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오지 않는다면?”
“내일 다시 오지.”
“그리고 모레도 다시 오고.”
“그럴지도 모르지.”
“매일 계속해서...... 올 때까지만 말이지.”

[공감신문]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오는 말인데 어쩌면 사랑은 영원한 기다림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사람은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입니다. 사랑을 하지 않으면 꿈도 없고 욕망도 없고 흔들리지도 아프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랑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보니 더 큰 사랑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을 잡으려 합니다. 이 모두가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원하는 사랑을 성취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고 성공한 사람이 됩니다. 

그렇다면 사랑을 어떻게 만나서 관리를 해야 할까요? 

작가 로버트 스턴버그는 그의 책 "사랑은 어떻게 시작하여 사라지는가
The Course of Love through Time"에 보면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사랑을 이끄는 기본적인 세 가지 요소는 친밀감(intimacy), 열정(passion), 헌신(commitment)이라고. 

이것을 사랑의 삼각 이론이라고도 하는데 친밀감은 사랑하는 관계에서 나타나는 가깝고, 연결되어 있고, 결합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열정은 사랑하는 관계에서 낭만, 신체적 매력, 성적인 몰입으로 이끄는 욕망을 말합니다. 헌신은 단기적으로는 어떤 사람을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그 사랑을 지속시키겠다는 다짐이 포함된 것을 말합니다. 

친밀감 + 열정 + 헌신, 이 세 가지가 결합된 사랑이 성숙된 사랑, 완전한 사랑(consummate love)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바람직한 정의를 찾는다면 자유로우면서도 편안하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순간이 많으면서도 완벽에 가까운 편안한 감정을 갖는 것입니다. 자유와 평화를 사랑했던 천재 작가 헤세는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어떤 두 사람이 매우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을지라도 그들 사이에는 언제나 심연이 놓여있다. 단지 엷은 판자로 된 비상 다리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그 심연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다."라고. 

그렇습니다. 사랑은 서로 부족한 사람들이 만나서 사랑이란 감정의 도구를 이용하여 서로의 부족한 것을 채워가며 함께 행복해지는 마음입니다.

<사진출처: 네이버 코리아 맥블로그>

시랑이 단순하게 시작되어 복잡하게 이어지다가 종착지에 가서는 다시 단순하게 끝날지라도 치열하게 사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서운 추위를 견뎌내며 한겨울 눈 속에 갇혀 붉게 핀, 붉어서 아프고 붉어서 아름다운 동백꽃처럼 한 번쯤은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릴 정도로 붉게 타오르는 사랑을 해야 합니다. 

사랑은 고통을 동반하지만 최고의 기쁨을 안겨주는 것도 사랑입니다. 사랑은 살아가는 데 있어 희망이고 기쁨이고 기다림입니다. 오늘은 그가 술래가 되고 내일은 내가 술래가 되어 잡고 잡히는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것도 사랑입니다. 지쳐 밀어내다가도 멀어질까 다시 끌어당기는 것이 사랑이니까요. 

사랑의 완성은 결혼입니다. 하지만 결혼은 행복만 안겨주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기 때문에 문화적, 환경적 차이 때문에 혼란과 스트레스를 동반합니다. 복권이 당첨되어 예상외의 돈이 들어왔을 때 행운을 만났다고는 하지만 행복을 찾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조개가 진주를 만들어내는 데는 수년이 걸리는 것처럼 설령 나를 찾아온 행운 같은 사랑이 결혼이라는 사랑의 완성을 이룰 때까지 그리고 한평생 함께하며 행복한 일이 많이 생기기까지 결혼과 함께 찾아오는 아픔. 고통. 인내. 기다림까지 다 껴안아야 둘이 꿈꾸는 아름다운 사랑을 완성하게 됩니다. 

결혼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마다 기러기가 떠오릅니다. 전통혼례식 때 신랑 신부가례(wedding ceremony)를 올릴 때 기러기를 사용합니다. 기러기가 결혼식에 등장하는 것은 세 가지 덕목 때문입니다. 

첫째, 기러기는 수명이 150-200년 정도인데 사랑의 약속을 잘 지키기 때문에 짝을 잃어도 다른 짝을 찾지 않고 홀로 지냅니다. 두 번째로 기러기는 상하의 질서를 지키고 날아갈 때도 행렬을 맞추며 앞서가는 기러기가 울면 뒤따라가는 기러기도 울음으로 화답을 합니다. 셋째, 기러기는 왔다는 흔적을 분명히 남기는 속성이 있어 기러기를 본받아 훌륭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기러기를 놓고 례(wedding ceremony)를 올리는 것입니다.  

결혼은 운명입니다. 내가 신중을 기해서 선택한 사람이라면 후회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단점까지도 끌어안아야 합니다. 그것을 거부한다면 결혼을 처음부터 선택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누구나 아무런 준비 없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갑니다. 운명은 거부할 수는 없지만 나쁜 운명을 타고났더라도 노력하면 조금씩 좋아질 수 있습니다. 

영어에 "Out of sight, out of mind."란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자주 만나야 정이 들며 신뢰가 쌓이고 편안한 존재가 됩니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을지 모르지만 사랑은 반드시 만나서 사랑을 확인하고 마법에 걸려 서로에게 미쳐가야 합니다. 물론 하늘도 갈라놓을 수 없는 깊은 신뢰가 쌓이고 나면 잠시 떨어져 있다고 해서 멀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은 서로 존중할 줄 알고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부족한 것을 그에게서 찾고 그에게 부족한 것을 나에게서 발견하며 서로를 발전시켜주는 관계여야 합니다. 결혼은 분명, 내가 주는 사랑의 무게와 내가 받는 사랑의 무게가 같지 않습니다. 많이 주고 적게 받을 수도 있는 것이 결혼 후의 사랑입니다.

사랑의 대차대조표는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서운한 감정이 들어 다툴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집착이 되어 상처를 남깁니다. 배려와 존중이 중요합니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함' 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행복한 결혼으로 이끄는 조건입니다.

결혼은 감정이 중요시되는 연애와 달라 현실이고 생활이기 때문에 고통이 찾아옵니다. 고통을 함께 견뎌내며 아낌없이 밀어주고 끌어줄 때 만족감을 얻게 됩니다. 행복한 결혼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만족한 상태인가를 체크하면 정답이 나옵니다.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A good husband makes a good wife.
(좋은 남편이 좋은 아내를 만든다.)" 고.

행복한 결혼은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속에 존재합니다. 나를 조금 내려놓고 조금 더 양보하며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아끼며 존중하며 배려하고 희생하며 사는 것이 결혼의 행복입니다. 내가 양보하면 다음에는 상대방이 양보하게 됩니다. 

내가 선택한 사람과 결혼을 해서 친밀감, 열정, 헌신을 공유하며 살 때 '잘 산다(live well)'는 만족감을 안게 됩니다. 그 상태가 되어야 연인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서로를 존중하게 되고 의지하게 됩니다. 진정으로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 함께 성장하게 됩니다. 그게 성공한 사랑, 행복한 결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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