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4월 중순마저 지나고 나니 꽃샘추위마저 물러간 완연한 봄이 왔다. 이제 예고 없는 봄비와 장마가 우리를 맞이할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공감 포스팅팀이 ‘비’에 대해 알아두면 좋을 상식을 모아봤다.

■ 비를 뜻하는 아름다운 순 우리말
*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먼지잼’
오랜 가뭄으로 메마른 땅에 풀풀 날리는 먼지를 겨우 재워놓을 정도로 내리는 비를 말한다. 먼지잼은 오랜 가뭄으로 애타는 농부의 심정이 녹아 있는 말이다. 목을 빼고 ‘목비’를 기다렸는데 겨우 먼지잼에 그치면 허탈하기 그지없다. ‘잼’은 ‘재움’의 줄임말로 볼 수 있다.

* 아주 가늘게 내리는 '이슬비'   
이슬비는 나뭇잎에 겨우 이슬이 맺히게 할 정도로 내리는 비라고 할 수 있다. 비를 나타내는 우리말을 보면 가랑비, 이슬비, 보슬비, 부슬비 등 그 이름이 너무도 다양하다. 이와 같은 이름들은 내리는 비의 모양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느낌에 따라 붙여진 것들이다.
    

* 햇볕이 있을 때 잠깐 내리는 '여우비’
여우라는 동물은 행동이 민첩해서 금방 눈앞에 나타났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가뭇없이 사라져버린다. 예상치 않게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여우처럼, 여우비는 햇볕이 난 날에 잠깐 흩뿌리다가 마는 비를 말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여우비가 내리는 것을 ‘호랑이 장가간다’고 말하기도 한다.

* 비가 오기 시작할 때 성글게 떨어지는 ‘비꽃’
오랜 가뭄 끝에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툭툭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꽃보다 아름다워 보일 터이다. 비가 오기 시작할 무렵 손등이나 콧등으로 성기게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을 ‘비꽃’이라 한다. 북한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 비에 대한 속담, 그 진실 혹은 거짓

1. 개미가 줄을 지어서 지나가면 비가 온다.
여름날 강한 일사가 있을 때 개미는 활동하지 않는다. 다소 구름 낀 날이라야 땅 위에 나오기 때문에 이와 같은 속담이 생겼다. 하지만 개미의 행렬이 비를 암시한다는 말은 근거가 없다.

2. 청개구리가 울면 비가 온다.
청개구리와 비와의 관계는 동화에서도 나오고, 어머니로부터 자주 듣던 얘기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5월부터 12월 사이 청개구리가 울어서 비가 올 확률은 23 ~ 66%라고 한다.

3. 화장실의 냄새가 지독할 때는 비가 온다.
제법 신빙성이 있는 속담이다. 그 이유는 첫째, 저기압이 접근하게 되면 암모니아나 그 외 휘발성 물질의 휘발량이 증대하게 된다. 둘째, 비가 오거나 구름이 있으면 일사량이 줄어들어 상승기류가 억제된다. 따라서 냄새는 지면 근처에 퍼져있게 된다.

4. 고양이가 소동을 부리면 큰 비가 온다.
동물은 기상변화에 민감하다. 본능적으로 기상이변을 예지해서 미리 안전하고 높은 곳으로 집을 옮기기도 한다. 사람도 어린 아기들이 평상시보다 호들갑스러운 짓을 할 때 비가 올 것이라 한다. 인체는 수증기의 막으로 둘러쳐져서 교감신경계통에 대한 기상의 작용을 조정하고 있다. 따라서 저기압이 접근하면 습도가 높아지고 기온이 상승하며, 기압은 하강해 피부의 혈관이 확장하게 된다. 그래서 피가 모이게 되며 피부에서의 수분 증발이 억제되니 기분이 나빠지고 잘 다투게 되고 어린 아기들은 투정을 부리게 된다.

5. 가을에 맑은 날이 4일간 계속되면 그 후에 비가 온다.
가을에 이동성고기압이 통과할 때는 날씨가 맑다. 그러나 고기압 후면에 따라오는 저기압 혹은 기압골을 지날 때는 날씨가 안 좋아진다. 그래서 이동성 고기압이 약 4일간 날씨를 지배하게 되면 그 다음은 날씨가 나빠질 확률이 높다.

■ 비 오는 날에 대한 속설
- 비 오는 날엔 뼈가 쑤신다?

비 오는 날은 기후에 비해 외부 기압이 낮은 편이다. 이때 상대적으로 체내 기압이 상승하기 때문에 관절 내 기압도 팽창한다. 염증이 있는 경우 부종이 심해지고 통증이 악화되기 쉽다.

또한 비가 오면 일조량이 감소하면서 몸 속의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한다. 이는 지속적으로 기분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따라서 이전보다 몸이 더욱 아픈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만약 ‘관절이 쑤신다’고 느껴진다면 따뜻한 차를 마셔주는 게 좋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해 멜라토닌 호르몬의 영향을 낮춰서 통증도 줄어들게 된다.

- 비 오는 날엔 막걸리에 파전?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파전과 막걸리. 도대체 비와 파전은 무슨 관계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소리와 관련이 있다. 기름 두른 팬에 부침 반죽을 익힐 때 나는 ‘지글지글’ 소리가 빗소리와 비슷해서 자연스레 연상된다는 것. 실제로 소리공학연구소에서 실험한 결과 파전 부치는 소리와 빗소리의 진폭, 주파수가 거의 같다고 하니 영 틀린 말도 아닌 듯.

두 번째는 비가 오면 사람의 신체는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혈당이 떨어진다. 이에 따른 반응으로 전분,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에 대한 식욕이 생긴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급속히 떨어지기 때문에 몸을 보호하기 위해 파전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는 파가 따뜻한 성질의 음식이라 실제로 오한이나 감기에 효능이 있다는 점을 착안해 제시된 해석이다.

- 비 오는 날에는 회를 먹어선 안된다?

이 속설은 과거 열악했던 생선회 유통과정과 관련 있다. 냉장고 보급이 덜 된 상황에서 소나기에 흠뻑 젖은 생선회는 당연히 맛이 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 경험들로 인해 비 오는 날에는 생선회를 먹으면 안 된다는 속설이 퍼졌을 것이라 추측된다.

특히 자연산 활어가 생선회의 주 재료이던 시절, 어업이 불가능한 비 오는 날에는 수족관에 오래 보관된 활어가 판매됐기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양식 활어가 주로 생선회에 쓰이게 되면서 그 속설은 힘을 잃었다. 양식 활어는 오랜 기간 수조에 갇혀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양식장을 거치며 답답한 환경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비 오는 날에도 얼마든지 맛있는 회를 먹을 수 있다.

■ 비 오는 날의 추천 웹툰
- 21세기 코믹 액션 판타지 웹툰, 레진코믹스 <4컷 용사>

비와서 나가기 싫을 때 집에서 뒹굴거리며 읽기 좋은 개그물. “용사가 마왕을 물리치고 공주님을 구해낸다”는 뻔한 클리셰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친다. 여러 가지 패러디를 이해할 수 있는 감수성을 지녔다면 특히 추천한다.

- 비 오는 날의 연애 감성을 자극하는 웹툰, 탑툰 <선풍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고 치유해주며 눈부시게 성장하는 두 사람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조용히 흘러가는 주인공의 독백과 등장인물들의 감정 표현. 그리고 배경 설명에서 흐르는 분위기가 당장이라도 감수성이 터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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