까르푸가 불매 운동으로 곤욕을 치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중국 당국의 공식 개입으로 중국 현지 유통기업의 모든 점포가 문을 닫은 경우는 유례가 없다"며 "외교와 연결된, 이런 비상식적 경제보복은 정부가 나서 풀어줘야 하는데,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사드 피해 업체들이 자국인 대한민국보다 오히려 제3자인 미국에 더 기대를 거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최근 끝난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보복에 대한 경고 등을 기대했지만, 직접 거론된 내용은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연합뉴스=공감신문)

한편 정부는 오는 6월로 예정된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이사회에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문제를 다시 한 번 거론할 방침이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13일 열린 제11차 한중 통상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관광·유통 분야 피해 상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공식 제소는 아니어서 WTO 조사 등 강경한 후속책은 없지만, 국제무대에서 사드보복 문제를 계속해서 거론하는 것은 중국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 차관은 "정부는 양자·다자 채널을 통해 중국 측 조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우리 기업이 부당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중 정부 간 고위급 서한 송부 등 양자 채널을 통해서도 협의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